‘눈물의 여왕’ 김수현-김지원 합체 본능에 박성훈 막판 ‘태클’ [김재동의 나무와 숲]
입력 : 2024.04.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재동 객원기자] 뭐 대단한 팡파르를 기대한 게 아녔다. 박수갈채와 하늘을 덮는 꽃잎 세례 따위는 필요도 없었다.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27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 15회의 윤은성(박성훈 분)은 건널목을 건너는 백현우(김수현 분)를 겨누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친모 모슬희(이미숙 분) 손에 버려졌을 때 세상의 모든 문은 닫혀버렸다. 그 중 단 하나의 문을 열어준 것은 홍해인(김지원 분)이었다. 개에 쫓기던 홍해인을 짱돌을 들어 구해주고, 그 아이가 피나는 제 무릎에 반창고를 붙여주었을 때, 그리고 그 자리서 그 아이의 목걸이를 주웠을 때, 윤은성은 운명을 느꼈다.

퀸즈그룹이란 재벌 3세 홍해인에 걸맞는 남자가 되고자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제 피앙세여야 될 홍해인은 백현우란 엉뚱한 놈 품으로 날아갔다.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아도 해인의 시선은 백현우만을 향해 있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홍해인의 발병과 수술. 수술 뒤끝의 홍해인은 모든 기억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이 홍해인과 그 가족, 그리고 퀸즈그룹을 향해 자행했던 수작들이 원인무효된다. 눈엣가시 백현우도 사라진다. 모든 게 각색하기 나름이다.  사전준비는 완벽했다. 백현우는 살인피의자로 엮었고 흔적은 모두 지웠다. 수술의 결과도 예정대로였다.

윤은성은, 백현우는 물론 홍해인의 가족까지 모두로부터 홍해인을 고립시키며 옆자리를 독점했다. 홍해인을 지우려는 친모 모슬희에겐 홍만대(김갑수 분) 중독 영상을 앞세워 경고도 보냈다. 그렇게 적으로 돌아선 모슬희는 윤은성을 대표자리에서 몰아낼 의도를 드러냈다.

더 이상은 퀸즈그룹이고 뭐고 다 버려두고 해인과 함께 한국을 뜨고 싶을 뿐이다. 미국이든 어디든 둘 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고플 뿐이다. 그랬는데.. 친모와도 척을 지고, 공들여 획득한 퀸즈그룹도 포기한 채 홍해인과의 행복만을 원했는데... 그 홍해인은, 기억도 까맣게 잊어놓고 또 다시 백현우에게 달려간다.

윤은성에게 백현우는 요행히 신발을 뚫고 자리잡은 모래알 같다. 끊임없이 거슬리고, 털어도 털리지 않은 채, 발을 디딜 때면 여지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발바닥을 파고드는, 나는 아픈데 저는 아랑곳 않는 신발 속 모래알.

백현우와 홍해인은 또한 토란잎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과도 같다. 제각각 뿌려놔도 쏜살같이 서로를 찾아 몸을 굴리는 합체본능. 기필코 둘 중 하나는 세상에서 없애야 그걸 막을 수 있다. 홍해인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윤은성에게 세상에서 지워져야 할 존재는 백현우 뿐이다.

예상은 했다. 하지만 백현우로선 서운함도 어쩔 수 없다. 살인피의자로 체포되는 자리에 윤은성이 나타났을 때 홍해인에게 가해질 가스라이팅은 당연했다.

그래도 구치소 면회 온 자리에서, 수술 후 처음 보는 자리에서 해인이 “다신 보지 말자” 말했을 때 서운하지 않을 순 없었다. 다만 해인의 새끼 손톱 끝에 남아있는 봉숭아물이 위안이라면 위안였다. ‘끄트머리 조금’쯤은 아무 의미도 없고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을 주었다.

무죄판결 받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도 해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12월 30일에 날아온 홍해인의 초대장. 장소는 처음 프로포즈한 아쿠아리움였고 그곳에서 해인을 만나고 나서야 알았다. 4년 전 온 우주가 도와 둘 만의 아쿠아리움을 허용했던 것이 아니라 홍해인이 전체 대관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홍해인의 프로포즈였고, 4년 뒤 다시 한번 해인이 프로포즈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이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억을 잃은 홍해인에게 전 남편 백현우는 위험한 남자였다. 얼굴도 음성도 잊었지만 궁금하게 만들었고, 지피지기 운운 핑계거리를 만들어서라도 보고 싶게 만들었으며, 철창 너머 죄수복 패션만으로도 사람을 홀렸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고 너무 어지러워 눈물까지 날 것 같아 기어코 멀미약을 먹게 만들었다.

‘뭔데? 허, 쟤 뭔데?’하는 나비서(윤보미 분) 표현 '입덕부정기'가 자신에게 도래했나 싶은 기분까지 들 정도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초대장을 따라 간 아쿠아리움에서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보았을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식장 영상 속에서의 자신이 10년 후의 홍해인에게 보낸 “잘 살겠지. 물론, 백현우와 함께!”란 표현도 낯선 판에 꽃다발과 함께 수술 전 자신이 백현우에게 보낸 메시지는 너무 어이없지 않은가. “백현우 내가 기억 못한다고 어영부영 같이 살 생각은 하지 마. 이왕 이렇게 된 거 난 웨딩드레스 한 번 더 입어야겠어.”라니.

그리고 독일로부터 전해진 소포 하나. 타다 만 자신의 일기장은 마침내 백현우가 누구인 지를 알려주었다.

“내가 수술 잘 받고 살아서 당신을 잊어버리게 된다면, 낯선 사람 취급한다면 ..그래도 나한테 질리지 말아주라. 지치지 말고 계속 사랑해 줘. 난 어차피 소나무 취향이라 당신을 다시 사랑하게 될 거야.”란 백현우에게 남긴 자신의 당부를 통해 얼마나 수술 전 자신이 백현우를 오매불망 했는 지 알 수 있었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외워. 그 남잔 내가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았던 이유고, 내가 기억을 잃더라도 결국엔 살고 싶었던 유일한 이유야. 백현우는 마지막까지 내가 잊고 싶지 않은 이름야. 난 이번 생에서 그 사람과 함께 해서 행복했어. 이제 시작될 너의 생에서도 그 사람이 니 곁에 있길 간절히 기도할게.”란 자신에 대한 당부를 통해선 백현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백현우를 만나러 간 길. 눈은 내리고, 길 건너편의 현우는 “그 자리에 있어. 내가 갈게”라 소리치고, 야속한 가로등은 빨간 불로 바뀌고, 시야를 가리는 버스 한 대 까지.

‘눈물의 여왕’은 그렇게 마지막 회까지 클라이맥스를 미뤄두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시선을 붙잡아두려는 그런 제작진의 수작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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