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차범근도 못한 일 하고 있다
입력 : 2012.04.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세계적인 선수를 자선경기에 불러 모을 수 있으려면 그만한 인지도가 필요하다. 참가비를 두둑이 챙겨준다한들, 시즌 후 휴가 기간에 머나먼 아시아까지 날아올 스타는 드물다. 그 힘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에게는 있다.

5월 말 태국에서 ‘제 2회 아시안 드림컵’을 개최하는 박지성 재단 JS 파운데이션은 최근 이탈리아 명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와 설리 문타리(AC밀란)를 섭외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끈 칸나바로는 전성기가 한참 지나 인도에서 황혼기를 보내지만 여전한 명성으로 아시아 팬들을 설레게 한다. 문타리는 가나 대표 미드필더로 두 차례나 한국과 평가전을 해 국내축구팬에 친숙하다. 선덜랜드 임대를 지낸 것을 토대로 ‘스포탈코리아’를 통해 지동원(선덜랜드)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기며 호감 이미지를 얻었다. 한 가닥 했고, 한 가닥 하는 두 선수가 합류해 드림컵은 더욱 풍성해질 전망. 이미 안정환(은퇴)이 참가 의사를 나타냈고, 에드빈 판 데르사르(은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이상 맨유) 등도 합류가 유력하다.

작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1회 자선경기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작년에는 파트리스 에브라(맨유), 파벨 네드베트(은퇴) 등을 섭외하지 못해 한국, 일본 위주의 아시아 선수로 자선경기 및 봉사활동을 했다. 그 중에는 나카타 히데토시(은퇴), 미우라 카즈요시(요코하마FC), 정대세(쾰른), 가와시마 에이지(리에르세), 박주영(아스널),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 유명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칸나바로와 비교했을 때 세계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1회 자선경기를 현지 취재한 결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흥행 덕에 박지성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지만, 참가 선수들과 드림컵 자체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박지성도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고 했었다.

JS 파운데이션 측은 1회 자선경기에서 미숙한 업무 능력을 보인 홍보대행사를 바꾸며 일찍이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1월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씨는 JS 파운데이션 대표 자격으로 킹스컵이 열린 태국을 찾아 태국축구협회측과 드림컵에 관한 협상을 완료했다. 선수 협조 공문도 광범위하고 폭넓게 보냈다. 올림픽, 유럽선수권대회, 월드컵 최종예선이 겹쳐 많은 선수들이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단 측은 참가 가능한 선수 위주로 공을 들였다. 선수 차출 협조에는 박지성의 이름값을 빌렸다. 이사장으로서 맨유에서만 7년을 뛰며 유럽 내에서도 큰 인지도를 자랑하는 덕에 선수들은 박지성의 이름 석 자를 듣고 귀를 열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칸나바로와 문타리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K리그에서 뛰는 A선수가 태국에서 자선경기를 연다면 이들이 참가 의사를 나타냈을까. 그럴 확률은 대단히 적다. 월드컵, EPL,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서 활약한 ‘아시아 스타’가 주최한 자선경기였기에 섭외가 가능했다.

세계적인 선수를 모아 자선경기를 한다는 것. 섣불리 비교할 수 없고 시기적으로도 차이가 있지만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수원 감독도 하지 못한 일이다. 홍명보 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자선경기도 국내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로 눈을 넓혀도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이상 은퇴), 호나우지뉴(플라멩구), 안드리 셉첸코(디나모 키예프) 등 소수 유명 선수만이 자선경기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다. 박지성도 이들처럼 축구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무대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아시아다. 자선경기는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에 도움을 주고자 그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그는 올해에도 직접 땀을 흘리며 사랑을 실천한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픽=박연정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