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태용 감독의 ‘화내기 있기, 없기?’
입력 : 2012.04.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마가 끼었나…”.

신태용 감독은 애써 담담한 척 하지 않았다. 8일 포항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결과에)화도 나고 기분도 별로 안 좋다”면서 “매번 아쉽다는 말만 반복하기도 그렇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포함 9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둔 부진 때문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지만 자꾸만 승리를 놓치고 있다. 수비진의 순간적인 방심으로 실점을 허용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장면에서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거나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기도 한다. 3일 ACL 센트럴코스트전이 끝난 후 크게 화를 냈던 신태용 감독은 포항전 후 “(선수들에게)화를 낼 수도 없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신태용 감독의 감정 변화를 통해 성남의 상황을 짚어봤다.

▲ 신태용의 ‘화내기 있기, 없기? 있기!’
센트럴코스트전에서 화가 났던 이유는 “선수들이 하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에벨톤이 동점골을 넣었음에도 그 기쁨을 함께 누리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상대팀은 골키퍼까지 뛰어나와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데 우리 선수들은 거리(골 넣은 위치)가 멀다고 남의 일 보듯 쳐다보고만 있었다. 에벨톤이 골을 넣었는데 다 함께 기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 동료가 힘들게 해서 골을 넣었는데 어떻게 쳐다보고만 있나”라고 말했다. 종종 박빙의 싸움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간절함’ 혹은 ‘자신감’ 같은 정신적인 요소다. 바로 그 정신적인 단결력이 성남에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에벨찡요가 페널티킥을 차려던 순간에 대해 짚었다. 신 감독은 “만약 우리 선수들이 간절하게 에벨찡요가 넣기를 기도했으면 넣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부족한 2%가 바로 이것이다. 그에 대해 우리 선수들 모두 생각해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팀워크의 약화는 이적생들의 적응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요반치치, 한상운, 윤빛가람 등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이 아직 팀에 완전하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성적 부진과 맞물리는 상황에서 신인에게 눈을 돌릴 여유도 없다. 신 감독은 “신인 발굴보다 이적생들의 적응이 더 급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 신태용의 ‘화내기 있기, 없기? 없기!’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무작정 화를 낼 수는 없다. 신태용 감독은 “내용이 나쁘면 선수들을 혼내주고 싶은데, 내용이 괜찮은 반면 골운이 안 따라주니 나 스스로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데도 의도한 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이라면 딱히 대처법이 없다. 사전 미팅을 통해 공략 포인트와 주의할 점에 대해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신 감독은 “답답한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패배의식을 떨쳐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의 기운이 필요하다. 신 감독은 ‘경기 내용은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수들의 개별 컨디션이나 팀 플레이 모두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고 있는데 마지막 결정력이 떨어질 뿐이다. 마가 끼었나. 이렇게 골운이 없을까 싶다”며 아쉬워했다.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요반치치의 적응과 선수들 간 의사소통, 포지셔닝도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졌다고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면서 “운이 없다고 말할 게 아니라 운 없는 것을 확실하게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훈련을 반복해 정말 기계처럼 만들어가야 할지도 고민을 좀더 해봐야겠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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