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 심층분석] 확실한 골 결정력 없이는 ‘우승’도 없다
입력 : 2019.01.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는 2019 UAE 아시안컵 기간 동안 신문선축구연구소와 함께 ‘신문선의 심층분석’을 연재합니다. ‘신문선의 심층분석’은 분석 자료의 질적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신문선축구연구소 자체 수집 자료를 포함하여, 국내 데이터 분석 업체인 (주)스포츠매틱스 및 AFC 공식자료 등의 정량분석 자료와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성분석을 가미하여 보다 깊이를 더할 예정입니다.

2019 UAE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조별리그 2차전 경기에서 다득점을 하지 못한 채 1-0 승리에만 만족해야 했다. 앞선 경기에서 중국이 필리핀을 상대로 3-0 대승을 거둔 상황이기 때문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득점 승리를 거둬야 남은 중국과의 3차전 경기를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재의 헤더골 이후, 여러 차례 골대를 맞추는 등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며 3차전을 반
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나타났던 대표팀 경기력의 문제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원인 분석 1 - 단순히 ‘골대 불운’ 이라고 할 수 있나?
필리핀전에는 상대의 밀집수비에 고전하여 어렵게 득점해 성공했지만, 이번 키르기스스탄전은 경기를 풀어감에 있어서 상이한 차이를 보였다. 아래 AFC 공식 자료인 <그림. 평균 볼터치 위치 비교>를 살펴보면 키르기스스탄은 필리핀과 달리 수비지역에서의 밀집수비가 아닌 중원지역에서의 촘촘한 대형을 유지하며, 압박을 통해 대한민국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필리핀보다 수비 뒷 공간과 수비-미드필드 사이 공간을 공략하여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데이터 분석업체 ‘스포츠매틱스’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이 키르기스스탄 전에 기록한 슈팅은 총 19개였고, PA지역 내에서는 88%(17회)를 기록하며 집중한다면 대량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전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집중력은 현저히 낮았고, 골을 넣기 위한 냉정함과 침착함은 보이지 않았다. 득점은 단 1점에 그쳤다. 특히, 전반 36분 이청용과 후반 30분 황희찬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상황에서도 골문을 훨씬 벗어나고 골대를 맞추는 등 다소 안일한 슈팅을 하여 대량득점의 기회를 사실상 스스로 걷어 차버리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이 밖에도 후반에 나왔던 황의조의 슈팅들이 상대 골키퍼에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를 맞는 등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는 원인을 만들었다.



축구에서 1점차와 2점차의 의미와 가치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대표팀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기 때문에, 득점을 많이 할 수 있는 경기에선 반드시 점수 차를 벌려서 체력적, 정신적인 부담 없이 경기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선제골 이후, 추가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경기 막판까지 1골차 승부로 스스로 내몰려 정신적인 부담이 컸다.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다소 둔탁하지만 끊임없이 역습 공격을 시도하는 키르기스스탄의 공격에 수비수들의 심리적 부담감은 평소의 배가 되었고, 역습에 말리며 수비의 수가 많음에도 마킹과 커버플레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위기상황을 여러 차례 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후반 35분에는 위험지역이 아님에도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다가 이용이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조 1위 경쟁을 위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악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원인 분석 2 - 쉬운 플레이가 우선되어야 한다.
필리핀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많은 실책성 플레이를 범했다. 중원에서 빌드업이 진행되거나, 역습이 진행되어야 되는 상황 뿐만 아니라 수비수간 횡으로 볼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어이없는 패스미스와 볼터치에 의해 상대에게 공의 소유권을 넘겨주며 공격의 흐름이 맥없이 끊겼다. 문제는 수비나 미드필드 지역에서 나왔던 볼터치와 패스 미스는 당연히 연결되고, 컨트롤 했어야 하는 쉬운 볼터치와 패스라는데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스포츠매틱스’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은 총 43회의 실책성 플레이를 기록하였으며, 그 중 60%(26회)의 실책성 플레이가 패스미스와 관련되어 있었다. 특히, 전반에만 25회(전체대비 약 58%)의 실책성 플레이를 범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이 기록한 15개의 실책성 플레이에 비해 11개 더 많이 하였다.

이는 필리핀전(35회) 보다 늘러난 수치이며, 키르기기스탄이 필리핀보다 더 중원에서 빌드업에 대해 방해하기도 하였지만, 아래 <그림. 실책성 플레이 비교>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키르기스스탄 전에서 공격지역보다는 미드필드지역에서 보다 더 실책성 플레이가 많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고,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빌드업부터 흔들린 대한민국은 공격의 흐름을 스스로 끊었을 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에 11개의 슈팅을 허용하는 등 수비 쪽의 문제까지 발생시키는 나비효과로 나타났다.

원인 분석 3 - 공격 시 선수들의 다소 획일적인 움직임
대한민국의 경기력에서 문제점을 보인 것은 공격시 선수들의 획일적인 움직임이다. 먼저 공격수인 황희찬의 문제점이다. 황희찬의 경우 공을 잡으면 무조건 앞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상대가 한 수 아래의 전력을 가진 팀이지만 슈팅, 패스, 돌파, 드리블 등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상대 수비수를 끊임없이 괴롭혔어야 했다.

이번 키르기스스탄 전에서의 황희찬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빠른 템포로 슈팅이나 패싱을 하기 보다는 돌파와 드리블만을 시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황희찬의 볼 터치 대비 패스 수의 비율을 같은 2선에 위치한 이청용, 구자철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로서 수비수들은 황희찬이 공을 잡으면 돌파와 드리블만을 생각하고 수비를 하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로 좌우 풀백의 위치이다. 윙 포워드로 출전한 황희찬과 이청용이 측면 보다는 중앙에서 더 많은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좌우의 풀백들이 상대 측면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페널티 내의 공격수들에게 날카로운 크로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용과 홍철은 주로 페널티 에어리어 1/3지점까지만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다. PA의 3/3지점까지 더 돌파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측면을 허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오늘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선수는 황의조를 꼽을 수 있다. 비록 골 사냥에는 실패했으나 공격수 황의조는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 좌우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 주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수비 뒷 공간으로 순간적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공을 이어받아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본인의 위치에서 많은 위협슈팅을 가져가며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한국과 상대하는 팀들은 손흥민 뿐만 아니라 황의조를 막기 위한 방책에 고심을 많을 것 같다.

1차 목표인 16강은 진출은 성공했지만, 아직 경기력은 목마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별리그 2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쫓기는 플레이가 거듭되고 수비의 불안이 가중되는 패턴이 거듭되는 것은 앞으로 토너먼트로 갈 경우 치명타가 될 약점이 될 수 있다.

조 1위가 되어 유리한 토너먼트 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은 자존심이 걸린 경기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도 한다. 남은 기간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기력으로 중국을 압도하는 등 앞선 2경기의 불안한 패턴을 이겨내는 대표팀 경기를 기대해본다.

제공=신문선축구연구소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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