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두바이] 단 몇 분, 설령 못 뛰어도 벤투호는 ‘하나’
입력 : 2019.0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두바이(아랍에미리트)] 이현민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16강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둔 한국은 오는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16강을 치른다.

한국은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부진한 경기력, 골 결정력, 특정 선수의 기용 불만 등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이를 인지한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 노력하고 코칭스태프와 소통하며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이승우의 경우 형들이 삼겹살을 사주며 쓰린 속을 달래줬다. 중국전 이후 열린 18, 19일 팀 훈련에서 이승우의 표정은 밝았다. 팀원들과 구슬땀을 흘리며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베테랑 기성용의 경우 이런 이승우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미드필더 주세종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무조건 감싸는 게 아닌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따끔한 충고도 건넸다.

이승우의 경우처럼 현재 대표팀에서는 뛰는 선수만큼 못 뛰는 선수도 꽤 많다. 통상 메이저 대회에서는 베스트11을 정해두고, 3~4명 선에서 변화를 준다. 이것도 여유가 있을 때다. 흔히 말하는 플랜B에 해당한다. 변수가 없는 한 11명 그대로 간다. 단기전이니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부합하고,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기 힘들다. 특히 아시안컵이 목마른 한국 입장에서는 더더욱.



멀티 자원인 권경원이 그런 예다. 12일 키르기스탄과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다.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느라 한 경기도 못 뛰었다. 만약,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권경원은 중앙 수비 혹은 미드필더 중 한 자리에 쓸 수 있는 카드다. 감각을 찾고 토너먼트에서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할 수 있다. 다행히 18일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 벤투 감독이 따로 불러 조언을 건넸다. “감독님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훈련에 임하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권경원이 언급한 스트레스 주목할 필요 있다. 나가고 싶은데 몸은 안 따라 주니 화도 나고 눈치도 보이고. 물론 경기에 출전해도 편할 리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안 풀리는 날도 있고 상대의 예상치 못한 반격을 맞을 수 있다. 이게 축구다. 권경원은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훈련이 끝나면 개인 시간을 할애한다. 누군가 뛰면 또 다른 누군가는 대기하고. 그저 할 수 있는 건 항상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권경원은 상황이 낫다. 김승규로 굳혀진 수문장 두 명 조현우와 김진현도 마찬가지다. 이제 살얼음판이기 때문에 둘이 골문을 지킬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연습 때 서로 땀 흘리고, 힘을 불어 넣는 모습으로 본분을 다했다.

최대 격전지인 좌측 풀백 김진수, 홍철, 우측 풀백 이용, 김문환도 비슷한 예다. 누가 경기에 나서든 서로 격려하고 조언하고, 경기 전후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서 토닥여줬다.

벤투 감독의 철학은 확고하다. 핵심은 멀티 포지션, 임기응변에 뛰어난 자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황인범과 김문환의 경우에서 드러났듯 단 얼마의 시간이 주어져도 증명했다. 이미 즉시 전력감으로 써도 될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분명한 건 중국과 일전이 끝난 후 응집력이 생겼다. 선발, 교체, 벤치는 중요치 않다. 누가 나서도 끄떡 없는, 다 같은 태극전사다. “프로이자 국가대표라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늘 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던 손흥민의 말이 떠오른다. 이렇게 하나된 벤투호가 59년 숙원을 풀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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