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가 말하는 ‘자신이 원하는 축구’, 과감해져야 한다
입력 : 2019.06.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곽힘찬 기자= 보는 이들마저 답답하게 한다. 정말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평가전에서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15년 만의 역사적인 부산 개최, A매치 7경기 연속 매진까지는 좋았다. 5만 2,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운집해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승리를 거뒀기에 망정이지 만약 패했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대표팀은 졸전을 펼쳤다.

벤투 감독은 158일 만에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무색무취였다. 어떤 특이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전엔 유효 슈팅이 단 한 개도 나오지 못했고 가장 빛났던 선수가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였다.

최근 대표팀 경기를 살펴보면 늘 같은 선수들이다. 새로운 얼굴들을 발탁하지만 이들은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벤투 감독이 6월 A매치 2연전을 치르기 전 1:1 지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던 백승호(지로나)는 이번에도 A매치 데뷔에 실패했다. 이젠 손흥민을 중심으로 마인드 맵을 그려 선발 명단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벤투 감독은 항상 “우리가 원하는 축구”에 대해 언급한다. 그런데 벤투 감독의 생각을 잘 모르겠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김민재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감독님이 우리에게 계속 연승은 할 수 없지만 패배하는 것을 최대한 뒤로 미루자고 하신 게 기억이 남는다.”

벤투 감독이 과감하게 새로운 얼굴들을 기용하지 않는 점이 김민재의 발언과 연결된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지속적으로 기용하면서 기존에 있던 자원으로 패배 시점을 늦추려고 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호주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팀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한국에 패배했지만 훗날 더 중요한 대회에서 한국은 호주에 승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선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하며 전술적인 폭을 넓히게 되면 그만큼 옵션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술도 변화무쌍해지고 쉽게 패배하지 않는 팀이 된다.

물론 지금은 대표팀이 3연승으로 순항하고 있지만 언제 돛이 찢어질지 모른다. 당장 다가오는 이란전(11일)에서 그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 발탁한 선수들이 지금 팀에 녹아 들지 못한다면 월드컵 예선에서도 똑같은 얼굴로, ‘예상 가능한’ 선발 명단으로 대회를 치르게 된다.

이번 호주전을 앞두고 화두 중 하나는 ‘손흥민 혹사’였다. 이는 곧 기존 멤버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축구는 상향평준화 됐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지속해서 같은 선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서면 간파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축구다. 벤투 감독이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면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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