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축구 Note] 서울E 유스는 왜 상대 학부모를 찾았을까
입력 : 2019.08.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포항] 홍의택 기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간 아마축구 현장을 누비면서 쉬이 목격하지 못한 모습이다.

경북 포항에서는 2019 K리그 U-18/U-17 챔피언십이 한창이다. 각급 20개 팀 내외가 겨루고 있다. 12일에는 U-18 챔피언십 조별리그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청림구장에서 격돌한 안양FC U-18(안양공고)과 서울 이랜드 U-18. 이 경기 승자가 해당 조에서 토너먼트 막차를 탈 예정이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후반 중반이 돼서야 첫 득점이 터졌다. 안양이 정민우의 골로 앞섰다. 서울 이랜드도 곧장 반격했다. 4분 뒤 박정근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균형은 막판에 다시 깨졌다. 안양 정민우가 정규시간 끝자락 두 골을 더 몰아쳐 기어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탄식하는 그림. 이어 주장 인솔에 따라 상대 지도자들에게 "차렷, 경례"라며 인사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경기와 같았다. 그런데 서울 이랜드는 불쑥 안양 학부모들을 찾았다. 통상 선수 가족 및 관계자들에게 간단히 인사하며 끝맺음하는 것과는 달랐다. 윤대성 감독, 박넝쿨 코치도 함께 중앙선 반대편 관중석까지 다가갔다. 단체로 꾸벅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조금은 얼떨떨해 하던 안양 학부모들. 이내 "수고했다"며 갈채를 보냈다.




이는 서울 이랜드 유스팀 내부에 확립한 3가지 키워드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겸손, 존중, 평정'. 먼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며, 늘 평상심을 추구하는 축구선수가 되길 교육했다고. 선수단뿐 아니라 지도자까지도 상대 학부모를 찾아 존중 의사를 표한 건 분명 신선했다. 하루 전 포항 스틸러스 U-17(포항제철고)전 뒤에도 그렇게 함으로써 승패를 떠난 훈훈한 결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윤 감독은 "수원 삼성 U-15 매탄중을 지도하다가 최근 경남공고를 맡은 강경훈 감독에게서 이런 걸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우리에게 맞게 해보자 싶었다"고 털어놨다. "축구도 축구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을 같이 챙겨야 하는 나이대"라며 지도 배경을 설명했다.

아마축구 현장에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잡은 슬로건 '존중 없이는 축구도 없습니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순히 이기는 것에 목매는 게 아닌, 그 기저에 깔린 중요한 가치를 되새긴 서울 이랜드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는 함께 멀리 가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 이에 시사하는 바가 무척 컸다.

사진=스포탈코리아, 서울 이랜드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