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연탄나눔, 두산과 함께 배달 체험기
입력 : 2019.12.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도봉동] 김현세 기자= "저도 한번 날라 보겠습니다."

영하 3도. 도봉산 자락 밑에서 체감 온도는 더욱 떨어져 온몸을 웅크려야 했던 날. 두산 베어스 선수단 및 임직원 일동은 팬과 함께 사랑의 연탄나눔 일정을 소화했다. 혹한마저 이길 만큼 따뜻한 정이 오간 현장을 몸소 겪어 보기로 했다.

선수 인터뷰가 어려울 만큼 모두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연탄 운반을 자청하자 두산 관계자는 "정말 하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장갑도 꼈으니 가서 돕겠다"고 하니 "저쪽에 팔 토시와 앞치마가 있다"고 방끗 웃으며 안내했다.

두산은 이날 3개 조로 편성해 운반을 진행했다. 어느 곳으로 갈지 몰라 서성대던 차 이영하 이용찬 허경민 등이 속한 2조 운반 현장에서 걸음을 멈췄다. 기자를 알아 본 이영하는 "오! 이곳에 와서 자리 잡으시라"며 포지션을 정해 줬다.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돼 현장을 지휘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원기준 사무총장은 "기자가 연탄 나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농반진반 환영 인사를 건넸다.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웠으나, 얼떨결에 '최초' 타이틀을 얻게 돼 부담이 컸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직접 나르고 얻은 따뜻한 온기도 담아 기사를 써 달라"는 말을 들으니 사명감이 생겼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작한 지 5분이 채 안 돼 웃음기가 가시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이영하는 "말수가 줄어든 것 같다"며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팬과 선수단 모두 동작을 조금씩 바꿨으나, 누구 하나 힘든 내색하는 이는 없었다.



연례 행사가 됐어도 의례적으로 여기는 선수는 없었다. 이영하는 "오늘은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봉사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농담했는데, 실제로 인터뷰를 마다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면서 "고생했으니 끝나고 인터뷰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내게 말하라"며 홍보팀 역할도 자처할 만큼 여유가 넘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용찬은 "이영하가 제일 말 안 듣는다"며 호통을 쳤다.

운반이 한창인 가운데 팬의 열정도 추위를 녹이는 데 몫이 컸다. 지난해까지 구룡마을에서 진행한 연탄나눔은 지원자 정원이 80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마을 동선이 짧아져 40명으로 정원이 줄었다. 그러나 경쟁률은 여전히 치열했다고. 한 팬은 "경쟁이 셌는데, 선착순으로 지원했다.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팬과 함께 어우러져 봉사하는 만큼 두산 선수단 역시 팬에게 친구처럼 다가갔다. 일례로 한 팬이 이용찬에게 '비빔 라면 사건'에 대해 물으니 이용찬은 "꼭 밝히고 싶었다"며 "룸메이트 영하에게 비빔 라면을 부탁했더니 따뜻하게 끓여 와서 다시는 시키지 않는다"며 팬에게 웃음 폭탄을 안겨 봉사 중 큰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바삐 나르다 보니 어느덧 준비한 연탄 5천 장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두산은 올해로 7년째 연탄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단 역시 매년 겨울이면 연탄나눔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긴다. 이용찬은 "매년 하는 일이지만, 늘 보람차다"고 했다. 오재일은 "매년 해 왔으니 특별한 일로 여기지는 않는다. 늘 하던 것처럼 항상 기쁜 마음으로 임한다. 개인적 노하우도 생겼다. 급하게 하려다 연탄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겉으로 볼 때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일 수 있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력적 부담도 분명 있다. 그런데도 두산 선수단은 봉사하고 나서 팬과 따뜻한 음식도 나눠 먹으며 팬 서비스까지 하는 등 소임을 다하고 갔다.

유희관은 "무엇보다 팬과 함께 하는 일이지 않나"라며 "우리가 나른 연탄으로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한다. 우리도 봉사하고 나면 뿌듯하고 마음이 정말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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