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정몽규 회장님, 가장 현명한 선택은 '사퇴'입니다
입력 : 2024.05.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카타르 U-23세 이하 아시안컵 참사, 2024 파리 올림픽 남.녀 축구 동반 탈락, 2023년 승부 조작 등 비위 징계 축구인 기습 사면 단행 및 철회와 더불어 카타르 아시안컵 탁구 게이트, 전 위르겐 클린스만(50.독일) 감독 선임의 부당성과 경질 등 일련의 잇단 사건 사고는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떠오른 한국 축구 현주소다.

이와 관련 정확히 1년전인 지난해 5월 대한축구협회(KFA) 노조위원회가 발행하는 소식지에 익명의 조합원이 특별기고한 KFA 정몽규(62) 회장 관련 내용이 재조명되고 있다. 노조원은 기고문을 통하여 “더 이상 대한민국 축구에 관여하지 말고, 이쯤에서 인연의 고리를 끊자”고 주장하며 정몽규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실로 KFA 내부 구성원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주장이며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합원 주장에 관심을 갖은 국민과 축구팬 그리고 축구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조합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몽규 회장 체제 출범에 대하여, “우리에게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봄이 오는가 싶었다"고 기대감을 표명한 후, 작금의 한국축구 현실을 되짚으며 "한국 축구는 봄기운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고 진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어 조합원은 KFA 행정과 정책 추진 절차는 물론, 고위 수뇌부 인선에 대해서도 "정몽규 회장의 DNA는 일반인의 DNA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일침도 서슴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그동안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 축구의 구성원이 일궈낸 한국 축구의 강과 산이 정몽규 회장에 의해 사라졌다"는 비판과 함께 간접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변화를 갈망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축구 팬 역시 KFA 사옥을 찾아 "스스로 전부 옷 벗고 국민들 앞에 나와서 사죄하고 일괄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외쳤다. 축구 팬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경기 보이콧 운동 전개부터 경기장에서 정몽규 회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정몽규 나가" "몽규 OUT" "협회를 규탄한다"라는 걸개 항위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의 11년 동안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반감 표시다.

이 같은 조합원과 국민, 축구 팬들의 공분에 급기야 7일 한국 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이하 지도자협의회) 역시 정몽규 회장 사퇴 설명서를 발표하며 정몽규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침묵으로 일관했던 축구인들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권리와 책임 찾기 일환으로 읽힌다. 지금 한국 축구는 미래를 위한 비전이 전연 엿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협의회의 설명 발표는 바람을 넘은 경고가 전제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개진한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사측’” 뿐만 아니라 국민과 축구팬 그리고 축구인 모두 동참해야만 할 중요한 문제다.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렇다 한국 축구는 국민과 축구팬 그리고 축구인 모두 공유하는 국기 스포츠다. 이에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우리에게 맡기고 떠나시라"는 조합원의 진심어린 부탁은 옳고, 더불어 "더 이상 대한민국 축구에 관여하지 말고 이쯤에서 인연의 고리를 끊자”라는 조합원의 마지막 외침의 울림은 크다. 이제 정몽규 회장에게 선택의 시간만 남았다.

그 선택은 국민과 축구팬 그리고 축구인들의 거센 비판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아무리 맷집이 커졌다고 4선 도전을 노리는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이제 어떠한 명분으로도 연임의 신뢰성은 담보될 수 없고, 아울러 '회장님 결정'이라는 독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사명이 한국 축구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진정 한국 축구는 잃어버린 르네상스를 되찾아 국민과 축구팬 그리고 축구인 모두가 신명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KFA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의 한국 축구는 수치스러운 성과는 물론 모순된 독단적 결정과 정책의 난맥상 그리고 리더십 실종 등으로 이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정몽규 회장 사퇴 건은 타이밍적으로 늦은감이 있다. 하지만 늦었을 때 떠나는 것도 한편으로 환영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몽규 회장님, 가장 현명한 선택은 사퇴입니다'라는 고언은, 정몽규 회장이 버티기의 침묵이 아닌 KFA 사옥을 떠나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할 명제임이 틀림없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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