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축구 Note] '한국축구의 미래'는 오늘도 숨이 막혔네
입력 : 2019.03.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내일은 좀 나아질까. 대기질 예보를 애타게 확인하는 요즘이다.

이쯤 되면 '공습'이다.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일상생활이 버거울 정도다. 특히 비상저감조치를 연발한 3월 첫째 주는 국가적 재난 수준이었다. 정치, 사회, 경제, 연예, 스포츠 등을 통틀어 이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이슈가 있었을까. 당장 숨도 못 쉴 마당에 말이다.

실외 스포츠 축구에는 직격탄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1 개막 라운드를 마친 뒤 "유료 관중이 지난해 대비 44.7% 증가했다"고 알렸다. 의미 있는 수치다. 다만 장기적으로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게 사실이다. 마스크 부대가 관중석을 메울 수도 없고. 박종환 전 감독이 고지대 실전을 대비해 선수들의 입과 코를 가렸다는 일명 '마스크 축구'가 부활할 수도 없고.

축구로 밥 먹고 사는 프로선수만이 아니다. 이를 꿈꾸며 나아가는 새싹도 발암물질에 무방비 노출됐다. 지난달 전국 각지에서 열린 춘계대회는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각 학교로 복귀한 뒤 하늘은 급변했다. 권역을 정하고 지역별 전국체전 예선 일정 등을 발표한 가운데, 장밋빛은 언감생심이다. 특정 지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잿빛이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미세먼지에 따른 일정 연기 및 취소를 공식적으로 논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움직임이었다. 아마축구 쪽도 대회, 리그 등 공식경기를 대상으로 한 관련 수치가 있다(물론 아직 연기 전례가 없어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단, 훈련 및 연습경기 등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저 팀 공지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두 아들을 축구선수로 둔 A는 "답답해 죽겠다. 훈련 여부에 참견하는 게 유난 떠는 모습으로 비칠까 봐 걱정"이라며 속앓이했다. 최근에는 이런 취지를 담은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유별난 한두 명의 문제가 절대 아니란 얘기다.

아마축구에 십수 년째 몸담아온 B 감독은 "외부 훈련을 진행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실내로 옮겼다. 학교마다 다 다르다. 애매해 하는 지도자가 많다"라고 실상을 알렸다. 또 다른 팀의 C 코치도 "참 어려운 문제"라며 힘을 실었다.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나오느니 그냥 훈련하겠다는 감독님도 계신다.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게 안다. 아예 정책적으로 딱 정해주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축구 관계자 D, E도 이에 깊이 공감했다. 현실에 비춰 아쉬움도 토로했다. D는 "이제는 미세먼지로 훈련하느냐 안 하느냐도 눈치 보는 시대가 됐다. 전화로 '그 팀은 오늘 밖에서 훈련해요?'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하더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수치를 정하며 공식경기 지침은 내렸지만, 그 외 스케줄은 각 팀에 달린 상태다. 이렇게 심각하게 닥칠 줄 몰랐을 것"이라던 E도 대처를 촉구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국가적 중차대한 사안으로 삼으며 심각성을 환기했다. 축구계도 그간 이를 등한시한 건 아니었으나, 근본적 문제 해결만 기다릴 수도 없다. 사후 대책 적용도 범위를 확장하고 속도를 올려야 할 때. 이러다 한국축구의 뿌리며 꽃이며 다 죽게 생겼다.


※경기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



사진=대한축구협회, 청와대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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