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이 예선라운드 전승으로 16강 직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대회 4일차인 19일,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남자3조 예선 4라운드 경기에서 인도를 3대 0으로 완파했다. 접전이 예상되던 난적이었으나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쾌승을 거뒀다.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초반부터 빠르게 앞서가야 한다던 장우진(28)은 실전에서 자신의 의지를 실천했다. 2구, 3구, 가능한 빠른 시점에서 특유의 포어핸드 파워 톱스핀을 작렬시켰다. 상대가 변칙적인 박자를 활용해 반격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첫 게임을 11-4로 간단히 끝냈다. 인도 에이스 데사이 하르밋도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가능한 늦은 시점까지 랠리를 끌고 가기 위해 노력했다. 5구, 6구로 이어지면 점수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이 막히면서 장우진은 2게임에서 고전했다. 8-10까지 게임포인트를 먼저 내줬다. 하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장우진은 다시 각성했다. 벼랑 끝에서도 공격 일변도 흐름을 유지하며 연속 4득점으로 포효했다. 잠시 꼬일 뻔했던 경기는 장우진이 2대 0으로 앞서면서 원래의 궤도를 되찾았다.
2게임을 아쉽게 내준 데사이 하르밋은 평정심을 잃었고, 장우진은 반대였다. 데사이 하르밋이 중요한 순간마다 범실을 범했고, 장우진은 고비마다 파워를 폭발시켰다.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던 첫 매치는 장우진의 3대 0 완승으로 끝났다. 데사이 하르밋은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장우진과는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1승 1패로 호각세였다. 오히려 최근인 2023년 WTT 컨텐더 라고스 대회에서 장우진이 0대 3 완패를 당해 경기 전 우려가 컸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장우진은 당시 경기를 돌이켜 분석했고, 이길 수 있는 답을 찾아 경기에 임했다. 한국은 첫 매치 에이스 대결에서 기선을 제압했고, 월요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기임에도 경기장을 든든히 메운 홈 관중이 큰 소리로 환호했다.
첫 매치 완승 분위기는 다음 매치들로도 물 흐르듯 이어졌다. 2매치에서는 임종훈(27·한국거래소)이 등장해 승기를 장악했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세기를 활용한 속공을 주로 구사하는 인도탁구의 전형적인 선수인 그나나세카란 사티얀이 맞섰으나 작정한 듯 더 가까이에서 더 빠른 공격으로 무섭게 몰아치는 임종훈을 당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전날 경기 중에도 인도전을 생각했었다는 임종훈은 머릿속에 그린 그대로 유유히 경기를 끝내고 벤치에 앉았다. 별다른 고비 없이 빠르게 두 번째 매치가 끝났다.
3매치에서는 ‘맏형 대결’이 벌어졌다. 한국대표팀 맏형 이상수(33·삼성생명)가 자신보다도 여덟 살이나 더 많은 인도의 맏형 아찬타 샤라드 카말(41)을 상대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두 노장이 노련한 경기운영을 앞세워 백중세의 랠리를 전개했다. 첫 게임을 이상수가 가져왔고, 두 번째 게임을 카말이 가져갔다. 하지만 점차 승부는 스피드에서 우위를 보인 이상수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게임을 내준 이상수는 분풀이하듯 3, 4게임을 압박했다. 이상수의 닥공 면모가 살아나자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한국의 3대 0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경기를 모두 마친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준 관중들과 한 번 더 어울렸다. 공을 관중석으로 쳐주며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도 찍었다. 이날은 특히 대표팀 막내 박규현의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많은 동호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직접 경기를 뛰지 않은 박규현에게도 이 날의 승부는 좀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경기 직후 주세혁 한국남자대표팀 감독은 “스코어는 쉽게 이겼지만 경기 내용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16강 이후부터는 더욱 강한 상대들을 만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좀 더 철저히 준비해나가겠다. 특히 린윤주가 있는 대만이나 유럽의 덴마크, 크로아티아 같은 상대들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고비였던 인도전 첫 매치에 나와 기선을 제압한 장우진은 “오늘 경기는 우리가 준비한 전략대로 풀어갈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였다. 종훈이가 에이스로 나가기 때문에 좀 더 부담이 됐겠지만, 경기 순서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토너먼트인데 기술이라는 게 짧은 시간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누가 더 강한 정신력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다. 우리가 어떤 걸 목표로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경기에 나갈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매치 주자로 출전했던 임종훈은 “사실 인도전은 걱정이 많이 됐었다. 전날 밤 악몽을 꾸기까지 했다. 전쟁터에서 쫓겨다녔다. (웃음) 그래도 걱정보다는 쉽게 풀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실은 경기 전에 걱정이 많은 대신 경기에 들어가서 몸이 풀리면 잘 되는 스타일이긴 하다. 토너먼트도 지금 걱정이 많지만 시작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지면 끝이고 실수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오늘 경기처럼 철저하게 준비해서 어떤 실수도 하지 않고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상수는 3매치에서 아찬타 샤라드 카말에게 한 게임을 내줬다. “워낙 많은 시합을 했던 상대여서 서로 약점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 그걸 막느냐의 싸움이었다. 게임을 내준 것을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기술적으로 자신이 있었다. 준비했던 게 잘 먹혔고 결국 이겼다. 그리고 이제는 토너먼트다. 많은 관중이 연일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시는데 확실히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안 나던 힘도 난다. 성원에 보답할 수 있게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예선 모든 경기를 완승으로 장식하면서 16강으로 직행했다. 폴란드(16일), 뉴질랜드(17일), 칠레(18일), 인도(19일) 등 모든 상대에게 단 한 매치도 내주지 않는 선전을 펼쳤다. 이번 대회는 조 1위가 16강으로 직행하고, 2위와 3위가 토너먼트 1회전을 벌여 승리하는 팀이 16강에 오르는 방식이다. 한국이 1위를 확정한 3조에서는 폴란드와 인도, 칠레가 남은 본선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토너먼트 1회전이 끝나는 20일 오후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