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이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했다. 벡스코 특설경기장 초피홀에서 23일 첫 경기로 열린 8강전에서 난적 덴마크를 3대 1로 꺾었다.
덴마크는 남자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많은 경계를 했던 팀이다. 8강전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팀으로 꼽았었다. 그러나 결국 상대로 결정되자 대표팀은 했던 경계만큼이나 많은 준비를 하고 출전했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수많은 팬들이 운집했고, 경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임종훈(27‧한국거래소)이 첫 판에 기선을 제압했다. 특히 상대가 기다리는 코스의 역을 뚫어내는 선택은 압권이었다. 덴마크의 아너스 린드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뒤로 물러나 로빙을 띄워가며 끈끈하게 따라붙었다. 마치 은퇴한 자국 레전드 미하엘 메이스(2005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동메달)를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같은 왼손 전형에 유독 자신 있는 임종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강한 톱스핀을 작렬시켰고, 결국 수비벽을 허물었다. 4게임 듀스접전이 임종훈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경기장을 메운 관중의 함성도 박수도 일찍부터 달아올랐다.
2매치 장우진(28)은 몸이 무거웠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오른쪽 햄스트링에 평소보다 많은 신경을 썼고, 장기인 포어핸드 톱스핀은 덴마크 에이스 요나탄 그로트의 왼손 블록에 자주 차단됐다. 1, 2게임을 연달아 내줘 패색이 짙었다. 3게임에서 잠시 공격이 살아나며 포인트를 가져왔지만, 4게임에서 다시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요나탄 그로트의 백핸드 톱스핀은 날카로웠고, 장우진은 3에서 묶인 채 속절없이 게임을 내줬다. 매치스코어가 1대 1이 되면서 경기장에 긴장감이 짙게 드리웠다.
3매치에서는 양 팀 비장의 카드가 부딪쳤다. 주세혁 감독이 이상수 대신 안재현(24‧한국거래소)을 내보냈고, 덴마크 역시 한국이 예상 못한 마르틴 안데르센이 나왔다. 특히 마르틴 안데르센은 올해 국제무대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었다. 무려 세계선수권 8강전 3매치가 올해 국제무대 첫 출전이었다. 안재현으로서도 생소한 상대였는데, 당황하는 대신 흐름을 빠르게 가져왔다. 첫 게임을 2에서 묶었고, 이어진 2, 3게임에서는 접전을 펼쳤으나 결국은 게임을 내주지 않고 마무리했다. 빠른 발로 곳곳을 누빈 안재현 특유의 장악력이 빛났다. 흐름은 다시 한국 쪽을 향했다.
첫 주자로 나와 기선을 제압하는 공을 세운 임종훈과 2매치에서 한국 에이스를 잡은 요나탄 그로트가 맞붙은 4매치는 승부처였다. 장우진의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한 상황에서 최종 매치까지 갈 경우 승산이 충분하지 않았다. 위기에서 상대 에이스를 만난 임종훈은 이 날의 히어로였다. 첫 게임을 먼저 내줬으나 곧바로 전열을 정비했다. 듀스접전 끝에 2게임을 가져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게임 듀스는 분기점이었다. 짧은 서비스 후 3구 공격이 다 들어갔다. 임종훈이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바나나플릭도 적중률이 높아졌다. 관중의 뜨거운 함성 속에 3게임도, 4게임도 임종훈이 이겼다. 3대 1 이날의 에이스 임종훈이 한국의 4강을 견인했다.
임종훈은 요나탄 그로트와 거의 10년 전인 2015년에 딱 한 번 맞대결해 패한 적이 있었다. 이 날의 승리로 임종훈은 오래 묵혀뒀던 설욕전도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남자대표팀은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먼저 가있는 중국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남자탁구는 지난 2016년 대회 이후 3회 연속 동메달 기록을 이어왔다. 2016년은 중국, 2018년과 2022년은 독일에 4강에서 패해 동메달로 만족했다. 이번 대회 4강 진출은 4연속 기록이다. 그리고 201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패했던 중국을 다시 만났다. 당시 4강 멤버로 중국은 마롱과 판젠동이 남아있고, 한국은 주장 이상수와 에이스 장우진이 남아있다. 홈그라운드로 배경이 달라진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과 중국의 4강전은 24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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