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중국과의 8강전을 끝으로 대회 일정을 모두 마감한 여자대표팀이 23일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한국이 덴마크와 접전을 벌인 남자단체전을 응원했고, 오후에는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해 경기 중에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팬 사인회도 열었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박형준‧유승민)는 이 날 대회를 찾아 선수들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초피홀(제1경기장)과 루피홀(제2경기장) 사이에 마련된 팬존은 사인회 장소로 적격이었다. 팬숍(초피&루피숍) 상품구매자들 중 50명을 랜덤으로 추첨해 참가자들을 선정했다.
마스코트 초피와 루피가 아로새겨진 굿즈를 사다가 당첨된 팬들은 다섯 명의 여자대표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촬영하며 뜻밖의 행운을 만끽했다. 목표보다 일찍 일정을 마감한 선수들도 팬들의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받고 다시 힘을 내며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인상적인 것은 이번 대회는 10대 20대의 젊은 팬들이 다수 경기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학생으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는 주현민 씨는 “본래 탁구를 자주 접하지는 못했다. 사는 곳이 가까워 경기장을 찾았다가 탁구의 매력에 빠졌다”고 밝혔다. “여자선수들이 목표에 한 발 모자랐지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만큼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아프지 말고 열심히 운동해서 파리에서는 꼭 메달을 획득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역시 부산이 집으로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하고 있는 20대 윤영현 씨는 관중 안내 일을 맡고 있는데 잠시 경기가 없는 틈을 타 팬존을 찾았다가 뜻밖의 행운을 얻었다. “코리아라는 영화를 보고 탁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윤영현 씨는 “자원봉사를 신청한 것도 실은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이번 대회에 참여하면서 탁구의 진짜 매력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지희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팬이 됐다”는 윤영현 씨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정말로 수고 많았다”고 격려했다. “파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8강으로 마쳤다. 예선 5조에서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푸에르토리코, 쿠바에게 연승을 거두고 16강에 직행했다. 16강전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화제를 일으켰던 브라질을 꺾고 8강에 올랐다. 한국의 최종전이 된 8강전에서 최강팀 중국을 만나는 불운으로 일찍 경기일정을 접었지만, 8강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조기에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선수들은 팬 사인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해 이번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신유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성적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경기를 경험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올림픽에서는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마다 투혼을 발휘하며 많은 박수를 받은 전지희는 “저희가 목표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어제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과분한 응원을 받아 행복하고 기뻤다. 이번 대회를 더 잘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 중 유일하게 모든 경기에 출전한 이시온 역시 “저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이렇게 큰 세계대회에 선수로서 참여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큰 응원을 받으면서 시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원팀으로 통했다. 많은 시합을 뛰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힘을 보탠 이은혜와 윤효빈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뛴 영광스런 경험을 앞으로 더욱 좋은 선수가 되는 바탕으로 삼겠다.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자회견 직후 팬존으로 이동해 팬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은 선수들은 비로소 이번 대회의 모든 공식 일정을 마감한 셈이 됐다. 물론 남자팀의 경기가 아직 남아있는 만큼 마지막 날까지 경기장에 남아 세계선수권을 함께할 예정이지만, 남은 이틀은 경기보다는 다가올 또 다른 도전에 대한 각오를 다잡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광헌 감독은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더라도 철저한 몸 관리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선수권대회 경기 일정을 조기에 끝낸 여자대표팀의 시선은 이미 7월의 파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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