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마냥 어리다고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2차 스프링캠프를 앞둔 SSG 랜더스 이숭용(53) 감독이 이 점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했다.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이숭용 감독은 2024년 SSG 대만 2차 스프링캠프를 위한 출국에 앞서 "첫 단추를 굉장히 잘 끼웠다. 다들 몸을 굉장히 잘 만들어 왔다. 고참 선수들이 잘 이끌어줬고 중간 연차의 선수들도 잘해줬다. 어린 선수들은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이숭용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어려운 숙제를 받았다. SSG는 우승 경쟁력을 갖추면서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팀이었다. 추신수(42), 최정(37), 김광현(36), 한유섬(36)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우승에 더 도전해야 했다. 또 2028년 완공 예정인 청라돔 개장에 발맞춰 그 시대를 이끌어 갈 제2의 김광현, 최정 같은 유망주들이 필요했다.
정용진 구단주의 요구이기도 했다. 취임식 당시 이숭용 감독은 "구단주님이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주셨다. 성적과 육성을 다 잡아달라고 하셨다. 성적만 생각했다면 다른 분을 찾지 않았을까"라면서 "현재 SSG는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팀은 늘 상위권에 있을 수 있다"고 지론을 밝힌 바 있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보다 어린 선수들이 고참들을 상대로 최소한의 경쟁력을 보여줬을 때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자연스러운 그림을 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는 이 감독이 직접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첫 무대였다.
약 20여 일의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 감독은 "좌익수 기예르모 에레디아(33), 중견수 최지훈(27), 우익수 한유섬과 추신수, 3루수 최정(37), 유격수 박성한(26)을 제외한 포지션에서 경쟁이 한창"이라면서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모두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기분이 좋지만, 정말 머리가 아프다. 투수 코치와 함께 굉장히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SSG는 외국인 투수들이 흔들리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인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오락가락하는 동안 김광현과 오원석 외에 다른 국내 선발 투수들도 좀처럼 폼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외국인 투수는 로에니스 엘리아스(36) 재계약, 로버트 더거(29) 영입으로 안정적인 원투펀치로 꾸린 가운데 김광현까지 3선발 자리는 확고해 보인다. 4선발 이하 후보군 중에서는 겨우내 14㎏를 감량하는 등 절치부심했던 '잠수함' 박종훈(33)이 가장 앞섰다.
이 감독은 "더거는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좋은 걸 많이 갖고 있었다. 특히 떠오르는 듯한 패스트볼이 정말 좋았다. 변화구도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줄 알고 공격적인 피칭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박)종훈이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 온 것이 느껴졌다. 감량도 많이 했고 투구 밸런스와 던지는 그림 자체가 정말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종훈이가 가장 앞서지 않나 싶다. (오)원석이도 그렇고 두 선수가 경각심을 가졌는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독으로서 고민이 커진다"고 미소 지었다.
격전지는 또 있다. 이지영(38)의 영입과 김민식(35)의 잔류로 복잡해진 안방과 최주환(36)의 이적으로 휑해진 2루 그리고 몇 년째 주인을 잃은 1루다. 일단 포수와 2루는 긍정적이다. 2루에서는 안상현(27)이 조금은 앞선 모양새다. 안상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성실한 태도와 연습경기에서의 좋은 모습으로 코치진이 꼽은 야수조 MVP와 고참 선수들이 직접 뽑은 선수단 MVP를 싹쓸이했다.
이 감독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2루는 모 선수(안상현)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웃으면서 "포수는 (김)민식이와 (이)지영이가 몸을 잘 만들어 왔고 (조)형우도 많이 좋아져서 시범 경기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행복한 고민을 공유했다.
하지만 1루 이야기에는 조금 더 냉정해졌다. 올 시즌 SSG 1루는 군 입대도 미룬 전의산(24), 거포 유망주 고명준(22), 베테랑 오태곤(33)과 강진성(31)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히 전의산과 고명준은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금 더 분발이 요구된다.
이 감독은 "1루는 정말 모르겠다. 두 선수(전의산, 고명준)의 폼이 조금 더 올라와야 한다. 지금 모습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라이브 배팅 때 조금 좋아지긴 했는데 그 정도로는 1군에서 쉽지 않다.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맞는데 이제 열심히보단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강진성을 포함해 퓨처스 선수들도 대만에서 함께 보려 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취임식 때부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강조했던 기조를 여전히 잃지 않았다. 이 감독은 "코치진과 프런트 모두가 선수들을 보고 느끼고 있다. 경쟁력이 있어야지만 기용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프로 선수라면 어느 정도 경쟁력은 갖춰야 한다"며 "경쟁력 없이 주전을 차지하는 건 어떻게 보면 팬들에 대한 기만이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경기에 출전하는 건 내 생각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치열하게 야구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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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 감독이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이숭용 SSG 감독(왼쪽)이 김재현 단장과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이숭용 감독은 2024년 SSG 대만 2차 스프링캠프를 위한 출국에 앞서 "첫 단추를 굉장히 잘 끼웠다. 다들 몸을 굉장히 잘 만들어 왔다. 고참 선수들이 잘 이끌어줬고 중간 연차의 선수들도 잘해줬다. 어린 선수들은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이숭용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어려운 숙제를 받았다. SSG는 우승 경쟁력을 갖추면서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팀이었다. 추신수(42), 최정(37), 김광현(36), 한유섬(36)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우승에 더 도전해야 했다. 또 2028년 완공 예정인 청라돔 개장에 발맞춰 그 시대를 이끌어 갈 제2의 김광현, 최정 같은 유망주들이 필요했다.
정용진 구단주의 요구이기도 했다. 취임식 당시 이숭용 감독은 "구단주님이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주셨다. 성적과 육성을 다 잡아달라고 하셨다. 성적만 생각했다면 다른 분을 찾지 않았을까"라면서 "현재 SSG는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팀은 늘 상위권에 있을 수 있다"고 지론을 밝힌 바 있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보다 어린 선수들이 고참들을 상대로 최소한의 경쟁력을 보여줬을 때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자연스러운 그림을 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는 이 감독이 직접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첫 무대였다.
약 20여 일의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 감독은 "좌익수 기예르모 에레디아(33), 중견수 최지훈(27), 우익수 한유섬과 추신수, 3루수 최정(37), 유격수 박성한(26)을 제외한 포지션에서 경쟁이 한창"이라면서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모두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기분이 좋지만, 정말 머리가 아프다. 투수 코치와 함께 굉장히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숭용 감독이 25일 대만 스프링캠프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박종훈. /사진=SSG 랜더스 |
지난해 SSG는 외국인 투수들이 흔들리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인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오락가락하는 동안 김광현과 오원석 외에 다른 국내 선발 투수들도 좀처럼 폼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외국인 투수는 로에니스 엘리아스(36) 재계약, 로버트 더거(29) 영입으로 안정적인 원투펀치로 꾸린 가운데 김광현까지 3선발 자리는 확고해 보인다. 4선발 이하 후보군 중에서는 겨우내 14㎏를 감량하는 등 절치부심했던 '잠수함' 박종훈(33)이 가장 앞섰다.
이 감독은 "더거는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좋은 걸 많이 갖고 있었다. 특히 떠오르는 듯한 패스트볼이 정말 좋았다. 변화구도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줄 알고 공격적인 피칭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박)종훈이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 온 것이 느껴졌다. 감량도 많이 했고 투구 밸런스와 던지는 그림 자체가 정말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종훈이가 가장 앞서지 않나 싶다. (오)원석이도 그렇고 두 선수가 경각심을 가졌는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독으로서 고민이 커진다"고 미소 지었다.
격전지는 또 있다. 이지영(38)의 영입과 김민식(35)의 잔류로 복잡해진 안방과 최주환(36)의 이적으로 휑해진 2루 그리고 몇 년째 주인을 잃은 1루다. 일단 포수와 2루는 긍정적이다. 2루에서는 안상현(27)이 조금은 앞선 모양새다. 안상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성실한 태도와 연습경기에서의 좋은 모습으로 코치진이 꼽은 야수조 MVP와 고참 선수들이 직접 뽑은 선수단 MVP를 싹쓸이했다.
이 감독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2루는 모 선수(안상현)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웃으면서 "포수는 (김)민식이와 (이)지영이가 몸을 잘 만들어 왔고 (조)형우도 많이 좋아져서 시범 경기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행복한 고민을 공유했다.
전의산. /사진=SSG 랜더스 |
고명준. /사진=SSG 랜더스 |
하지만 1루 이야기에는 조금 더 냉정해졌다. 올 시즌 SSG 1루는 군 입대도 미룬 전의산(24), 거포 유망주 고명준(22), 베테랑 오태곤(33)과 강진성(31)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히 전의산과 고명준은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금 더 분발이 요구된다.
이 감독은 "1루는 정말 모르겠다. 두 선수(전의산, 고명준)의 폼이 조금 더 올라와야 한다. 지금 모습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라이브 배팅 때 조금 좋아지긴 했는데 그 정도로는 1군에서 쉽지 않다.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맞는데 이제 열심히보단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강진성을 포함해 퓨처스 선수들도 대만에서 함께 보려 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취임식 때부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강조했던 기조를 여전히 잃지 않았다. 이 감독은 "코치진과 프런트 모두가 선수들을 보고 느끼고 있다. 경쟁력이 있어야지만 기용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프로 선수라면 어느 정도 경쟁력은 갖춰야 한다"며 "경쟁력 없이 주전을 차지하는 건 어떻게 보면 팬들에 대한 기만이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경기에 출전하는 건 내 생각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치열하게 야구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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