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서로가 '꼰대'를 자처하는 팀이 있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인 LG 트윈스다.
LG 트윈스는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팀이다. 이제는 주장 완장을 넘겨줬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현수를 비롯해 '캡틴' 오지환,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트린 '투수조장' 임찬규도 있다. 이밖에 박동원과 박해민도 안방과 외야에서 각각 베테랑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야구계에서 이른바 '쓴소리'를 많이 하는 선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쓴소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꾸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만난 김현수는 "인터뷰를 하니까 '쓴소리'라 그러지. 사실 저는 당연한 말을 하는 거다. 연습하라고 하는 게 어떻게 쓴소리인가"라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수는 "연습을 안 하는 후배에게 연습하라고 하는 게 당연한 말 아닌가요"라면서 "다 같이 돈을 받으며 뛰는 선수다.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거다. 당연한 말을 하는 건데, 어떻게 쓴소리인가. 아, 물론 진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는 쓴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저는 '연습하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당연한 말인데…. 당연한 걸 안 하는 선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모르겠다. 세상이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 변하면 안 되는데"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김현수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 누구보다 그는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무대도 경험하며 '신고 선수' 출신 신화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김현수가 야구장에서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후배들도 당연히 많다. 김현수가 LG에 와서 팀 문화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요즘 사회에서 꼰대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소위, 자신의 경험만 옳다고 주장하고 권위만 앞세우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학생들의 은어로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다.
LG 트윈스의 주장 오지환은 자신을 두고 꼰대라 표현했다. 최근 캠프 현장에서 만난 오지환은 "저는 사실, 유하면 유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꼰대가 확실해요"라며 주위에 웃음을 안긴 채 입을 연 뒤 "저는 이곳 캠프에 온 뒤부터 대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미안한데, MZ 세대? 이런 거 나는 잘 모른다. 그런 거 모르고, 제가 생각하는 야구는 일단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팀으로 한두명이 가는 게 아니라, 30명 엔트리가 다 같이 가려면 분명한 선이 존재해야 한다. 그게 잘 됐을 때는 터치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나는 진짜 (그런 꼴) 못 본다. 캠프까지 왔는데, 파이팅도 내지 않고. 언제까지 파이팅을 내야 한다? 그럼 쉬어. 호텔로 가' 저는 약간 이런 식이다. 하기 싫거나 안 할 거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만 흐릴 뿐이다. 선동하지 말고 그냥 호텔 가서 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역시 "(저도 꼰대가) 안 될 수가 없겠던데요"라며 웃은 뒤 "저희가 안 좋은 말을 하면 무조건 꼰대가 돼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좋은 말을 해줘도 꼰대, 나쁜 말을 해도 꼰대다. 왜냐하면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꼰대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저희뿐만 아니라, 저희 선배들도 그랬을 것이고, 저희, 그리고 후배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단체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규율이다. 정해놓은 틀이라 생각한다. 그것만 안 벗어나면 괜찮다. 우리가 하자는 건 해야 한다. 이 규율이라는 게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지 말자, 유니폼을 챙겨 와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야구 선수니까 '사인을 외워야 하는 것'도 규율이라 할 수 있다. 무언의 약속이다. 외워 와야 다 같이 할 수 있다. 그런 걸 다 잘하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야구장 밖에서는 구단도 그렇고 저희가 통제할 수 없다. 그 부분은 자기 관리의 영역"이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꼰대를 자처한 건 '투수조장' 임찬규도 마찬가지였다. 임찬규는 "저도 꼰대예요"라고 쿨하게 말하면서 "다만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다. 저는 제가 딱 말할 수 있는 타이밍에, 한 번 더 참고 기회를 준다. 한 번 더 좋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저는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다만 그 즐거움 속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선은 있어야 한다. 제가 올해 다시 투수조장을 맡은 것도 (오)지환이 형과 방향성이 맞았다. 2년간 되게 잘 맞았고, 저도 지환이 형을 잘 따랐다. 지환이 형은 제가 후배인데 오히려 투수 쪽은 저한테 일임하고 믿음을 주셨다. 저 역시 위계질서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 역시 어렸을 때 그렇게 보고 커왔다. 그중에서 좋은 건 받아들이고, 안 좋은 건 버리면서 소통하려고 한다. 최대한 이야기를 취합하고 많이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의 힘. 이렇게 꼰대를 자처하는 베테랑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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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 휸련에 임하고 있는 모습. |
LG 트윈스는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팀이다. 이제는 주장 완장을 넘겨줬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현수를 비롯해 '캡틴' 오지환,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트린 '투수조장' 임찬규도 있다. 이밖에 박동원과 박해민도 안방과 외야에서 각각 베테랑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야구계에서 이른바 '쓴소리'를 많이 하는 선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쓴소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꾸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만난 김현수는 "인터뷰를 하니까 '쓴소리'라 그러지. 사실 저는 당연한 말을 하는 거다. 연습하라고 하는 게 어떻게 쓴소리인가"라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수는 "연습을 안 하는 후배에게 연습하라고 하는 게 당연한 말 아닌가요"라면서 "다 같이 돈을 받으며 뛰는 선수다.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거다. 당연한 말을 하는 건데, 어떻게 쓴소리인가. 아, 물론 진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는 쓴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저는 '연습하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당연한 말인데…. 당연한 걸 안 하는 선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모르겠다. 세상이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 변하면 안 되는데"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김현수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 누구보다 그는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무대도 경험하며 '신고 선수' 출신 신화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김현수가 야구장에서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후배들도 당연히 많다. 김현수가 LG에 와서 팀 문화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요즘 사회에서 꼰대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소위, 자신의 경험만 옳다고 주장하고 권위만 앞세우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학생들의 은어로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다.
LG 트윈스의 주장 오지환은 자신을 두고 꼰대라 표현했다. 최근 캠프 현장에서 만난 오지환은 "저는 사실, 유하면 유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꼰대가 확실해요"라며 주위에 웃음을 안긴 채 입을 연 뒤 "저는 이곳 캠프에 온 뒤부터 대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미안한데, MZ 세대? 이런 거 나는 잘 모른다. 그런 거 모르고, 제가 생각하는 야구는 일단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팀으로 한두명이 가는 게 아니라, 30명 엔트리가 다 같이 가려면 분명한 선이 존재해야 한다. 그게 잘 됐을 때는 터치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나는 진짜 (그런 꼴) 못 본다. 캠프까지 왔는데, 파이팅도 내지 않고. 언제까지 파이팅을 내야 한다? 그럼 쉬어. 호텔로 가' 저는 약간 이런 식이다. 하기 싫거나 안 할 거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만 흐릴 뿐이다. 선동하지 말고 그냥 호텔 가서 쉬라고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LG 손주영, 엔스, 백승현. |
꼰대를 자처한 건 '투수조장' 임찬규도 마찬가지였다. 임찬규는 "저도 꼰대예요"라고 쿨하게 말하면서 "다만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다. 저는 제가 딱 말할 수 있는 타이밍에, 한 번 더 참고 기회를 준다. 한 번 더 좋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저는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다만 그 즐거움 속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선은 있어야 한다. 제가 올해 다시 투수조장을 맡은 것도 (오)지환이 형과 방향성이 맞았다. 2년간 되게 잘 맞았고, 저도 지환이 형을 잘 따랐다. 지환이 형은 제가 후배인데 오히려 투수 쪽은 저한테 일임하고 믿음을 주셨다. 저 역시 위계질서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 역시 어렸을 때 그렇게 보고 커왔다. 그중에서 좋은 건 받아들이고, 안 좋은 건 버리면서 소통하려고 한다. 최대한 이야기를 취합하고 많이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의 힘. 이렇게 꼰대를 자처하는 베테랑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LG 오지환. |
LG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 휸련에 임하고 있는 모습. 임찬규(가운데)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
LG 김현수. |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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