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축구회관=박재호 기자]
황선홍(55)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3월 A매치를 이끌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확정됐다. 정식 감독은 5월 초에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을 뽑는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시작한 전력강화위는 2시간 30분여 지난 오후 4시 30분께 회의 브리핑을 통해 "황선홍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황선홍 감독은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 경질 이후 11일 만에 대표팀 임시 사령탑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다음 달 21일과 26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태국과의 2연전을 지휘한다.
이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해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금까지 진행된 1~3차 회의 결과 및 감독 선임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임시 감독으로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다가오는 6월 A매치 사령탑 선임에 차질이 없도록 5월 초에 새 정식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회의까지 총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에선 임시 감독과 정식 감독 중 장기적 관점에서 정식 감독을 뽑자는 얘기가 있었다. 이후 새 감독에 대한 논의가 없었는데도 1차 회의 이후 특정 감독이 거론되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정식 감독을 뽑기로 했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 방향을 바꾸는 방향이 맞다고 봤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감독을 뽑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A매치 2경기를 K리그 현직 감독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였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외국인 감독 선임도 어려웠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속한 감독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고심 끝에 대표팀 임시 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해성 위원장은 "임시 감독 후보는 3명이었고 25일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감독제안을 했다. 황선홍 감독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어제 수락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황선홍 감독을 선택한 이유로 "다른 나라 협회에서도 A대표팀 감독이 23세 이하를 동시에 지휘하는 사례가 있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황선홍 감독을 1순위로 꼽은 이유는 국제축구이 많고 경험 아시아축구에 대한 이해도 갖췄다"고 밝혔다.
3월 A매치와 올림픽 대표팀의 중동 친선 대회 일정이 겹치는 것에 대해 정해성 위원장은 "파리 올림픽 예선을 진행하면서 A대표팀도 지휘하는데 무리가 없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며 "이 기간에 올림픽 대표팀이 중동 친선대회에 출전하는데 황선홍 감독을 제외한 기존 코칭스태프가 팀을 이끌 예정이다. 황선홍 감독은 A매치 기간에 별도의 코치진을 꾸릴 것이다. 3월 A매치가 끝나면 황선홍 감독은 다시 올림픽 대표팀에 매진한다"고 전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감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회의를 마쳤다. 선입견과 외압 없이 감독을 뽑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과 일문일답 -대표팀 코치진은 어떻게 구성할 예정인가?
▶황선홍 감독이 추후 저와 상의하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정식 감독은 어떤 감독으로 뽑을 예정인가?
▶전체적인 위원님들의 의견은 1차 회의 때와 달랐다. 축구 팬들의 정서를 우리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K리그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금 조급하게 정식 감독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팬들의 정서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임시 감독으로 결정했다.
-황선홍 감독이 성적이 만약 안 좋다면 전력강화위에서 책임을 질 것인가?
▶황선홍 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1년 6개월동안 팀을 꾸려오며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 두 팀을 한꺼번에 맡지만 중동 친선 대회의 경우 올림픽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력에 대한 점검 차원으로 판단된다. 양쪽 모두 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황선홍 감독에게 위원님들의 의견을 전했고 황선홍 감독이 고민 후 수락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릴수 있는 것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제가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겠다.
-5월 초까지 새 감독 후보군을 정한다고 했는데 국내 지도자인가, 외국 지도자인가?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차 회의에서 '8가지 역량'으로 기준점을 잡는다고 얘기한 바 있다. 협회를 통해 관심이 있다는 외국인 감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시 감독 후보 3인은 누구였나?
▶위원님들이 각자 개인 의견을 냈다. 그 안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감독이 황선홍 감독이었다. 우선적으로 황선홍 감독을 만나보고 2, 3순위로 만나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 다른 후보를 거론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앞서 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 새 감독을 뽑기 위해 전력강화위를 재편하면서 마이클 뮐러 위원장의 후임으로 정해성 협회 대회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지난 20일 선임했다. 새 전력강화위원으로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선임했다.
전력강화위 재편 하루 만인 지난 21일 1차 회의를 열었지만 협회 측의 명확한 의견과 메시지는 없었다. 정해성 위원장은 긴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대부분 원론적인 말들로 답답함을 안겼다.
1차 회의에서는 3월 A매치 전까지 임시 감독이 아닌 정식 감독으로, 외국인 감독보단 국내 감독을 뽑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정해성 위원장은 "임시 감독 체제는 현실적으로 여러 장애가 있어 택하기 어렵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K리그 현직 감독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쉬고 있는 감독, 일을 하고 있는 감독 모두 후보에 올려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후보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팬들은 K리그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을 뽑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K리그 개막이 코앞에 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남기고 간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들 감독이 나타날지도 의문이었다.
울산 HD 공식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지난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성명문을 발표하며 KFA를 비난했다. 처용전사 측은 "다수 매체에 보도된 KFA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이어 "KFA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FA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다"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지난날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KFA는 2차 회의에서 3월 A매치는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KFA의 '입장 바꾸기' 행보에 팬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차기 감독으로 거론됐던 K리그 현직 감독들도 대표팀 사령탑 부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홍명보 감독은 26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대표팀과 관련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KFA는 KFA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나는 K리그 새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K리그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이라며 관련 질문을 고사했다.
울산의 K리그 3연패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명보 감독은 "저희가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목표를 설정해 주셨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아직 조금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잘 준비해서 좋은 시즌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21일 울산과 반포레 고후의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후 기자회견에서도 "아는 내용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해성 위원장은 새 감독에게 필요한 8가지 요건을 직접 밝혔다. 첫째는 역량, 둘째 선수 육성, 셋째 명분, 넷째 경험, 다섯 번째 소통 능력, 여섯 번째 리더십, 일곱 번째 최선의 코칭스태프 구성, 여덟 번째는 성적 내기다. 정해성 위원장은 "이 기준을 통해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감독 외에 여러 외국인 감독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다수의 팀을 이끌었던 스티브 브루스, 네덜란드 레전드 필립 코쿠 등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까지 좋은 경력을 쌓은 '실력파' 감독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맡았던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과거 FC서울과 튀르키예 베식타시, 트라브존스포르 등을 이끈 셰놀 귀네슈 등이다.
한편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C조에 속해 태국, 싱가포르, 중국과 경쟁한다. 앞서 한국은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만나 5-0 대승을 거뒀다. 2차전 중국 원정에서도 3-0으로 이기고 2전 전승(승점 6)을 기록, C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은 지난 1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직접 발표했다. 당시 긴급 임원회의 후 기자회견장에 선 정몽규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번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팬, 축구미디어 등 많은 분들에게 실망시켜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대한축구협회를 운영하는 수장으로서 대한축구협회와 저에게 가해지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 경기 참가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평가를 진행했다. 전날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오늘 대한축구협회 임원진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능력을 이끌어내는 경쟁력과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얻어 그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하지만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과 태도가 국민들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도 개선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꾸려나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하겠다.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을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손흥민, 이강인 등 대표팀 선수들 충돌에 대해선 "선수단 내부 문제가 있어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사건이 있었다. 한 달이 넘는 긴 단체생활과 육체적, 정신적 어려운 경기를 치러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중대하게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향후 코칭스태프 구성과 선수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이번 대회 관련해 국민들에게 실망과 염려를 드려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클린스만 경질 책임과 관련해 "종합적인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와 저에게 있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조금 자세히 분석한 뒤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위약금에 대해선 "클린스만 감독과 해지 상황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혹시라도 재정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축구협회장으로서 재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이번 기자회견 이후 논의한 뒤 구성하겠다"며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해선 일정 등 그 부분에 대해서 상의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속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또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벤투 감독의 경우 높은 순위의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거부했고 이후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후보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졌다가 전력강화위원장이 유력 후보 5명을 정했다. 유력후보 5명에 대한 인터뷰가 오갔고, 1~2번 순위 후보에 대한 면접도 진행했다. 그 이후 클린스만 감독을 결정했다. 제 연임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2018년 총회에서 4연임을 제한으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대답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충돌과 관련해 징계 문제에 대해선 "국내선수들은 지난 해 12월 26일부터 70일 동안 합숙했다. 나머지 유럽 선수들은 이후에 합류했고, 거의 50명의 사람들이 40일 이상 합숙했다. 120분 경기도 연속해서 했다.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고, 팀에서도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너무 시시비비 따지는 것은 상황을 더욱 후벼서 악화시킬 수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언론과 축구팬들도 도와주셔야 한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징계사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조항을 살펴봤다. 하지만 소속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그 전에 국내파, 국외파 및 92년생 고참, 96년생, 어린 선수들 등 팀을 나눠가지고 생각하고, 대표팀을 가르고 개개인으로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대표팀 감독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시안컵 중요한 문턱에서 허망하게 무너진 것도 한 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시비비 따지고 더 자세하게 따지는 것보다는 이를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당부했다.
이미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경질 발표 하루 전인 15일 회의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뜻을 모았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 정재권 위원(한양대 감독), 곽효범 위원(인하대학교 교수), 김영근 위원(경남FC 스카우터), 송주희 위원(경주한수원 감독)이 축구회관에 모였다. 조성환 위원(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최윤겸 위원(청주FC 감독), 박태하 위원(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화상으로 원격 참석했다.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는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함께 했다.
정몽규 회장의 결정만 남은 셈이었는데, 결국 클린스만 감독 경질이라는 뜻을 받아들였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서 후폭풍도 뒤따르게 됐다. 엄청난 위약금이 가장 큰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잔여 연봉 등 위약금이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그래도 빡빡한 축구협회 예산에 클린스만 감독의 위약금까지 내야 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다.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64년 만의 아시아 무대 정상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간절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유해 역대 최강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4강 진출에 만족했다.
클린스만호는 아쉬운 성적뿐 아니라 아시안컵 내내 부진한 경기력을 지적받았다. 클린스만호의 경기력 논란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부터 시작됐다. 1차전 바레인전에서 3-1로 이기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지만, 2차전 요르단전에서 2-2로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어렵게 승점 1점을 따냈다. 3차전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는 충격의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토너먼트 무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 모두 이렇다 할 전략, 전술 없이 진땀승을 거둔 클린스만호는 4강에서 '중동 복병' 요르단을 넘지 못했다. 요르단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상대였고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 야잔 알 나이마트(알아흘리)가 매서운 공격력을 갖췄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다. 한국은 '괴물' 김민재마저 경고 누적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요르단전에 뛰지 못했다.
한국의 약점을 파악한 요르단은 거센 압박을 통해 한국을 몰아붙였다. 한구 선수들의 실책도 늘어났다. 요르단전 2실점 모두 한국의 패스미스에서 비롯됐다. 선제 실점의 경우 박용우의 패스 미스가 결정적이었다. 알타마리, 알 나이마트도 쉴 새 없이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고 한국은 처참하게 패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발표에 앞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모든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놀라운 여정에 대한 성원에도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계속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경질 후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손흥민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는 식으로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에 이어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도 '선수 탓하기'에 동참했다. 지난 17일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에 따르면 헤어초크 코치는 아시안컵에서 발생한 손흥민, 이강인 충돌에 대해 "격렬하고 감정적인 싸움이었다"고 떠올리며 "단 몇 분 만에 우리가 몇 달 동안 힘들게 쌓아 올렸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축구회관=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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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 /사진=뉴시스 |
황선홍 감독이 지난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선수들을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을 뽑는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시작한 전력강화위는 2시간 30분여 지난 오후 4시 30분께 회의 브리핑을 통해 "황선홍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황선홍 감독은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 경질 이후 11일 만에 대표팀 임시 사령탑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다음 달 21일과 26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태국과의 2연전을 지휘한다.
이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해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다.
황선홍 감독이 지난 2023년 10월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이어 "오늘 회의까지 총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에선 임시 감독과 정식 감독 중 장기적 관점에서 정식 감독을 뽑자는 얘기가 있었다. 이후 새 감독에 대한 논의가 없었는데도 1차 회의 이후 특정 감독이 거론되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정식 감독을 뽑기로 했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 방향을 바꾸는 방향이 맞다고 봤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감독을 뽑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A매치 2경기를 K리그 현직 감독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였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외국인 감독 선임도 어려웠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속한 감독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지난 2023년 10월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황선홍 감독을 선택한 이유로 "다른 나라 협회에서도 A대표팀 감독이 23세 이하를 동시에 지휘하는 사례가 있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황선홍 감독을 1순위로 꼽은 이유는 국제축구이 많고 경험 아시아축구에 대한 이해도 갖췄다"고 밝혔다.
3월 A매치와 올림픽 대표팀의 중동 친선 대회 일정이 겹치는 것에 대해 정해성 위원장은 "파리 올림픽 예선을 진행하면서 A대표팀도 지휘하는데 무리가 없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며 "이 기간에 올림픽 대표팀이 중동 친선대회에 출전하는데 황선홍 감독을 제외한 기존 코칭스태프가 팀을 이끌 예정이다. 황선홍 감독은 A매치 기간에 별도의 코치진을 꾸릴 것이다. 3월 A매치가 끝나면 황선홍 감독은 다시 올림픽 대표팀에 매진한다"고 전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감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회의를 마쳤다. 선입견과 외압 없이 감독을 뽑겠다"고 전했다.
이강인(왼쪽)과 황선홍 감독. /사진=뉴시스 |
정해성(가운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황선홍 감독이 추후 저와 상의하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정식 감독은 어떤 감독으로 뽑을 예정인가?
▶전체적인 위원님들의 의견은 1차 회의 때와 달랐다. 축구 팬들의 정서를 우리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K리그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금 조급하게 정식 감독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팬들의 정서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임시 감독으로 결정했다.
-황선홍 감독이 성적이 만약 안 좋다면 전력강화위에서 책임을 질 것인가?
▶황선홍 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1년 6개월동안 팀을 꾸려오며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 두 팀을 한꺼번에 맡지만 중동 친선 대회의 경우 올림픽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력에 대한 점검 차원으로 판단된다. 양쪽 모두 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황선홍 감독에게 위원님들의 의견을 전했고 황선홍 감독이 고민 후 수락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릴수 있는 것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제가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겠다.
-5월 초까지 새 감독 후보군을 정한다고 했는데 국내 지도자인가, 외국 지도자인가?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차 회의에서 '8가지 역량'으로 기준점을 잡는다고 얘기한 바 있다. 협회를 통해 관심이 있다는 외국인 감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시 감독 후보 3인은 누구였나?
▶위원님들이 각자 개인 의견을 냈다. 그 안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감독이 황선홍 감독이었다. 우선적으로 황선홍 감독을 만나보고 2, 3순위로 만나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 다른 후보를 거론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박주호(왼쪽)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전력강화위 재편 하루 만인 지난 21일 1차 회의를 열었지만 협회 측의 명확한 의견과 메시지는 없었다. 정해성 위원장은 긴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대부분 원론적인 말들로 답답함을 안겼다.
1차 회의에서는 3월 A매치 전까지 임시 감독이 아닌 정식 감독으로, 외국인 감독보단 국내 감독을 뽑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정해성 위원장은 "임시 감독 체제는 현실적으로 여러 장애가 있어 택하기 어렵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K리그 현직 감독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쉬고 있는 감독, 일을 하고 있는 감독 모두 후보에 올려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후보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팬들은 K리그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을 뽑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K리그 개막이 코앞에 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남기고 간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들 감독이 나타날지도 의문이었다.
정해성(가운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다른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생각에 빠진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어 "KFA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다"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지난날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KFA는 2차 회의에서 3월 A매치는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KFA의 '입장 바꾸기' 행보에 팬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차기 감독으로 거론됐던 K리그 현직 감독들도 대표팀 사령탑 부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홍명보 감독은 26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대표팀과 관련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KFA는 KFA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나는 K리그 새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K리그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이라며 관련 질문을 고사했다.
울산의 K리그 3연패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명보 감독은 "저희가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목표를 설정해 주셨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아직 조금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잘 준비해서 좋은 시즌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21일 울산과 반포레 고후의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후 기자회견에서도 "아는 내용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화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국내 감독 외에 여러 외국인 감독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다수의 팀을 이끌었던 스티브 브루스, 네덜란드 레전드 필립 코쿠 등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까지 좋은 경력을 쌓은 '실력파' 감독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맡았던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과거 FC서울과 튀르키예 베식타시, 트라브존스포르 등을 이끈 셰놀 귀네슈 등이다.
한편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C조에 속해 태국, 싱가포르, 중국과 경쟁한다. 앞서 한국은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만나 5-0 대승을 거뒀다. 2차전 중국 원정에서도 3-0으로 이기고 2전 전승(승점 6)을 기록, C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
정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능력을 이끌어내는 경쟁력과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얻어 그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하지만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과 태도가 국민들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도 개선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꾸려나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하겠다.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을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
클린스만 경질 책임과 관련해 "종합적인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와 저에게 있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조금 자세히 분석한 뒤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위약금에 대해선 "클린스만 감독과 해지 상황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혹시라도 재정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축구협회장으로서 재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이번 기자회견 이후 논의한 뒤 구성하겠다"며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해선 일정 등 그 부분에 대해서 상의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속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표팀 충돌과 관련해 징계 문제에 대해선 "국내선수들은 지난 해 12월 26일부터 70일 동안 합숙했다. 나머지 유럽 선수들은 이후에 합류했고, 거의 50명의 사람들이 40일 이상 합숙했다. 120분 경기도 연속해서 했다.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고, 팀에서도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너무 시시비비 따지는 것은 상황을 더욱 후벼서 악화시킬 수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언론과 축구팬들도 도와주셔야 한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징계사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조항을 살펴봤다. 하지만 소속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그 전에 국내파, 국외파 및 92년생 고참, 96년생, 어린 선수들 등 팀을 나눠가지고 생각하고, 대표팀을 가르고 개개인으로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대표팀 감독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시안컵 중요한 문턱에서 허망하게 무너진 것도 한 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시비비 따지고 더 자세하게 따지는 것보다는 이를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당부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정몽규 회장의 결정만 남은 셈이었는데, 결국 클린스만 감독 경질이라는 뜻을 받아들였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서 후폭풍도 뒤따르게 됐다. 엄청난 위약금이 가장 큰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잔여 연봉 등 위약금이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그래도 빡빡한 축구협회 예산에 클린스만 감독의 위약금까지 내야 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다.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64년 만의 아시아 무대 정상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간절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유해 역대 최강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4강 진출에 만족했다.
클린스만호는 아쉬운 성적뿐 아니라 아시안컵 내내 부진한 경기력을 지적받았다. 클린스만호의 경기력 논란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부터 시작됐다. 1차전 바레인전에서 3-1로 이기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지만, 2차전 요르단전에서 2-2로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어렵게 승점 1점을 따냈다. 3차전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는 충격의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토너먼트 무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의 약점을 파악한 요르단은 거센 압박을 통해 한국을 몰아붙였다. 한구 선수들의 실책도 늘어났다. 요르단전 2실점 모두 한국의 패스미스에서 비롯됐다. 선제 실점의 경우 박용우의 패스 미스가 결정적이었다. 알타마리, 알 나이마트도 쉴 새 없이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고 한국은 처참하게 패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발표에 앞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모든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놀라운 여정에 대한 성원에도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계속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경질 후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손흥민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는 식으로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에 이어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도 '선수 탓하기'에 동참했다. 지난 17일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에 따르면 헤어초크 코치는 아시안컵에서 발생한 손흥민, 이강인 충돌에 대해 "격렬하고 감정적인 싸움이었다"고 떠올리며 "단 몇 분 만에 우리가 몇 달 동안 힘들게 쌓아 올렸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력강화위원장. /사진=뉴시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축구회관=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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