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조 트린지(37·미국) 감독이 결국 광주 페퍼저축은행을 떠나게 됐다. 후배 괴롭힘 논란으로 구단과 계약 해지된 오지영(36) 사태와 23연패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28일 "침체된 구단의 분위기 쇄신 및 다음 시즌에 대한 빠른 준비를 위해 고심 끝에 조 (트린지)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트린지 감독의 해임설이 돌았고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트린지 감독은 이미 선수단을 떠났다"고 밝혔고 이날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됐다.
26일 전부터도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창단 3번째 시즌을 맞은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지난해 6월에는 2023~2024시즌부터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기로 한 아헨 킴(39)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트린지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비시즌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를 영입하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그 과정에서 아쉬운 일처리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보상선수를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묶지 않았고 결국 김천 한국도로공사에 내줬다. 졸지에 주전 세터를 잃은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한국도로공사는 행운의 1픽으로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김세빈을 영입했다. 김세빈은 데뷔시즌부터 팬투표로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36경기 중 30경기를 치르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셧아웃 패를 당하며 21연패를 기록,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트린지 감독의 고별 경기가 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남자부 단일 시즌 기록인 KEPCO(현 한국전력)의 25연패를 넘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오지영 사태에 대한 책임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오지영의 계약 해지 소식을 알렸다. 페퍼는 입장문에 "금일 한국배구연맹(KOVO)의 상벌위원회 결과에 따른 구단의 입장이다. 오지영 선수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구단은 향후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해당 사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후배 괴롭힘 의혹'에 KOVO는 지난 23일 오전 연맹 회의실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에 대한 상벌위를 개최했다. 당시 KOVO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 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A선수는 상벌위에 직접 출석해 입장을 소명한다. 신고 내용은 확인했다"라고 상벌위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A선수는 오지영으로 밝혀졌고, 구단 관계자와 당사자들의 소명을 종합한 결과 가해자는 중징계를 피해갈 수 없었다.
KOVO는 27일 오전 2차 상벌위를 거친 뒤 오후 "KOVO는 오지영 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파악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선수들도 재출석했다. 페퍼 관계자도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진술을 확인했다"라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했다. 그 결과 오지영은 팀 동료에 대해 괴롭힘과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KOVO는 오지영에 자격 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연맹은 "상벌위는 오지영의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 판단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다"라며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겠다.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해 오지영의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36세 선수의 1년 자격 정지. 사실상 은퇴 기로에 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년이 지나 몸 상태를 잘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팬들의 시선으로 인해 구단들이 오지영을 영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트린지 감독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사 결과 구단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든, 알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든 어떤 것 또한 감독으로서 직무유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력도 약한 팀에서 떠들썩한 사고까지 터졌다. 길고 긴 연패에도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KOVO의 발표 이후 페퍼는 "구단 내 불미스러운 일로 페퍼를 아껴주시는 팬들과 KOVO, 배구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며 "페퍼는 내부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의 인권침해 행위 사실을 파악했다.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했다. KOVO에 이를 신고했다. 상벌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알렸다.
26일 구단 관계자는 "마지막 경기는 지난 한국도로공사전이었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다"라며 "트린지 감독과 이별 소식은 곧 공식화될 예정이다. 서류 작업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날 공식 결별을 선언했다.
페퍼 구단은 "차기 감독 선임 전까지는 이경수(45)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경수 대행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맹활약했고 이후 의정부 KB손해보험, 페퍼저축은행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KB손해보험에선 2021년 감독 대행 역할을 맡은 적도 있어서 빠른 시간에 분위기를 수습하기에 적당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구단은 "조속히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해 팀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 감독과 함께 한 날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와 그의 가족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 트린지 전 광주 페퍼저축은행 감독. /사진=KOVO |
조 트린지 전 광주 페퍼저축은행 감독(가운데)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KOVO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28일 "침체된 구단의 분위기 쇄신 및 다음 시즌에 대한 빠른 준비를 위해 고심 끝에 조 (트린지)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트린지 감독의 해임설이 돌았고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트린지 감독은 이미 선수단을 떠났다"고 밝혔고 이날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됐다.
26일 전부터도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창단 3번째 시즌을 맞은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지난해 6월에는 2023~2024시즌부터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기로 한 아헨 킴(39)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트린지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비시즌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를 영입하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그 과정에서 아쉬운 일처리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보상선수를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묶지 않았고 결국 김천 한국도로공사에 내줬다. 졸지에 주전 세터를 잃은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한국도로공사는 행운의 1픽으로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김세빈을 영입했다. 김세빈은 데뷔시즌부터 팬투표로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페퍼의 경기, 세트스코어 1대 3으로 패배하며 23연패를 기록한 페퍼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KOVO |
트린지 감독의 고별 경기가 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남자부 단일 시즌 기록인 KEPCO(현 한국전력)의 25연패를 넘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오지영 사태에 대한 책임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오지영의 계약 해지 소식을 알렸다. 페퍼는 입장문에 "금일 한국배구연맹(KOVO)의 상벌위원회 결과에 따른 구단의 입장이다. 오지영 선수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구단은 향후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해당 사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후배 괴롭힘 의혹'에 KOVO는 지난 23일 오전 연맹 회의실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에 대한 상벌위를 개최했다. 당시 KOVO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 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A선수는 상벌위에 직접 출석해 입장을 소명한다. 신고 내용은 확인했다"라고 상벌위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A선수는 오지영으로 밝혀졌고, 구단 관계자와 당사자들의 소명을 종합한 결과 가해자는 중징계를 피해갈 수 없었다.
KOVO는 27일 오전 2차 상벌위를 거친 뒤 오후 "KOVO는 오지영 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파악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선수들도 재출석했다. 페퍼 관계자도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진술을 확인했다"라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했다. 그 결과 오지영은 팀 동료에 대해 괴롭힘과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KOVO는 오지영에 자격 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연맹은 "상벌위는 오지영의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 판단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다"라며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겠다.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해 오지영의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광주 페퍼저축은행에서 계약 해지된 오지영. /사진=KOVO |
광주 페퍼저축은행에서 계약 해지된 오지영. /사진=KOVO |
이 과정에서 트린지 감독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사 결과 구단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든, 알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든 어떤 것 또한 감독으로서 직무유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력도 약한 팀에서 떠들썩한 사고까지 터졌다. 길고 긴 연패에도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KOVO의 발표 이후 페퍼는 "구단 내 불미스러운 일로 페퍼를 아껴주시는 팬들과 KOVO, 배구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며 "페퍼는 내부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의 인권침해 행위 사실을 파악했다.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했다. KOVO에 이를 신고했다. 상벌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알렸다.
26일 구단 관계자는 "마지막 경기는 지난 한국도로공사전이었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다"라며 "트린지 감독과 이별 소식은 곧 공식화될 예정이다. 서류 작업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날 공식 결별을 선언했다.
페퍼 구단은 "차기 감독 선임 전까지는 이경수(45)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경수 대행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맹활약했고 이후 의정부 KB손해보험, 페퍼저축은행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KB손해보험에선 2021년 감독 대행 역할을 맡은 적도 있어서 빠른 시간에 분위기를 수습하기에 적당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구단은 "조속히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해 팀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 감독과 함께 한 날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와 그의 가족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광주 페퍼저축은행에서 해임된 조 트린지(왼쪽) 감독. /사진=KOVO |
조 트린지(왼쪽) 전 광주 페퍼저축은행 감독. /사진=KOVO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