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단 한 방이면 충분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타격왕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컨택트 능력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장타력 부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대포였다.
이정후는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3회초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0-2로 뒤처진 3회초 2사에서 시속 94.7마일(152.4㎞)의 빠른 공을 통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을 날렸다.
타구는 라인드라이브로 총알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타구속도는 무려 시속 109.7마일(176.5㎞), 발사각도는 18도, 비거리 418피트(127m)의 홈런이었다. 이날 양 팀에서 나온 타구 중 가장 빨랐다.
스스로도 홈런이라는 걸 2루에 도달할 때쯤에야 깨달았다. 현지에서도 이정후의 전력질주가 화제가 됐을 정도다.
옆구리 통증으로 지난달 27일 첫 시범경기에 등장한 이정후는 데뷔전부터 안타(3타수 1안타)를 신고하더니 이날은 멀티히트를 작렬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2경기 타율 0.500(6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667이 됐다.
지난 경기에서도 올스타 우완 투수 조지 커비(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냈던 이정후는 이날은 첫 타석부터 장타를 날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라인 넬슨을 상대로 1회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초구 높은 직구를 지켜보더니 몸쪽 낮은 커터를 걷어냈고 넬슨은 그보다 더 낮게 시속 81.6마일의 커터를 던졌으나 이정후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뛰어난 배트 컨트롤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6회초 아웃된 마지막 타석에서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조시 그린의 바깥쪽 높은 시속 92.6마일(149㎞) 싱커를 타격했는데 3루수 방향으로 향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3번째 타석을 마친 이정후는 6회말 수비를 앞두고 체이스 핀더와 바로 교체됐다.
MLB닷컴은 "LEE가 인상적인 418피트(127m) 홈런을 날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이정후는 파워보다는 컨택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25세 중견수는 이날 오후 인상적인 홈런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이정후는 그 공이 홈런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배팅 박스를 벗어나 1루까지 4.1초 만에 유난히 빠르게 뛰어나갔다"며 이정후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공이 낮게 날아갔다. 공중에서 어느 정도 속도가 붙어 날아갔는데 나는 2루타나 3루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빠르게 달렸다"고 말했다.
밥 멜빈 감독은 "그가 좋은 출발을 했다. 그렇지 않나. 패스트볼, 변화구,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매체는 "이정후는 세 타석에서 모두 강한 컨택트를 보였다. 그를 처음 본 투수들은 패스트볼을 쉽게 통과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넬슨은 "이제 그가 꽤 좋은 타자라는 걸 안다. 나는 그에게 2-1 패스트볼을 중앙으로 던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꽤 게이른 패스트볼을 상대로 그는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이정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홈런 소식을 전하며 "이정후가 KBO리그를 떠나 MLB 수준의 투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배트 투 볼 기술로 가장 잘 알려진 선수가 예상보다 약간 더 많은 장타력을 갖고 있다는 힌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의 타격 능력에 있어서는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뎁스 차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격력에서는 팀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고, 수비도 평균 이상으로 해줄 것으로 나왔다.
MLB닷컴은 앞서 "올해도 상위권 해외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콘택트형 스타플레이어가 나오리라는 전망이 있다"며 "25세의 좌타자는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쟁에서 10위권, 내셔널리그에서는 5위 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KBO리그에서 보인 낮은 삼진 비율이 그 이유였다. 2024시즌 이정후는 전체 타석에서 9.1%의 삼진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2년 연속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7.1%)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장타력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랐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발표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그는 20-80 스케일(선수 평가 척도)상 콘택트는 60점으로 평균 이상이 나왔지만 파워는 45점이 나와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팻 버렐 코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난 여러분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여러분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2일(한국시간)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각종 설문 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메이저리그의 전·현직 구단 임원과 감독, 코치 및 스카우트 등 총 31명이 비시즌 각 구단의 내용을 평가했다.
이정후는 7표를 받으며 팀 동료 조던 힉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했는데 계약 규모는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1510억원)였다.
장타력에 대한 의구심이 한 몫했다. MLB닷컴은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인용해 "샌프란시스코가 강타자 호르헤 솔레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이정후나 톰 머피는 홈런 개수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날 홈런으로 증명했다. 이는 이정후를 지켜본 버렐 코치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초 그의 장타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던 그는 "이정후가 처음 배팅 케이지에 나온 날, 나는 '그건(장타력은) 문제되지 않겠구나'라고 말했다"며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정후는 연습 과정에서 수차례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시범경기 단 2번 만에 우려를 털어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SG게이트는 흥미로운 사실은 전했다. "이정후의 자이언츠 첫 홈런을 오라클파크를 제외한 모든 구장에서 넘어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대형 타구였다는 것이다. MLB 30개 구장 어디라도 넘어갈만한 타구를 보냈다는 건 이정후의 파워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흥미로운 건 샌프란시스코의 안방 오라클 파크라면 타구는 담장을 넘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는 이정후가 극복해야 할 부분을 시사하기도 한다. 매체는 "이정후이 오라클에서 타구를 날렸다면 트리플스 앨리로 알려진 코너에 떨어졌거나 적어도 타석에서 415피트 떨어진 곳에 기록돼 있는 근처에 떨어졌을 것"이라며 "화려한 수비가 펼쳐지지 않았다면 세계 최악의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지만 다른 곳에서 일어났을 홈런만큼은 축하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에게 불리한 독특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좌측 폴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평범하지만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는 게 특징이다. 또한 좌측 폴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 높이가 2.4m로 평범한 데 비해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우측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불어온다.
그렇기에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가 장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났다. MLB닷컴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서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이는 지난해 빅리그 홈구장 중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는 84로 빅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이날 이정후의 홈런도 거리상으로는 충분히 오라클 파크 우측 담장을 넘기고도 남는 타구였으나 발사각이 문제였다. 오라클 파크를 넘기기 위해서는 더 높게 떠오르는 타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F 게이트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경보음을 울릴 필요는 없다. 이정후는 오라클에 익숙해질 시간을 갖고 새 홈구장의 규모를 염두에 두고 정규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에센셜리 스포츠는 "타격하는 동안 인내심은 빠른 구속과 더 뛰어난 투구에 직면하는 데에 도움이 될 크게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그의 타격 능력을 칭찬하면서 "그가 큰 파워를 발휘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만약 타구를 조금만 더 들어 올릴 수 있다면 홈런을 때려낼 수 있고 전체적으로 적당한 홈런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자신의 최고 기록인 이 정도 홈런을 기록한다면 빅리그 첫 시즌에 성공적일 것"이라며 "그의 수비력과 만 25세라는 나이는 좌익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하나씩 날려가고 있다. 뎁쓰 차트에 따르면 주루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리라는 뼈아픈 수치가 나왔다.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이라 불린 아버지 이종범과 달리 도루에선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선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뒤집었다. 빠른 발로 병살타를 지워내는 데에서 나아가 상대 수비 실책을 유도했고 득점까지 성공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자이언츠는 이정후가 이번 시즌 (상대팀에) 더 성가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그가 이번 봄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데 활용하기를 원한다"며 "비록 그가 KBO 키움에서 한 시즌에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발목 골절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스코어링 포지션인 A에서 B로 뛸 수 있는 속도가 충분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멜빈 감독도 "우리가 베이스에서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도 그 사람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정보가 있다. 영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를 현장에 데려가서 어떤 종류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내 생각엔 그가 베이스 위에서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플레이하고 자신의 것을 하도록 둘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왕 후보 중 하나로 예상될 만큼 빼어난 타격 능력을 갖췄고 예상 외 장타력과 주루 툴까지 갖춘 타자. 리드오프로 손색이 없다.
멜빈 감독은 "만약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 충격받을 일이다"며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이정후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칭찬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모두 1번 타자로 기용해 재미를 봤다.
이정후는 조심스럽다.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 그는 "직구에 대해 말하자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면서도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속도인 것 같다. KBO와 비교하면 다르다"고 했다.
이날은 "속도도 속도지만 MLB 투수들은 키가 커서 릴리스 포인트가 정말 높다"며 "그래서 공이 더 빠르게 보인다. 그들은 다양한 유형의 움직임을 갖고 있다. 겨우내 해온 일은 이런 공들을 다뤄보는 것이었다. 결과가 나와서 기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빠른 공과 변화구 등에 모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성공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타와 주루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시즌이 개막하면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도 충분히 우측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와 발사각을 높이는 타격 능력을 보여야 한다. 이것마저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이정후의 빅리그 첫 시즌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빛날 수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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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운데)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있다. |
이정후는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3회초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0-2로 뒤처진 3회초 2사에서 시속 94.7마일(152.4㎞)의 빠른 공을 통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을 날렸다.
타구는 라인드라이브로 총알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타구속도는 무려 시속 109.7마일(176.5㎞), 발사각도는 18도, 비거리 418피트(127m)의 홈런이었다. 이날 양 팀에서 나온 타구 중 가장 빨랐다.
스스로도 홈런이라는 걸 2루에 도달할 때쯤에야 깨달았다. 현지에서도 이정후의 전력질주가 화제가 됐을 정도다.
옆구리 통증으로 지난달 27일 첫 시범경기에 등장한 이정후는 데뷔전부터 안타(3타수 1안타)를 신고하더니 이날은 멀티히트를 작렬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2경기 타율 0.500(6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667이 됐다.
지난 경기에서도 올스타 우완 투수 조지 커비(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냈던 이정후는 이날은 첫 타석부터 장타를 날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라인 넬슨을 상대로 1회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초구 높은 직구를 지켜보더니 몸쪽 낮은 커터를 걷어냈고 넬슨은 그보다 더 낮게 시속 81.6마일의 커터를 던졌으나 이정후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뛰어난 배트 컨트롤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6회초 아웃된 마지막 타석에서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조시 그린의 바깥쪽 높은 시속 92.6마일(149㎞) 싱커를 타격했는데 3루수 방향으로 향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3번째 타석을 마친 이정후는 6회말 수비를 앞두고 체이스 핀더와 바로 교체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1루까지 전력 질주하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린 뒤 홈에서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매체는 "이정후는 그 공이 홈런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배팅 박스를 벗어나 1루까지 4.1초 만에 유난히 빠르게 뛰어나갔다"며 이정후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공이 낮게 날아갔다. 공중에서 어느 정도 속도가 붙어 날아갔는데 나는 2루타나 3루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빠르게 달렸다"고 말했다.
밥 멜빈 감독은 "그가 좋은 출발을 했다. 그렇지 않나. 패스트볼, 변화구,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매체는 "이정후는 세 타석에서 모두 강한 컨택트를 보였다. 그를 처음 본 투수들은 패스트볼을 쉽게 통과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넬슨은 "이제 그가 꽤 좋은 타자라는 걸 안다. 나는 그에게 2-1 패스트볼을 중앙으로 던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꽤 게이른 패스트볼을 상대로 그는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이정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홈런 소식을 전하며 "이정후가 KBO리그를 떠나 MLB 수준의 투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배트 투 볼 기술로 가장 잘 알려진 선수가 예상보다 약간 더 많은 장타력을 갖고 있다는 힌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에서 파르한 자이디 사장(왼쪽)이 이정후에게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MLB닷컴은 앞서 "올해도 상위권 해외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콘택트형 스타플레이어가 나오리라는 전망이 있다"며 "25세의 좌타자는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쟁에서 10위권, 내셔널리그에서는 5위 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KBO리그에서 보인 낮은 삼진 비율이 그 이유였다. 2024시즌 이정후는 전체 타석에서 9.1%의 삼진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2년 연속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7.1%)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장타력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랐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발표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그는 20-80 스케일(선수 평가 척도)상 콘택트는 60점으로 평균 이상이 나왔지만 파워는 45점이 나와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팻 버렐 코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난 여러분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여러분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2일(한국시간)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각종 설문 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메이저리그의 전·현직 구단 임원과 감독, 코치 및 스카우트 등 총 31명이 비시즌 각 구단의 내용을 평가했다.
타격 훈련에 나서고 있는 이정후. |
팀 훈련에 나서고 있는 이정후. |
장타력에 대한 의구심이 한 몫했다. MLB닷컴은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인용해 "샌프란시스코가 강타자 호르헤 솔레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이정후나 톰 머피는 홈런 개수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날 홈런으로 증명했다. 이는 이정후를 지켜본 버렐 코치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초 그의 장타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던 그는 "이정후가 처음 배팅 케이지에 나온 날, 나는 '그건(장타력은) 문제되지 않겠구나'라고 말했다"며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정후는 연습 과정에서 수차례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시범경기 단 2번 만에 우려를 털어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SG게이트는 흥미로운 사실은 전했다. "이정후의 자이언츠 첫 홈런을 오라클파크를 제외한 모든 구장에서 넘어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대형 타구였다는 것이다. MLB 30개 구장 어디라도 넘어갈만한 타구를 보냈다는 건 이정후의 파워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흥미로운 건 샌프란시스코의 안방 오라클 파크라면 타구는 담장을 넘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날린 홈런의 세부 수치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
오라클 파크 전경. 우측 담장이 높게 솟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AFPBBNews=뉴스1 |
독특한 오라클 파크의 우측 담장.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에게 불리한 독특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좌측 폴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평범하지만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는 게 특징이다. 또한 좌측 폴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 높이가 2.4m로 평범한 데 비해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우측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불어온다.
그렇기에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가 장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났다. MLB닷컴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서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이는 지난해 빅리그 홈구장 중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는 84로 빅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이날 이정후의 홈런도 거리상으로는 충분히 오라클 파크 우측 담장을 넘기고도 남는 타구였으나 발사각이 문제였다. 오라클 파크를 넘기기 위해서는 더 높게 떠오르는 타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F 게이트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경보음을 울릴 필요는 없다. 이정후는 오라클에 익숙해질 시간을 갖고 새 홈구장의 규모를 염두에 두고 정규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를 앞두고 팬들께 사인을 해주고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 |
이어 "자신의 최고 기록인 이 정도 홈런을 기록한다면 빅리그 첫 시즌에 성공적일 것"이라며 "그의 수비력과 만 25세라는 나이는 좌익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하나씩 날려가고 있다. 뎁쓰 차트에 따르면 주루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리라는 뼈아픈 수치가 나왔다.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이라 불린 아버지 이종범과 달리 도루에선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선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뒤집었다. 빠른 발로 병살타를 지워내는 데에서 나아가 상대 수비 실책을 유도했고 득점까지 성공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자이언츠는 이정후가 이번 시즌 (상대팀에) 더 성가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그가 이번 봄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데 활용하기를 원한다"며 "비록 그가 KBO 키움에서 한 시즌에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발목 골절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스코어링 포지션인 A에서 B로 뛸 수 있는 속도가 충분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때려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선발 로건 웹의 축하를 받고 있다. |
타격왕 후보 중 하나로 예상될 만큼 빼어난 타격 능력을 갖췄고 예상 외 장타력과 주루 툴까지 갖춘 타자. 리드오프로 손색이 없다.
멜빈 감독은 "만약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 충격받을 일이다"며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이정후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칭찬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모두 1번 타자로 기용해 재미를 봤다.
이정후는 조심스럽다.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 그는 "직구에 대해 말하자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면서도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속도인 것 같다. KBO와 비교하면 다르다"고 했다.
이날은 "속도도 속도지만 MLB 투수들은 키가 커서 릴리스 포인트가 정말 높다"며 "그래서 공이 더 빠르게 보인다. 그들은 다양한 유형의 움직임을 갖고 있다. 겨우내 해온 일은 이런 공들을 다뤄보는 것이었다. 결과가 나와서 기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빠른 공과 변화구 등에 모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성공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타와 주루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시즌이 개막하면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도 충분히 우측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와 발사각을 높이는 타격 능력을 보여야 한다. 이것마저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이정후의 빅리그 첫 시즌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빛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운데)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2루로 전력질주하는 이정후.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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