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복귄' 전병헌 전 KeSPA 회장, e스포츠 팬들에게 마음의 편지 올려
입력 : 2024.03.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용준 기자] "스스로 한치의 부끄러움이 있었다면 e스포츠와 거리를 두는 것이 편했을 겁니다."

12년 전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린 한국 e스포츠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모기업의 경영 사정 악화로 STX 웅진 등 프로게임단들이 연달아 해체됐고, e스포츠의 대표 브랜드 였던 '프로리그' 역시 결승전서 1000명 남짓한 관중을 모을 정도로 흥행을 담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한국e스포츠협회 5대 회장으로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전병헌 의원이 부임했다. 2년 뒤 국회의장의 사직권고에 따라 KeSPA 회장직을 물러났던 그는 짧은 2년 사이에 고사의 위기에 몰렸던 한국 e스포츠 시장을 다시 반석 위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7년전인 2017년 검찰 수사로 인해 그의 운명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전병헌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롯데홈쇼핑서 들어온 3억대 후원금에 대한 자금 유용 혐의와 관련해 결백을 주장했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정무수석직을 사임했다. 

재판에 넘겨진 뒤 대부분의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지난 2022년 사면 복권되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전병헌 전 회장은 10일 다가오오는 총선에 앞서 그간의 심경을 담아 e스포츠 팬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전병헌 회장은 "이번 22대 총선에 동작갑 지역구 의원 출마하게 되어 아직도 저를 기억하실 e스포츠 팬분들께 인사드리려 합니다. 2017년에 유감스러운 일로 e스포츠를 갑자기 떠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사과와 진실을 조금이나마 전달해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편지를 올리게 된 배경 설명과 인사말을 남겼다. 

전병헌 회장은 "고맙게도 여러 팬분들이 ‘갓병헌’이란 별명과 최악의 협회에서 최고의 협회로 바뀐 사례로 KeSPA를 예로 들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양궁협회와 함께 최고이 협회라는 칭호도 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순항하던 e스포츠와 협회는 17년 말 검찰수사와 본인에 대한 강압적 정치 수사와 기소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저는 갑작스러운 수사에 대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으나, 100일 이상의 강압적 별건 수사를 통해 15건의 죄목으로 기소를 당하게 되었습니다"며 지난 6년전 2017년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전 회장은 "결국 3심까지 가는 3년간의 길고 고통스러운 재판 과정에서 15개의 혐의 중 13개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이 중에는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들었을, 사건의 발단이 됐던 ‘기업들의 e스포츠협회에 대한 후원 강요’(3자 뇌물) 혐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사안은 보좌진의 일탈을 의원인 제 개인 비리로 엮으려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전혀 관계가 없었던터라 결국 협회에 대한 3자 뇌물이라는 혐의로 변질돼 기소가 된 건이었습니다. 혐의 자체가 터무니 없는 내용이었던터라, 전부 무죄로 끝났습니다"라며 "물론 당시 과정에서 일부 협회의 이권에 개입해 횡령을 했던 e스포츠 업무 담당 비서관의 불법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다 드러나게 되어 무죄를 받았습니다. 본인이 회장 취임을 하며 담당 업무에 배정했던 비서관입니다. 그런 친구가 그런 영향력을 가지고 이런 일탈을 할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비서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는 없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본인의 관리 부족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것에 대해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팬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고 일부 드러난 문제와 관리 부족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전병헌 전 회장은 "스스로 한치의 부끄러움이 있었다면 e스포츠와 거리를 두는 것이 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애정을 가져주셨던 e스포츠 팬들께는 진실을 말씀드리고, 인사와 사과를 올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며 장문의 편지를 끝맺었다. 

아래는 전병헌 전 KeSPA 회장이 올린 글의 전문이다. 

- 아 래 -
안녕하세요. e스포츠 팬 여러분.

전 e스포츠협회 회장 전병헌입니다.

이번 22대 총선에 동작갑 지역구 의원 출마하게 되어 아직도 저를 기억하실 e스포츠 팬분들께 인사드리려 합니다.

2017년에 유감스러운 일로 e스포츠를 갑자기 떠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사과와 진실을 조금이나마 전달해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원 시절, 게임과 인연이 많았던 관계로 당시에 위기에 처했던 e스포츠 팀들과 관계자들의 부탁으로 e스포츠 회장직을 우연치않게 맡게 되었습니다. 실제 와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인기와 잠재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었고,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오랫동안 팬들의 열정과 애정, 팀과 선수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분에 감동받았고 당시 ‘게임중독, 4대악’이란 허울을 씌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세력에 맞서 새로운 세대의 정식 스포츠로 제대로 된 위상을 찾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맡았던 e스포츠 회장직이었습니다.

특히 e스포츠 종주국이며 게임 강국이란 한국의 이미지와 잠재력은 더욱 산업적으로 발전할 가능성과 그리하여 젊은 세대의 미래의 먹거리도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비전과 큰 책임감을 갖고 회장직을 수행했습니다.

회장직을 맡은 동안 게임의 부정적 인식과 e스포츠의 위상을 바꾸는 것이 회장으로서의 목표였으며, 3선 중진의원으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최대한 시간을 내어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지속했습니다.

네이버 e스포츠 섹션을 네이버 측에 제안하고, 전국체전 시범종목 채택 등 스포츠 정규 스포츠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화(팔렘방, 항저우) 노력, 국제e스포츠연맹 회장으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국제대회 창설 및 국제적 위상 강화, 2014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유치 기여, 주인 없이 어려웠던 제8구단의 스폰서 구하기, 가족e스포츠 대회 개최로 게임과 e스포츠 이미지 쇄신, 중앙대 체육특기생 e스포츠 특기생 신설 등 e스포츠 업계의 요청과 이슈를 해결하고 돕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했습니다. 가능한 모든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해서 팬들을 계속 만나 뵈려고도 했습니다.

고맙게도 여러 팬분들이 ‘갓병헌’이란 별명과 최악의 협회에서 최고의 협회로 바뀐 사례로 KeSPA를 예로 들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양궁협회와 함께 최고이 협회라는 칭호도 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순항하던 e스포츠와 협회는 17년 말 검찰수사와 본인에 대한 강압적 정치 수사와 기소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저는 갑작스러운 수사에 대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으나, 100일 이상의 강압적 별건 수사를 통해 15건의 죄목으로 기소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지휘하던 검찰의 특수부는 신생 정권의 실세로 알려진 정무수석의 비리를 잡았다는 큰 건에 대한 의욕이 앞섰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무리하고 폭압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려 했고, 증거 부족과 다툼의 여지를 이유로 두 차례나 구속 심사가 모두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지속적이고 강압적 수사와 주변인을 다 탈탈 터는 별건 수사에 대해 본인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까지 확대되고 이어져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냈습니다. 이후 검찰이 진행한 조국 장관을 비롯,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러 수사를 보면서 ‘내가 이 정권에서 1번으로 타깃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건 초기 언론 플레이를 통해 e스포츠협회를 사유화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회장인 제 개인의 착복이나 정치자금으로 유용했다는 등 전형적인 특수부식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결국 3심까지 가는 3년간의 길고 고통스러운 재판 과정에서 15개의 혐의 중 13개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이 중에는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들었을, 사건의 발단이 됐던 ‘기업들의 e스포츠협회에 대한 후원 강요’(3자 뇌물) 혐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사안은 보좌진의 일탈을 의원인 제 개인 비리로 엮으려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전혀 관계가 없었던터라 결국 협회에 대한 3자 뇌물이라는 혐의로 변질돼 기소가 된 건이었습니다. 혐의 자체가 터무니 없는 내용이었던터라, 전부 무죄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유죄로 나온 사안의 하나는 국제e스포츠 연맹 회장으로 국제회의에 의전상 동행이 가능한 배우자를 동행한 것이 횡령이라는 황당한 죄명이었습니다. 국가 정상뿐만 아니라 기관장이 참석하는 국제단위 회의는 배우자와 동행하는 게 당연한 관례이자 국제사회의 기본 프로토콜입니다.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지 못하는 만큼, 교류 차원에서 정식 행사로 진행되는 오찬과 만찬 등을 어색하고 딱딱하지 않게,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한체육회 등을 통해 ‘국제스포츠 협회의 행사는 배우자 동행이 관례’라는 취지의 유권해석까지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직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나머지 2건도 e스포츠랑 전혀 관계없는 별건 수사였습니다. 한 건은 롯데홈쇼핑에서 받았다고 주장하는 소액의 상품권입니다. 줬다는 사람도 아니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가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치자금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건 역시 확실한 증거 없이 관련자의 반복되는 진술에만 의존했습니다. 정작 당사자에겐 벌금 삼백만 원으로 종결시켜버린 건이었습니다. 플리 바게닝을 의심해 볼 법 합니다.

본인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호 특수부 검찰의 별건 수사와 관계자에 대한 강압으로 여러 차례 번복된 증언으로만 이뤄진 수사였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많은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인정할 수 없고, 많이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 과정에서 일부 협회의 이권에 개입해 횡령을 했던 e스포츠 업무 담당 비서관의 불법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다 드러나게 되어 무죄를 받았습니다. 본인이 회장 취임을 하며 담당 업무에 배정했던 비서관입니다. 그런 친구가 그런 영향력을 가지고 이런 일탈을 할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비서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는 없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본인의 관리 부족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것에 대해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팬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큰 고통과 힘든 6년여의 생활이었습니다. 당시 수사의 실무 책임자는 법무부 장관, 이어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됐고, 총책임자는 이 나라 대통령이 됐습니다. 무리한 수사와 재판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22년 말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대통령 권한으로 선고 실효라는 원천무효의 사면 복권이 이뤄진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주변의 지지자들과 동네의 지인들이 힘을 주셔서 조금씩 새롭게 다시 일할 의욕을 찾고 있습니다. 이에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동작갑 국회의원으로 다시금 도전을 시작합니다. 

만일 제가 스스로 한치의 부끄러움이 있었다면 e스포츠와 거리를 두는 것이 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애정을 가져주셨던 e스포츠 팬들께는 진실을 말씀드리고, 인사와 사과를 올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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