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전체 2번과 3번으로 프로 무대를 밟았던 '특급 루키' 김택연(19·두산 베어스)과 전미르(19·롯데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맞대결에서 나란히 호투했다.
전미르와 김택연은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각각 9회 초와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전미르는 다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등판했다. 9회 초 0-3으로 뒤지던 롯데는 필승조 구승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첫 타자 김인태의 타구가 구승민의 어깨를 때리고 말았다. 고통을 호소한 구승민은 마운드 앞에 쓰러졌고, 더 이상의 투구는 어려워보였다.
다행히 스친 정도로 타구가 지나가면서 구승민은 큰 부상을 피했지만, 롯데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전미르를 등판시켰다. 그는 첫 상대 타자인 이유찬에게 2루수 앞쪽 타구를 유도했지만, 다소 까다로운 바운드의 공을 2루수 최항이 잡지 못하면서 주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전미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1번 김대한을 상대한 그는 변화구만 5개를 던진 끝에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조수행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씩씩한 투구는 이어졌다. 장승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전미르는 강타자 김재환마저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만들었다.
전미르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자, 두산은 9회 말 수비에서 역시나 고졸신인 김택연을 마운드에 올렸다.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선두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상대로 과감한 패스트볼 승부를 펼치면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손성빈에게도 3볼-0스트라이크에서 140km 중반대 속구로 스트라이크 3개를 연달아 꽂아 삼진 처리했다. 김택연은 나승엽마저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면서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거뒀다.
이날 전미르는 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김택연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미르는 총 19구 중 직구 9개, 커브와 슬라이더 각 5개씩을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김택연은 16개의 공 중 14개를 속구를 꽂았고, 커브와 포크볼 각 1개씩을 투구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0km를 마크했다. 두 선수 모두 어린 선수다운 패기가 돋보였고, 또 신인답지 않게 피해가지 않는 과감한 모습도 보여줬다.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전미르는 "안타를 맞은 건 내 공이 별로여서 맞았고, (손)성빈이 형이 잘 리드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호투를 펼친 부분에 대해 "운이 좋았다"면서 "운에만 계속 의지할 수 없으니 이게 실력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이미 준비는 해놓은 상태였다. 전미르는 "코치님이 준비는 항상 하고 있으라고 하셔서 준비를 마쳤다. 나가라고 하셔서 나갔다"면서 "몸이 안 식도록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택연 역시 구단을 통해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는데, 과정은 여전히 아쉬웠다. 다만 볼넷이나 실점없이 이닝을 마친 점은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투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처음이라 통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정규시즌은 다를 것이다. 훨씬 더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해야 하고, 쓸데없는 공을 줄여야 한다"고 보완점을 언급했다.
같은 9회에 올라왔기에 두 선수는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미르는 "이닝 중반부터 봤는데 역시 잘 던지더라. 친구지만 배울 게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고교 시절에도 대결했다는 전미르는 "졌다. 그때는 시합도 그렇고 다 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대결에 대해서도 "팀이 졌기 때문에 투구 내용은 다 필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택연도 "불펜에서 몸을 푼 뒤 (전)미르가 던지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그는 "KKK 이닝을 만들었는데 같은 신인으로서 나 역시도 좋은 투구를 하고 싶었다.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두 선수는 평소에도 친분을 쌓아왔고, 지난해 9월 열린 제31회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도 함께 뽑혔다. 당시 두 선수는 연투를 불사하며 마운드의 버팀목이 됐다.
김택연과 전미르는 각각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와 3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두산은 김택연에게 1순위 황준서(한화)와 같은 3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겨줬고, 드래프트장에서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주며 애정을 과시했다. 롯데 역시 전미르에게 3억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주면서 기대감을 전했다.
인천고 출신의 김택연은 지난해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13경기에 등판해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 1.13에 탈삼진 97개를 잡아냈다. 고교 투수 가운데 최고의 제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택연은 지난 시즌 볼넷 9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만을 허용했다. 최고시속 152㎞, 평균 140㎞ 후반대 강속구를 무기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 스타일로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성실한 훈련 태도, 인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결승전까지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해 팀에 동메달을 안겼다. 미국과 상대한 3·4위전에선 선발로 등판, 7이닝 무실점 9탈삼진 역투로 완봉승을 거뒀다.
경북고를 졸업한 전미르는 키 188cm-몸무게 95kg의 건장한 체격과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선수로, 고교 시절 마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투타겸업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2023년 고교 무대에서 타자로는 27경기에 나와 타율 0.346(81타수 28안타), 3홈런, OPS 1.032의 기록을 냈고, 투수로는 18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7월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는 투수로서 13이닝 무실점 6사사구(3볼넷 3몸에 맞는 볼) 15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자로서 타율 0.267(15타수 4안타) 4타점 6볼넷(2 고의사구)을 기록하며 대회 MVP와 수훈상을 수상했다. 그의 활약 속에 경북고는 지난 1993년 이후 무려 30년 만에 청룡기 정상에 올랐다.
아직 정규시즌에서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았지만, 코칭스태프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엽(48) 두산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투수 MVP로 김택연을 꼽았다. 이 감독은 "김택연은 신인으로서 2월 1일부터 처음으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스스로 학창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루틴을 잘 지켰고,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정도의 구위를 보였기 때문에 캠프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고 흡족한 미소를 내보였다.
이어 이 감독은 "김택연의 강점은 구위도 구위지만, 대담한 성격 같다. 소프트뱅크전에서 위기 상황에서 일부러 홈런왕 출신 4번 타자 상대로 붙여봤다. 그런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위기 관리하는 걸 보면서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다. 구위 면에서도 회전수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빠른 공을 노리고 있는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하거나 난타당하는 유형은 아닌 거 같다"고 감탄했다.
김태형(57) 롯데 감독 역시 11일 경기를 앞두고 "변화구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걸 보면 변화구나 제구력은 본인이 어느 정도 마운드에서 운영하는 능력이 되니까 자신 있게 던진다. 굉장히 좋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공을 못 던지고 이러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은 충분히 1군에서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주형광(48) 롯데 투수코치도 "전미르는 매력이 있다. 투수로서 제일 중요한 '싸움닭' 기질도 있다"며 "이리저리 피하진 않으니 경험만 붙으면 충분이 좋은 모습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코칭스태프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택연과 전미르는 개막 엔트리 진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현빈(한화), 박명근(LG), 김민석(롯데) 등 무려 14명의 신인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이대로라면 두 선수 모두 1군 진입 가능성이 높다.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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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택연(왼쪽)과 롯데 전미르가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
전미르와 김택연은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각각 9회 초와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전미르는 다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등판했다. 9회 초 0-3으로 뒤지던 롯데는 필승조 구승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첫 타자 김인태의 타구가 구승민의 어깨를 때리고 말았다. 고통을 호소한 구승민은 마운드 앞에 쓰러졌고, 더 이상의 투구는 어려워보였다.
다행히 스친 정도로 타구가 지나가면서 구승민은 큰 부상을 피했지만, 롯데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전미르를 등판시켰다. 그는 첫 상대 타자인 이유찬에게 2루수 앞쪽 타구를 유도했지만, 다소 까다로운 바운드의 공을 2루수 최항이 잡지 못하면서 주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전미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1번 김대한을 상대한 그는 변화구만 5개를 던진 끝에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조수행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씩씩한 투구는 이어졌다. 장승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전미르는 강타자 김재환마저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만들었다.
롯데 전미르가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
이날 전미르는 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김택연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미르는 총 19구 중 직구 9개, 커브와 슬라이더 각 5개씩을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김택연은 16개의 공 중 14개를 속구를 꽂았고, 커브와 포크볼 각 1개씩을 투구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0km를 마크했다. 두 선수 모두 어린 선수다운 패기가 돋보였고, 또 신인답지 않게 피해가지 않는 과감한 모습도 보여줬다.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전미르는 "안타를 맞은 건 내 공이 별로여서 맞았고, (손)성빈이 형이 잘 리드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호투를 펼친 부분에 대해 "운이 좋았다"면서 "운에만 계속 의지할 수 없으니 이게 실력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이미 준비는 해놓은 상태였다. 전미르는 "코치님이 준비는 항상 하고 있으라고 하셔서 준비를 마쳤다. 나가라고 하셔서 나갔다"면서 "몸이 안 식도록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두산 김택연이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
같은 9회에 올라왔기에 두 선수는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미르는 "이닝 중반부터 봤는데 역시 잘 던지더라. 친구지만 배울 게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고교 시절에도 대결했다는 전미르는 "졌다. 그때는 시합도 그렇고 다 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대결에 대해서도 "팀이 졌기 때문에 투구 내용은 다 필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택연도 "불펜에서 몸을 푼 뒤 (전)미르가 던지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그는 "KKK 이닝을 만들었는데 같은 신인으로서 나 역시도 좋은 투구를 하고 싶었다.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두 선수는 평소에도 친분을 쌓아왔고, 지난해 9월 열린 제31회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도 함께 뽑혔다. 당시 두 선수는 연투를 불사하며 마운드의 버팀목이 됐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
인천고 출신의 김택연은 지난해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13경기에 등판해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 1.13에 탈삼진 97개를 잡아냈다. 고교 투수 가운데 최고의 제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택연은 지난 시즌 볼넷 9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만을 허용했다. 최고시속 152㎞, 평균 140㎞ 후반대 강속구를 무기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 스타일로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성실한 훈련 태도, 인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택연이 지난해 9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미국과 제31회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WBSC |
경북고를 졸업한 전미르는 키 188cm-몸무게 95kg의 건장한 체격과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선수로, 고교 시절 마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투타겸업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2023년 고교 무대에서 타자로는 27경기에 나와 타율 0.346(81타수 28안타), 3홈런, OPS 1.032의 기록을 냈고, 투수로는 18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7월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는 투수로서 13이닝 무실점 6사사구(3볼넷 3몸에 맞는 볼) 15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자로서 타율 0.267(15타수 4안타) 4타점 6볼넷(2 고의사구)을 기록하며 대회 MVP와 수훈상을 수상했다. 그의 활약 속에 경북고는 지난 1993년 이후 무려 30년 만에 청룡기 정상에 올랐다.
경북고 시절의 전미르. /사진=김동윤 기자 |
이어 이 감독은 "김택연의 강점은 구위도 구위지만, 대담한 성격 같다. 소프트뱅크전에서 위기 상황에서 일부러 홈런왕 출신 4번 타자 상대로 붙여봤다. 그런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위기 관리하는 걸 보면서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다. 구위 면에서도 회전수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빠른 공을 노리고 있는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하거나 난타당하는 유형은 아닌 거 같다"고 감탄했다.
김태형(57) 롯데 감독 역시 11일 경기를 앞두고 "변화구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걸 보면 변화구나 제구력은 본인이 어느 정도 마운드에서 운영하는 능력이 되니까 자신 있게 던진다. 굉장히 좋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공을 못 던지고 이러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은 충분히 1군에서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주형광(48) 롯데 투수코치도 "전미르는 매력이 있다. 투수로서 제일 중요한 '싸움닭' 기질도 있다"며 "이리저리 피하진 않으니 경험만 붙으면 충분이 좋은 모습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코칭스태프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택연과 전미르는 개막 엔트리 진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현빈(한화), 박명근(LG), 김민석(롯데) 등 무려 14명의 신인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이대로라면 두 선수 모두 1군 진입 가능성이 높다.
전미르. /사진=롯데 자이언츠 |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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