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이정후의 지난달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이정후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볼넷에 이어 안타까지 생산한 뒤 조기에 유일하게 교체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사령탑에 따르면 이정후가 가벼운 다리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멀티 출루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통증으로 인한 교체가 아쉬움이 더욱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캑터스리그 홈 시범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1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이정후는 전날(13일) LA 다저스의 강력한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채 침묵했다. 그렇지만 단 하루 만에 안타 생산을 조율하며 여전한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마친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0.348(23타수 8안타)이 됐다. 이날 자신의 9번째 시범경기를 마친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8, 2루타 1개, 1홈런 3타점 4득점 1도루 3볼넷 3삼진 출루율 0.423 장타율 0.522 OPS(출루율+장타율) 0.94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중견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톰 머피(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순으로 이어지는 선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메이슨 블랙이었다.

이에 맞서 신시내티 레즈는 스펜서 스티어(좌익수)-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트랜드(1루수)-루크 마일리(포수)-스튜어트 페어차일드(중견수)-닉 마티니(우익수)-조시 해리슨(3루수)-마이크 포드(지명타자)-토니 켐프(2루수)-에드윈 아로요(유격수)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내보냈다. 선발 투수는 프랭키 몬타스였다.

이정후는 1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서 상대 우완 선발 몬타스를 상대했다. 여기서 이정후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 리드오프 임무를 잘 수행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후속 마이클 콘포토의 볼넷으로 2루 진루에 성공한 이정후는 호르헤 솔레어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팀에 선취 득점을 안겼다. 올해 시범경기 4번째 득점이었다.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정후. /사진=김우종 기자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정후는 계속해서 타석에서 좋은 감각을 보여줬다.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역시 몬타스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터트렸다. 이어 이정후는 윌머 플로레스의 안타 때 2루에 안착했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마이클 콘포토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닝 종료.

그리고 신시내티가 1-8로 크게 뒤진 가운데,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의 타석이 돌아왔다. 이정후의 세 번째 타석. 그런데 이정후는 뜻하지 않게 대타 루이스 마토스로 교체되며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직 2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았기에, 이정후만 교체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던 게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역시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보도에 따르면 이정후가 조기에 교체된 이유(Jung Hoo Lee makes early exit)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이정후가 다리 뒤쪽에 약간의 뻐근함을 느꼈다.(It was a little tight in the back of his leg)"면서 "다만 큰 문제는 아니다(it's not an issue)"라고 말했다. 밥 멜빈 감독은 "내일 쉴 수 있는 날이 있기에, 나는 이정후를 경기에서 더 이상 뛰게 하고 싶지 않았다.(We've got an off-day tomorrow and I just didn't want to push it)"고 이야기했다.

밥 멜빈 감독의 설명대로 샌프란시스코는 15일 시범경기 일정이 없기에 하루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 이어 1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범경기를 치르는데, 이정후는 이날 경기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제 미국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도 이정후를 향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날에는 MLB.com이 올해 가장 개인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구단별로 한 명씩 꼽으면서 지구별로 MVP와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 올해의 감독상을 선정했는데, 이정후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신인상을 거머쥘 수 있는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많은 선수를 영입했다. 그중 이정후가 이 프랜차이즈를 가장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그 야구장(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빠르며, 콘택트 지향적인 선수다. 오라클 파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의 점화 플러그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정후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도 치르지 않았는데, 이정후는 이미 사령탑으로부터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받았다. 이미 이정후는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시범경기를 치를 때마다 주전조에 포함돼 나서고 있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칭찬하면서 "만약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충격받을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또 다른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를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로 꼽기도 했다. 미스터리 박스는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상자라는 뜻인데, 풀어 해석하면 그만큼 이정후를 향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매체는 "중견수 위치에서 골드글러브도 수상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이정후를 소개한 뒤 "일각에서는 그의 콘택트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력적일지 의문을 표한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정후는 현지에서 기대한 대로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정후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며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는데, 당시 1회 데뷔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터트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 두 타석에서는 1루 땅볼과 삼진으로 각각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주루 플레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경기는 더욱 대단했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이정후가 홈런포를 터트린 것. 시범경기 첫 홈런으로, 비록 정식 메이저리그 경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미국에서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렸다. 당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2루타 1개 홈런 1개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정후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한 뒤 지난 4일에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붙어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도루는 그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도루였다. 그리고 5일 설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Salt River Fields at Talking Stick)에서 펼쳐진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시범경기에서는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날았다. 이렇게 시범경기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성공한 이정후였다. 특히 콜로라도전 종료 후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올 시즌 상대 팀을 성가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KBO리그 키움에서 한 시즌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득점권 상황에서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며 그의 주루 플레이를 주목했다.

8일에는 LA 다저스전 도중 현지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3회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정후는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한 타석을 소화하면서 범타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날씨로 인한 경기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정후의 기록도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경기는 취소됐지만, 이정후는 1회부터 빗속을 뚫고 전력 질주를 펼치는 멋진 수비를 보여줬다. 또 타석에서는 비록 아웃됐지만,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는 등 공을 최대한 많이 보면서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좌완 투수를 처음 상대한 것도 소득이었다. 당시 LA 다저스 선발은 제임스 팩스턴이었다. 12년 차 베테랑 팩스턴은 2024시즌에 앞서 1년 1200만 달러(한화 약 160억원)에 다저스와 계약했다. 속구 평균 구속이 96마일(154.4km)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구위의 빠른 볼을 구사한다. 메이저리그 통산 64승 38패, 평균자책점 3.69의 성적을 자랑한다. 이정후는 팩스턴을 상대로 6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1루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9일 샌디에이고전도 비로 취소되며 2경기 연속 휴식을 취했다. 또 '선배' 김하성과 함께 나란히 사진을 찍는 등 우정을 과시했다.

이정후(왼쪽).

이정후.

이정후는 시범경기 내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이정후는 10일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전에서 처음으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며 침묵했다. 좌완 에이스 카일 멀러를 상대로 1회에는 1루 땅볼, 3회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다. 그리고 4회에 절호의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비록 공격에서는 침묵했지만, 수비에서는 값진 모습을 보여준 이정후였다. 특히 5회초 수비가 빼어났다. 오클랜드의 공격 상황에서 1사 후 맥스 슈먼이 친 2구째 공이 내야에 높이 뜨면서 2루 베이스 뒤쪽으로 향했다. 이때 공을 잡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던 샌프란시스코 유격수 닉 아메드와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이정후에게 타구 처리를 맡기고 말았다. 그래도 전력 질주를 펼치면서 타구를 따라온 이정후가 한 번에 포구하지는 못했지만, 이내 바운드 된 공을 침착하게 잡아낸 뒤 2루로 곧장 뿌려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이정후의 순발력과 수비 센스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어 이정후는 지난 1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중견수 겸 1번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올해 메이저리그를 무대를 밟은 뒤 7번째 시범경기를 치른 가운데, 이날 마지막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렸는데, 그것도 좌완 투수 상대 안타라 더욱 값졌다. 1회초 시애틀 우완 조지 커비를 상대한 이정후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3회에도 커비를 상대해 좌익수 직선타로 아웃됐다. 하지만 5회초 좌완 테일러 소시도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안타 생산을 재개했다. 그리고 하루 휴식 후 13일에는 다저스의 쟁쟁한 투수들을 상대했다. 이정후는 LA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인 최고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2차례 범타로 물러났다. 이날 글래스노우는 5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치는 등 5⅓이닝 8탈삼진 노히트의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펼쳤는데, 그래도 이정후는 삼진을 당하지는 않은 채 1회 2루 땅볼, 4회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다. 그리고 6회에는 바뀐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를 상대로 헛스윙 3구 삼진을 당하며 위력투를 체감했다.

비록 마지막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어떻게든 실력 넘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배트에 맞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의 유일한 걸림돌을 짚으면서 "이정후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다. 이에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MLB.com은 "이정후는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2023시즌을 제외하고, 타율 0.318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이정후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빠진 툴을 하나 꼽자면 파워라 할 수 있다"며 "이정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물음표는 빠른 공 대처 여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KBO 리그 투수들은 시속 95마일(152.8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그랬기에 이정후가 2023시즌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현역으로 활약한 뒤 외국인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라이언 사도스키도 "이정후는 KBO 리그보다 더 빠른 구속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와 같은 평가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14일 경기에서도 볼넷에 이어 안타로 순식간에 멀티 출루 경기를 만들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이정후였다.

이정후.

이정후.

이정후(왼쪽)와 김하성이 지난 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후 사진을 함께 찍으며 우정을 과시했다.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이정후의 2월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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