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공동취재단(네덜란드), 노진주 기자]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떠오른 김길리(성남시청)가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정상을 차지했다.
김길리는 16일(한국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 21초 192로 1위에 올랐다.
조 1위로 준결승을 가볍게 통과한 김길리는 결승에서 하너 데스멋(벨기에), 크리스틴 산토스 그리스월드(미국)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쳤다.
후반까지 3위를 유지하던 김길리는 마지막 바퀴에서 실력을 보여줬다. 앞선 두 선수의 인코스를 파고들며 단번에 추월에 성공해 1위로 골인했다.
지난해 서울 세계선수권에선 여자계주 은메달만 따냈던 김길리는 세계선수권 개인전 첫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하게 됐다.
2023~24시즌 6차례의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 7개(1,000m 3개·1,500m 4개)를 기록해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차지했던 김길리는 염원하던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손에 거머쥐었다.
19살의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른 김길리는 올 시즌 휴식으로 대표팀에서 빠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에이스임도 증명했다.
여자 1,500m 결승에 함께 출전한 심석희(서울시청)는 2분 22초 509로 4위를 기록했다.
김길리는 레이스 후 "진짜 너무 기쁘고 좋다.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이어서 월드컵과는 또 다른 기분인 것 같다. 골인 순간 '드디어 해냈다. 1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보러 왔다. 축하한다고 자랑스럽다고 메시지가 왔다. 먼 길까지 와서 너무 고맙고 이렇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갈 수 있어서 기쁘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그는 마지막 바퀴까지 3위였다. 김길리는 "3위여도 골인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뒤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데스멋 선수가 들어갈 때부터 안을 찌르려고 코스를 바꿔서 그 기회를 엿봤다. 앞 선수도 1등 하려고 레이스를 하다 보니까 치고받고 그런 상황이 나온 것 같아서 아마 예상을 못 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올림픽을 떠올리곤 "제일 큰 목표는 올림픽을 나가는 것이다. 그걸 달성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시즌부터 랭킹 1위여서 랭킹 1등을 지키기는 사실 많이 힘들었는데 마지막까지 1등으로 끝나서 만족스럽다"라고 밝혔다.
한편 남자 1,500m 결승에선 우리 대표팀끼리 충돌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레이스 막판 선두로 달리던 박지원(서울시청)을 황대헌(강원도청)이 인코스로 추월하려다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박지원이 뒤로 밀렸다.
황대헌은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오며 포효했지만, '직선주로 끝에서 뒤늦은 추월'로 페널티를 받았고 박지원은 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금메달은 2위로 들어온 쑨 룽(중국)이 차지했다.
황대헌은 지난해 10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박지원과 충돌해 실격 처분을 받은 적 있다.
아쉬움 속에서 박지원은 17일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주 종목 남자 1,000m 준준결승에 출전해 대회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지원은 1,500m 아쉬운 결과에 대해 "그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앞으로 남은) 경기가 끝난 다음에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그것 때문에 다음 경기를 못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앞으로 해야 될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1,000m 각오도 밝혔다. 박지원은 "쇼트트랙이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그런데 변수가 없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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