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
박지원(오른쪽). /사진=프리즘커뮤니케이션 |
|
황대헌(왼쪽). /사진=프리즘커뮤니케이션 |
쇼트트랙 대표팀의 '팀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황대헌(강원도청)과 박지원(서울시청)을 이틀 연속 레이스 도중 충돌하며 메달을 놓쳤다.
황대헌과 박지원은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자 1000m 결선에 나란히 출전했다. 하지만 메달 획득은 실패했다.
황대헌이 3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이어 2위로 달리던 박지원이 인코스로 파고들어 선두가 되려는 찰나에 황대헌과 부딪혔다. 박지원은 넘어졌고 황대헌은 균형을 잃고 최하위인 4위로 쳐졌다. 경기 후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고 실격됐다. 비디오 판독 결과 박지원이 추월을 한 상황에서 황대헌이 무리하게 막았다는 판정이다.
한국 선수들이 눈앞에서 메달을 놓친 사이 금메달은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에게 돌아갔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피트로 시겔과 루카 스페첸하우저(이상 이탈리아)가 차지했다.
황대헌과 박지원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전날 1500m 결선에서도 충돌한 바 있다. 3바퀴를 남기고 박지원이 선두로 달리는 상황에서 황대헌이 무리하게 추월하다 박지원과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박지원은 최하위로 밀렸다.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또 지난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도 황대헌이 박지원을 밀어 실격된 바 있다. 이번 시즌에만 박지원에게 3번이나 피해를 준 셈이다.
|
박지원(가장 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역주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
박지원. /AFPBBNews=뉴스1 |
|
박지원(왼쪽). /AFPBBNews=뉴스1 |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1000m, 1500m 금메달을 휩쓸었던 박지원의 아쉬움이 가장 컸다. 뉴스 1에 따르면 경기 후 박지원은 "변수가 없는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변수가 나왔다. 쇼트트랙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변수가 안 생기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황대헌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취재 구역을 빠져나갔다. 전날 황대헌은 1500m 실격 후 "최선을 다하다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박)지원이 형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고 바로 사과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2년 연속 '크리스탈 글로브'를 차지한 박지원의 메달 실패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차기 시즌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 국내 남녀 선수 중 종합 순위 1명이 자동 선발되고, 해당 선수는 개인전 1개 이상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 남자부는 이번 대회 부진 속에 개인전 '노메달'에 그쳤다. 이에 모든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원점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게 됐다. 특히 내년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박지원은 더욱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
김길리가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
|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김길리. /AFPBBNews=뉴스1 |
|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김길리. /AFPBBNews=뉴스1 |
전날 1500m 금메달을 땄던 김길리(성남시청)는 이틀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00m에서 1분43초049를 기록하며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미국·1분42초717)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국대 선발전도 면제받아 차기 시즌에도 국가대표로 뛰게 됐다.
재경기 혈투 끝에 따난 값진 은메달이다. 처음 경기에서 하너 데스멋(네덜란드)과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이 충돌해 넘어졌고 김길리와 크리스틴 산토스 그리월드(미국)까지 연이어 엎어졌다. 데스멋이 페널티를 받고 재경기가 펼쳐졌다. 김길리는 충돌로 인해 얼굴을 다쳤지만 투혼의 레이스 끝에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김길리는 기대를 모은 마지막 계주에서 쓴 잔을 들이켰다. 심석희, 박지윤(이상 서울시청), 이소연(스포츠토토)과 함께 출전한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캐나다 선수와 넘어졌다. 한국은 4위로 노메달에 그쳤다.
뉴스1에 따르면 김길리는 "1000m 은메달은 기분 좋지만 마무리인 계주에서 저 때문에 메달을 놓친 것 같아 속상하다"며 "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얻었다. 이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남자 계주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 김건우(스포츠토토), 이정민(한국체대), 서이라(화성시청)가 출전한 남자 5000m 계주에선 7분18초641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중국이 가져갔다.
|
린샤오쥔. /AFPBBNews=뉴스1 |
|
금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린샤오쥔. /AFPBBNews=뉴스1 |
한편 한국 대표팀 간판으로 활약하다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중국)은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르며 완벽한 복귀식을 치렀다. 전날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린샤오쥔은 이날 2000m 혼성계주와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대표팀으로 뛰던 2019 불가리아 세계선수권 이후 5년 만에 개인전 금메달이다.
뉴스1에 따르면 린샤오쥔은 "5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땄는데,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 정상에 있다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에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린샤오쥔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해 남자 1500미터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2019년 대표팀 훈련 도중 황대헌과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린샤오쥔은 이듬해 중국으로 귀화했다.
지난해 3월 서울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던 린샤오쥔은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한국에서 오랜만에 하는 대회라 긴장했지만 하던 대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아직도 많은 한국 팬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중국에서 응원 온 팬들도 고맙다"고 귀화 후 처음으로 한국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안중현 감독은 "지난해와 비교해 발전한 선수가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남자 선수들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서 아쉽다. 계주의 결과가 아쉬워 안타깝다"고 총평을 전했다.
|
박지원(가장 오른쪽). /AFPBBNews=뉴스1 |
|
레이스를 펼치는 박지원(아래). /AFPBBNews=뉴스1 |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