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북한과 일본의 평양 경기가 결국 무산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2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 일본의 경기가 예기치 않은 이유로 열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렀다. 이어 5일 뒤인 26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4차전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0일 갑자기 평양 경기가 어렵다며 장소를 옮겨야 한다고 AFC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날 다토 윈저 존 AFC 사무총장은 "중립지역 개최지를 정하는 것은 주최국 몫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AFC가 선정한다"고 중립지역 개최를 언급했다. 하지만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AFC는 "북한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FIFA 및 관련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했다. 이 사안이 FIFA의 관련 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추후에 추가 내용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FIFA 결정에 따라 이 경기가 오는 6월 A매치 기간에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경기 불가를 통보한 북한에게 몰수패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측이 평양 경기 불가를 선언한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AFC 측에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최근 일본에서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STSS)이 증가하고 있어 북한이 방역 상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과 일본의 여자축구 경기도 평양이 아닌 제3국에서 열린 바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이 평양 김일성경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옮겨 진행됐다. 당시 두 팀은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뒤 일본이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2-1로 승리해 본선 티켓을 따낸 바 있다.
여자축구에 이어 남자축구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일본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21일 "일본과 북한의 경기는 백지화됐다. 전대미문의 결정이다.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금일 아침 AFC로부터 일본과 북한의 경기가 평양에서 열릴 수 없음을 통보받았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다지마 회장은 "AFC의 편지를 받았다. 북한은 평양 경기 개최가 어렵다고 통보했다더라"라고만 설명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도 쓴웃음을 지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일본은 최선의 준비를 다할 뿐이다. 북한과 경기가 어디서 개최될지는 모르겠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일본 베테랑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도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나가토모는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양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건 일본에 큰일이다. 동기부여는 변치 않는다. 다만 긍정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구보 다케후사도 "북한과 일본의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조금 전에 들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확실히 개최지가 정해질 때까지 일본은 정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 감독도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신영남 감독은 일본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이 문제에 대해) 여기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패했다. 북한은 1승2패로 조 2위에 머물렀고 일본은 3연승으로 조 선두를 질주했다.
이날 일본은 유럽파를 총출동시켰다.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마에다 다이젠(셀틱),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 다나카 아오(포르투나 뒤셀도르프) 등이 공격과 허리 라인에 대거 포진했다.
일본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유럽파들이 선제골을 합작했다. 도안이 오른족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공을 다나카가 오른발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출발은 좋았지만 이후 일본 공격은 번번이 막혔다. 실점한 북한은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후반 초반 한광성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북한은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흘러나온 공을 백청송이 밀어 넣었지만 앞선 장면에서 파울로 득점이 취소되는 불운도 겪었다.
일본은 후반 중반 이후 엔도 와타루(리버풀), 아사노 다쿠마(보훔), 오가와 고키(NEC 네이메헌) 등을 투입해 추가골을 노렸지만 북한의 촘촘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1점 차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겨우 승점 3점을 챙겼다.
신영남 감독은 "오늘 경기는 내용 면에서는 매우 좋았다. 오늘 경기에서 얻은 경험을 최대한 살려 앞으로의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골대 뒤편에는 북한팀 유니폼 색상과 같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응원단 3000명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신영남 감독은 "동포들 앞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동포들이 우리와 함께 뛰는 것처럼 응원했다. 마음속 외침은 우리에게도 좋은 영감이 됐다. 그들의 마음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음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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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찾은 북한 관중들. /AFPBBNews=뉴스 |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AFPBBNews=뉴스1 |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2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 일본의 경기가 예기치 않은 이유로 열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렀다. 이어 5일 뒤인 26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4차전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0일 갑자기 평양 경기가 어렵다며 장소를 옮겨야 한다고 AFC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날 다토 윈저 존 AFC 사무총장은 "중립지역 개최지를 정하는 것은 주최국 몫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AFC가 선정한다"고 중립지역 개최를 언급했다. 하지만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AFC는 "북한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FIFA 및 관련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했다. 이 사안이 FIFA의 관련 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추후에 추가 내용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FIFA 결정에 따라 이 경기가 오는 6월 A매치 기간에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경기 불가를 통보한 북한에게 몰수패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 후 관중에게 박수를 보내는 북한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지난달 북한과 일본의 여자축구 경기도 평양이 아닌 제3국에서 열린 바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이 평양 김일성경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옮겨 진행됐다. 당시 두 팀은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뒤 일본이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2-1로 승리해 본선 티켓을 따낸 바 있다.
여자축구에 이어 남자축구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일본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21일 "일본과 북한의 경기는 백지화됐다. 전대미문의 결정이다.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금일 아침 AFC로부터 일본과 북한의 경기가 평양에서 열릴 수 없음을 통보받았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다지마 회장은 "AFC의 편지를 받았다. 북한은 평양 경기 개최가 어렵다고 통보했다더라"라고만 설명했다.
경기 후 인사하는 양 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일본 베테랑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도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나가토모는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양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건 일본에 큰일이다. 동기부여는 변치 않는다. 다만 긍정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구보 다케후사도 "북한과 일본의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조금 전에 들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확실히 개최지가 정해질 때까지 일본은 정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 감독도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신영남 감독은 일본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이 문제에 대해) 여기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영남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득점 후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이날 일본은 유럽파를 총출동시켰다.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마에다 다이젠(셀틱),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 다나카 아오(포르투나 뒤셀도르프) 등이 공격과 허리 라인에 대거 포진했다.
일본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유럽파들이 선제골을 합작했다. 도안이 오른족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공을 다나카가 오른발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출발은 좋았지만 이후 일본 공격은 번번이 막혔다. 실점한 북한은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후반 초반 한광성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북한은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흘러나온 공을 백청송이 밀어 넣었지만 앞선 장면에서 파울로 득점이 취소되는 불운도 겪었다.
일본은 후반 중반 이후 엔도 와타루(리버풀), 아사노 다쿠마(보훔), 오가와 고키(NEC 네이메헌) 등을 투입해 추가골을 노렸지만 북한의 촘촘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1점 차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겨우 승점 3점을 챙겼다.
신영남 감독은 "오늘 경기는 내용 면에서는 매우 좋았다. 오늘 경기에서 얻은 경험을 최대한 살려 앞으로의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골대 뒤편에는 북한팀 유니폼 색상과 같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응원단 3000명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신영남 감독은 "동포들 앞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동포들이 우리와 함께 뛰는 것처럼 응원했다. 마음속 외침은 우리에게도 좋은 영감이 됐다. 그들의 마음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음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일본 경기 장면. /AFPBBNews=뉴스1 |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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