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악인의 탈을 벗으니 서글서글하고 푸근한 청년만 남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선배 연기자 변요한과 변영주 감독에 대한 존경심에 푹 빠진 배우 이우제를 만났다.
이우제는 최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kc Out(약칭 백설공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 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독일 소설을 원작 삼아 서주연 작가가 한국 드라마로 각색했고, 영화 '화차'로 호평받은 변영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처음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이 가운데 이우제는 신민수 역을 맡아 활약했다.
이우제는 작품에 합류한 계기와 이유에 대해 "저는 우선 오디션 보기 전에 시놉시스를 미리 받아봤다. 그 때부터 '무조건 해야 된다'라고 생각했다. 전에 했던 제 작품들이 저의 이미지에 맞게 귀여운 모습이나 사랑스러운 모습들 위주로 연기를 했던 거였는데 저에겐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했다. 내면에 감춰진 얼굴도 보여야 하고 너무 하고 싶었다. 그 때부터 저는 무조건 될 거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소재라 생각했다"라며 "감사하게도 캐스팅을 해주셔서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선배님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라고 고백한 그는 "너무나도 떨리기도 하고 설레고 무섭기도 해서 피해를 안 주려고 엄청 노력했다. 이번 작품은 저는 무조건 잘 될 거라 예상했다.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다양성을 떠나서 저희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가 지금까지도 감독님부터 다같이 단톡방에 모여서 얘기도 자주 나눌 정도로 너무 끈끈하게 촬영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라도 이 버프를 받아서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라고 말했다.
이우제는 거듭 "저희 촬영장 너무 좋았다. 촬영 끝나고 2년 만에 작품이 공개됐는데 촬영 때부터 작품 끝난 지금까지도 단톡방이 살아있다.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유지가 되고 있는 게 정말 흔하지 않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백설공주'에서는 모두가 나쁜 사람이지만 따뜻한 마을 같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저는 모든 촬영의 마지막은 슬프고 아쉽고 시원 섭섭한 게 있는데 이 촬영장 만큼은 꼭 명절 때 가족들이 왁자지껄하게 하다가 각자 자리로 돌아가면 허전하지 않나. 가족이 됐든 친구들이 됐든 저 마지막 끝나고 집에 가는 차에서 그 감정을 느겼다.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다. 다시 못 보는 게, 이제 끝인가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 지금까지도 단합이 잘 될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가 싶더라"라고 자신했다.
'백설공주'를 향한 '꿀고구마'라는 호평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적인 취향인데 실제로도 '꿀고구마'를 좋아한다. 사이다 없어도 잘 먹는다"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보영(장하은 분)의 창고 장면을 추운 겨울에 꽁꽁 얼어가면서 모두가 고생해서 찍었다. 그 걸 찍고 이틀 연속으로 악몽을 꿨다. 아무리 연기고 드라마 작품이지만 실제 피 흘려 누워있는 연기가 심정적으로 충격을 준 것 같다"라고 고백하면서도, "그래도 시청률이 계속 올라간 걸 보면 촬영하는 저희들도 힘들었지만 몰입했던 진심을 보시는 분들이 알아주신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돼서 고구마여도 보게 되는 것 같더라"라고 평했다.
특히 그는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한 명 한 명 다 이기적이다. 감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회에서도 이기적인 상황들이 강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걸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 같다"라며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해주셔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현실감에 사이다 한 잔 없는 고구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력을 느끼고 봐주신 것 같다"라고 자부했다.
이우제는 이러한 작품의 매력을 변영주 감독의 연출에 기인한 것으로 꼽았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에 저에게 '이렇게 해'라고 정해주시지 않았다. 제가 준비해온 걸 먼저 봐주셨고, 거기서 빌드업을 하거나 톤다운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조율을 해주셨다. 제가 먼저 뭔가를 해나간다는 게 저에게 굉장히 많은 공부가 됐다.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처음엔 무서운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엔 엄마 같은 분이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시는 게 연기하는 입장에서 훨씬 편했다"라며 웃었다.
그는 변영주 감독의 디렉션으로 탄생한 장면 중에 가장 놀라웠던 순간에 대해 병무(이태구 분)로부터 "네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라"라는 말을 들었던 씬을 언급했다. 이우제는 "민수는 파파보이라 아빠가 죽고 세상이 무너진 거였는데 감독님이 병무랑 얘기한 뒤에 슬픈 감정에서 연기를 더 해보라고 하시더라. 눈빛을 한번 확 바꾸라고. 현장에서 즉흥으로 들은 디렉션이었는데 처음엔 의도를 몰랐다. 나중에 연결되는 상황에서 정우(변요한 분)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까지 이면성을 드러내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우제야 이건 뱀처럼 해줘'라고 하시는데 그게 어떤 의도인지 방송을 통해 제대로 확인하고 놀라웠다"라고 밝혔다.
변영주 감독의 지시대로 뱀 같은 악역을 소화한 이우제. 그는 "새 대본이 나올 때마다, 방송이 공개될 때마다 '뒤통수 조심해야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모두가 반전이 있어서 서로서로 그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나눴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좋아해주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감히 생각하기에 '욕하면서 보는 맛'이 있지 않나. '백설공주'에서 저나 다른 악역들이 그런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다 알고 각오를 하고 봐도 충격적인 건 있었다. 보영이 엄마 이재희(박미현 분)와 현구탁(권해효 분)이 내연 관계라는 건 정말 너무 충격이었다. 진짜 깜짝 놀랬다. 과거씬 말고는 선배님들과 호흡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방송으로 볼 생각에 너무 기대됐고 아예 모르는 선배님들 연기를 볼 때마다 너무 놀랍고 재미있었다. 시청자 기분으로 보게 됐는데 한숨 한 번, 눈빛 한 번에도 많은 걸 담아내시를 걸 보고 너무 존경스러웠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끝으로 이우제는 "'백설공주'는 저에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꿀고구마'라는 말처럼 저희의 노고를 알아주시면 좋겠다. 변요한 형과 고준 형의 베스트커플상 이야기가 나오던데 정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이 단톡방에 두 사람 '짤'을 올려주셔서 봤다. 정확히는 SNS에 도는 글을 캡처에서 보내주신 거였는데 제가 울면서 프링글스 먹는 장면에도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사람?'이라는 캡처를 올려주시더라. 이렇게 여전히 웃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으니 다들 연말 시상식에서도 즐겁게 뵙고 싶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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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