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열연한 배우 홍예지가 거장 허진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노력과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홍예지는 16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에서 재완(설경구 분)의 딸 혜윤 역을 맡아 열연했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소설 '디너'를 원작 삼아 한국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에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OSEN 사무실에서 홍예지를 만나봤다.
영화는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분) 형제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 분)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분).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 중심에 홍예지가 맡은 혜윤이 있다. 극에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섬뜩한 악역. 홍예지에게는 첫 악역이다. 도전을 감행한 배경에는 허진호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다. 홍예지는 "감독님과 촬영 며칠 전에도 몇 시간씩 토론을 했다. 씬 전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들어갔다. 감독님을 많이 믿어서 할 수 있었다"라며 "허진호 감독님 작품들이 하도 유명해서 전부 다 보지는 못했지만 '덕혜옹주'를 제가 너무 좋아한다. 말없이 뒷모습만 찍어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게 찍어주시는 게 강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번에 '보통의 가족'을 보면서도 감독님이 많은 방면으로 연출을 하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지수랑 차를 타고 가면서도 기싸움을 하는 씬이 있다. 처음엔 그걸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잘 몰랐다. 무시를 해야 할지 지수가 혜윤이를 칭찬하면서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고 얘기하면 혜윤이 '부럽죠'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비아냥인지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이 그 때도 여러 버전으로 찍게 기회를 주시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밖에도 여러 버전으로 했던 게 아빠랑 통화하는 합격자 발표 이후에 노숙자 죽었을 때 누구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누구?' 한 단어인데 굉장히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누구인지 아는데 망설이는 것으로 갈지, 정말 까먹은 채로 갈지 정말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저는 그렇게 기회를 많이 얻은 게 배우로서도 기회를 많이 얻었고 표출해볼 수 있던 게 좋았다. 기회를 많이 여러번 주시는 게 허진호 감독님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었다"라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오디션 과정에도 이러한 홍예지의 근성을 허진호 감독이 눈여겨 봤다고. 홍예지는 "오디션을 볼 때 허진호 감독님 앞이라 너무 떨려서 제가 당당하고 뻔뻔하게 못했다는 생각에 집에 가는 길에 차를 돌려서 돌아왔다.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기회를 달라고 해보려 했다. 다른 친구들 오디션 끝난 다음에 기회를 주셔서 다시 그 때 오디션을 봤다. '이제 연기가 만족스러워?'라고 하셔서 '아직 못 보여드린 것 같다'라고 해서 만족할 때까지 연기하고 가라고 하시더라. 같은 장면을 3~4번 더 했는데 '이제 혜윤이 보여드린 것 같다'고 했는데 처음과 다시 봤을 때 연기가 다른 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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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민경훈 기자,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