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폭풍' 유병수, 사우디서 성공시대…주목 할 중동 킬러
입력 : 2012.02.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2012년, 골잡이 유병수(24)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010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국산 킬러’로 각광 받았던 유병수는 지난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클럽 알 힐랄로 이적하며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4경기 만에 데뷔 골을 신고했지만 무릎 부상의 불운으로 컨디션을 잃었다. 골 소식이 들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병수의 이름은 잊혀져 갔다.

하지만 유병수의 침묵은 길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알 쇼알라와의 사우디 크라운 프린스컵 16강전에서 2골 1도움을 몰아치는 원맨쇼를 기점으로 골 폭풍이 휘몰아 치고 있다. 2012년 1월 2일)이하 한국시간) 파제르와의 사우디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경기에서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로 시즌 2호 도움을 올렸고, 24일 알 나스르와의 크라운프린스컵 8강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했다.

지난 28일 알이티하드와의 준결승전에도 득점한 유병수는 알 힐랄의 결승진출을 이끌었고 컵대회 득점왕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다가섰다. 크라운 프린스컵 활약을 바탕으로 오르기 시작한 유병수의 기세는 리그전으로 이어졌다. 7일 알 카디시야와의 19라운드 경기에서 시즌 3호 멀티골로 3-0 완승을 이끌었다.

유병수는 최근 두 달 사이 치른 10경기에서 7골 2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한 개에 가까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반 년 간 침묵의 시간을 보낸 유병수의 킬러 본능이 살아났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다음 시즌 사우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쟁에 가세하기 충분한 모습이다.

무릎 부상 완치…현지 적응도 OK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유병수는 낯선 사우디 환경에 빨리 적응했다. 유병수가 그 동안 골 가뭄에 시달린 이유는 부상의 여파였다. 부상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유병수의 득점 장면을 보면 동료 선수들과 이미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실된 마음으로 유병수의 골을 축하하고 얼싸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병수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지쎈의 류택형 이사는 “유병수의 영어 실력이 유창한 편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동료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친해졌다. 알 힐랄 같은 경우에는 이미 설기현, 이영표 등의 한국 선수가 거쳐갔다. 성실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현지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을 좋아한다”며 유병수가 이미 알 힐랄의 일원으로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고 전했다.

실력적인 면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다. 유병수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지만 확실한 선수다. 문전에서 효율적인 움직임과 날카로운 마무리가 강점이다. 게다가 힘도 좋다. K리그에서 보였던 강점을 사우디 무대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유병수는 비록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사우디 아라비아 선수들의 믿음을 얻기 충분하다. 골잡이에겐 패스가 필요하다. 알 힐랄 선수들은 유병수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맡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기회를 놓치지 않은 유병수

부상과 적응의 문제로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서 뒤쳐졌던 유병수에게 1월은 절호의 기회였다. 등번호 9번을 달고 있는 모로코 대표 공격수 유세프 엘 아라비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그 캉에서 활약한 바 있는 유세프는 스페인 명문클럽 세비야, 이탈리아 클럽 제노아 등의 관심을 받던 선수로 지난 2011년 9월 알 힐랄에 입단했다. 유세프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진 유병수는 연이은 득점 행진으로 실력을 과시했다.

때마침 알 힐랄은 2012년 1월 사령탑을 교체했다. 독일 출신 명장 토마스 돌이 성적 부진으로 하차했다. 새로 부임한 체코 출신 이반 하세크 감독은 스파르타 프라하, 스트라스부르, 생테티엔 등 유럽 클럽을 거친 명망있는 감독이다. 2009년 체코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하세크 감독의 부임 이후 알 힐랄은 최근 4연승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순항의 중심에 유병수가 있다.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유세프가 돌아오더라도 유병수의 입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복귀설…야망은 있지만 욕심은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현재 위기 상태다. 오는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 운명이 걸렸다. 비기기만 해도 최종 예선에 진출하지만 패할 경우 7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이 무너진다.

유병수는 지난 2011년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동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유병수는 쿠웨이트를 비롯해 중동의 강적을 상대해야 하는 아시아 예선전에 필요한 킬러다. 유병수를 대표팀에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이 팬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병수 본인의 입장은 “야망은 있으나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로 대표팀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표팀을 의식하거나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대표 발탁 여부 보다 소속팀이나 대표팀 모두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덧 해를 넘긴 사우디 생활은 유병수를 한 단계 더 큰 선수로 만들고 있다. 2012년의 골문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유병수는 성공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잊혀진 K리그 득점왕, ‘국산 킬러’ 유병수를 다시 주목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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