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원' 무리뉴, 레알의 공적으로 전락하다
입력 : 2013.05.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는 반드시 논리적인 이유가 있지는 않다. 당사자는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본인에게만 그럴듯할 뿐 남들이게는 억지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끼리끼리고 유유상종인 것이다.

세계적 명장의 반열에 오른 무리뉴가 첼시 팬들과 잉글랜드 언론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도 알고 보면 비슷하다. 상대를 특별히 가리지 않고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그의 색깔이 영국에서와 스페인에서 크게 달랐다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상대팀의 심사를 뒤틀리게 구사하는 절묘한 한 마디는 어디에서나 변함없는 무리뉴의 전매특허였다. 그의 고약한 어록이 잉글랜드에서는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지만 스페인에서는 레알 팬들과의 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을 뿐이다.

결정타는 챔피언스리그 성적 때문이다. 독일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1, 2차전 합계 4-3으로 패하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후 첫 리그 경기인 바야돌리드전. 그는 다른 곳도 아닌 레알 마드리드의 홈인 베르나베우에서 많은 일반팬들의 야유를 들어야했다. "나는 레알에서 훌륭했다"는 발언도 팬들의 마음에 불을 당겼지만 레알이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탓이 컸다. 리그를 옮겨가면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던 무리뉴에게는 참기 힘든 굴욕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무리뉴의 한 마디에서 그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생활하면서 느껴왔던 씁쓸한 감정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영국에서) 나를 공정하게 대하는 미디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미워했다." 무리뉴는 마드리드에 기반을 둔 많은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클럽 운영 방식과 성적에 대해 끊임없는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카시야스를 출장시키지 않는 사실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0년. 무리뉴는 전세계 축구의 별들이 모인 레알 마드리드에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만 해도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럭셔리와 스페셜의 만남이었다. 전임 감독들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은 시켰지만 2001/02 시즌 이후 단 한 차례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두지 못한 탓에 '우승청부사' 무리뉴에게 거는 레알의 기대는 남달랐다. 무리뉴는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옮겨다니며 두 번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그가 단 번에 레알 마드리드의 굴욕감을 씻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클럽 경영진과 팬들의 기대와 달리 레알은 세 시즌 모두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2010/11 시즌에는 준결승전에서 '잘난 이웃' 바르셀로나를 만나 1, 2차전 합계 3-1로 패배했다. 기대를 모았던 그 다음 시즌에도 준결승전에 올랐으나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번 시즌에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벽을 넘지 못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여전히 잘나가는 바르셀로나가 버티고 있었지만 2011/12 시즌 리그 타이틀을 들어올렸고 2010/11 시즌에는 코파델레이도 차지했다.

레알과 팬들의 입장에서는 무리뉴의 성적이 불만스럽겠지만 이들과 무리뉴 사이에 감정의 간극이 벌어진 원인이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단초는 5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골키퍼에 등극한 레알의 '언터처블' 카시야스와 그의 여자 친구 카르보네로 때문이다. 무리뉴는 카시야스와 방송 리포터이자 그의 여자 친구인 카르보네로를 통해 클럽 내부의 정보가 빠져나간다고 항상 의심하고 있었다. 언론과의 악순환이 계속된 것도 그녀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BBC의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앤디 웨스트는 "무리뉴는 카시야스를 통해 캠프의 이야기가 빠져나간다고 의심했다. 명백한 사례도 있다. 카르보네로가 몇 주 전 멕시코 방송에 출연해 무리뉴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나쁘다고 발언했다. 그녀가 발언한 내용의 출처가 누구인지는 너무나 명백하다"며 상황을 전했다. 카르보네로는 2010년 방송에서 "호날두는 자기중심적인 선수"라고 평가해 레알 내부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 라커룸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는 것이 외신의 전언이다. 무리뉴가 라커룸에서 대화를 나누는 선수는 마이클 에시엔, 루카 모드리치, 디에고 로페즈 뿐이라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19세 바란에게 밀려난 페페는 "무리뉴는 카시야스를 존중해야 한다"며 대놓고 비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레알 마드리드를 구해줄 '구세주'에서 거의 '왕따'의 수준으로 추락한 무리뉴는 아직도 향후 행선지에 대해 "시즌이 끝나면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과 '친구로서' 마주앉아 나의 미래를 이야기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무리뉴의 행선지가 첼시에서 파리 생제르망으로 바뀌었다는 추측성 보도도 있다. 무리뉴가 자신을 사랑해줬던 첼시에서 다시 한 번 '스페셜원'의 명성을 되찾을지, 또 다른 리그에서 새로운 역사를 개척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스페셜원 무리뉴의 주요 우승 성적*

FC포르투: 프리메이라 리가(2002/03, 2003/04), UEFA컵(2002/03), 챔피언스리그(2003/04)

첼시: 프리미어리그(2004/05, 2005/06), FA컵(2006/07), 리그컵(2004/05, 2006/07)

인터밀란: 세리에A(2008/09, 2009/10), 코파 이탈리아(2009/10), 챔피언스리그(2009/10)

레알 마드리드: 라 리가(2011/12), 코파 델 레이(2010/11)


아래 사진=무리뉴를 응원하는 어린 첼시팬



기획편집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