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스페인 마드리드 베르나베우] 예년과 달리 쌀쌀한 날씨 탓에 긴 팔 옷을 입지 않으면 안되는 날들이 일주간 계속되다 갑자기 예년의 더운 기온으로 돌아온 6월 1일(현지시간). '스페셜원'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서 겪었던 3년간 애증의 세월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주위에는 오전 10시께임에도 불구하고 예약한 입장권을 찾으러 온 사람, 당일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 암표를 판매하기 위한 호객군들로 최종전의 설레임을 예고하고 있다.
오후로 접어들자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머플러와 해바라기씨 등을 파는 상인들도 각자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후 5시로 정해진 경기 시간이 가까와질수록 베르나베우 주변의 팬들의 수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서 무리뉴의 마지막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빅매치의 긴장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위기다.
라리가 2위 확정팀 레알과 16위 오사수나의 경기는 경기 자체만으로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레알이 이 경기를 이긴다고 해도 1위를 이미 확정지은 바르셀로나와의 위치를 바꿀 수 없었다. 강등권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오사수나로서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철체절명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레알 선수들의 면면도 무게감이 떨어졌다. 레알의 아이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언터처블'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사비 알론소, 디에고 로페즈 같은 빅 네임들이 빠진 채 경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관전의 재미가 다소 반감됐다.
사전에 예고되긴 했지만 끝내 카시야스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고 시즌 마지막 경기의 골키퍼는 레알팬들에게도 거의 처음인듯 낯선 No.4 헤수스 페르난데스가 선발로 출장했다. 레알 1.5군의 출전이라 봐도 무방할 경기였다.
빅매치에는 꼭대기까지 가득차던 베르나베우 관중석의 곳곳이 비어있는 장면이 보여주듯 레알과 오사수나의 최종전은 경기의 내용과는 관계없는 '굿바이 무리뉴' 이슈로만 진행되었다. 레알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할 때 박수와 환호가 있었지만 빅네임이 빠져서인 듯 관중들의 반응도 약간 김이 빠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리뉴'의 이름이 거명되자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이날 경기의 이슈가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무리뉴가 경기 시작 즈음 잠시 사이드 라인 쪽에 모습을 드러내자 갑자기 경기장 전체에서 무리뉴를 야유하는 소리와 휘파람이 날아들었다. 무리뉴는 몇 초간 잠시 사이드 라인 부근에 서 있다가 바로 벤치로 자리를 옮긴 후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사이드라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리뉴는 작심한 듯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깍지만 낀채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전반 34분 곤잘로 이과인이 선제골을 터뜨렸을 때도 37분 마이클 에시엔이 추가골을 터뜨렸을 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리뉴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에시엔이 벤치로 다가가 감사의 포옹을 했을 때만 약간의 변화가 있었을 뿐 오사수나가 추격골 2골을 터뜨렸을 때도 카림 벤제마와 카예혼의 추가골이 터졌을 때도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마다 보였던 무리뉴의 전매특허 같은 격정적 액션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리뉴의 무반응과 달리 무리뉴에 감사의 지지를 보내는 서포터 그룹 '울트라 수르(ULTRAS SUR)'와 이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일반팬들간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신경전이 이어졌다. '울트라 수르'는 오수사나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리뉴에게 그동안 못다한 감사의 표시를 하기로 계획한 듯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나베우 동쪽 서포터석에 자리를 잡은 '울트라 수르'는 계속해서 "호세~무리뉴, 호세~무리뉴"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지지 연호가 시작되면 바로 일반 관중석에서는 각종 야유와 휘파람, 나팔소리로 대응하며 무리뉴를 지지하는 소리 자체를 지우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외쳐대는 이들의 무리뉴 지지 연호는 경기 90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막지 못했다.
이들은 경기 후반 29분 흰바탕에 검은 글씨로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플래카드를 들어올려 무리뉴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90분 동안 짧게는 1분 길게는 6분 가량 "호세~무리뉴"를 지속적으로 연호했던 이유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는 '무리뉴 감독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를 위해 싸워줘서 감사합니다(MOURINHO, GRACIAS POR LUCHAR CONTRA VIENTO Y MAREA)'였다.
90분의 정규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모두 경기장을 떠난 후에도 울트라 수르의 무리뉴 지지 연호가 계속되자 무리뉴가 경기장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거리가 멀어 표정을 살필 수는 없었지만 무리뉴는 끝까지 자신에게 감사의 지지를 보내준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울트라 수르의 "호세~ 무리뉴" 연호는 더욱 크게 베르나베우에 울려퍼졌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지 20분 정도가 지날 때까지 무리뉴를 연호하며 베르나베우를 떠나지 않았다. 공식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뜬 무리뉴를 제외한 코칭 스태프는 '울트라 수르' 앞까지 걸어가 무리뉴를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무리뉴에 야유를 보냈던 관중석의 많은 일반 관중들과 달리 '울트라 수르'와 호흡을 함께 하며 두 손을 들고 무리뉴를 연호해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마르타 로싸노는 무리뉴에 대한 지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스포탈코리아>에 말했다.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를 다른 사람들이 공격해 올 때 개인의 의견을 밝히며 레알 마드리드를 변호했고 지켜냈다. 비록 지금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을 그만두고 떠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지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고 야유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것이다."
무리뉴는 일부 스타 플레이어와의 불화와 경영진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에는 여전히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주는 서포터들이 있음을 확인한 마지막 경기였다. 레알과 스페인 축구계를 떠나 첼시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의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을 듯하다.
아래 사진=마드리드에 거주하는 레알팬인 마르타 로싸노
기획 편집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주위에는 오전 10시께임에도 불구하고 예약한 입장권을 찾으러 온 사람, 당일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 암표를 판매하기 위한 호객군들로 최종전의 설레임을 예고하고 있다.
라리가 2위 확정팀 레알과 16위 오사수나의 경기는 경기 자체만으로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레알이 이 경기를 이긴다고 해도 1위를 이미 확정지은 바르셀로나와의 위치를 바꿀 수 없었다. 강등권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오사수나로서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철체절명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레알 선수들의 면면도 무게감이 떨어졌다. 레알의 아이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언터처블'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사비 알론소, 디에고 로페즈 같은 빅 네임들이 빠진 채 경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관전의 재미가 다소 반감됐다.
사전에 예고되긴 했지만 끝내 카시야스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고 시즌 마지막 경기의 골키퍼는 레알팬들에게도 거의 처음인듯 낯선 No.4 헤수스 페르난데스가 선발로 출장했다. 레알 1.5군의 출전이라 봐도 무방할 경기였다.
빅매치에는 꼭대기까지 가득차던 베르나베우 관중석의 곳곳이 비어있는 장면이 보여주듯 레알과 오사수나의 최종전은 경기의 내용과는 관계없는 '굿바이 무리뉴' 이슈로만 진행되었다. 레알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할 때 박수와 환호가 있었지만 빅네임이 빠져서인 듯 관중들의 반응도 약간 김이 빠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리뉴'의 이름이 거명되자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이날 경기의 이슈가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무리뉴가 경기 시작 즈음 잠시 사이드 라인 쪽에 모습을 드러내자 갑자기 경기장 전체에서 무리뉴를 야유하는 소리와 휘파람이 날아들었다. 무리뉴는 몇 초간 잠시 사이드 라인 부근에 서 있다가 바로 벤치로 자리를 옮긴 후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사이드라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리뉴는 작심한 듯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깍지만 낀채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전반 34분 곤잘로 이과인이 선제골을 터뜨렸을 때도 37분 마이클 에시엔이 추가골을 터뜨렸을 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리뉴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에시엔이 벤치로 다가가 감사의 포옹을 했을 때만 약간의 변화가 있었을 뿐 오사수나가 추격골 2골을 터뜨렸을 때도 카림 벤제마와 카예혼의 추가골이 터졌을 때도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마다 보였던 무리뉴의 전매특허 같은 격정적 액션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리뉴의 무반응과 달리 무리뉴에 감사의 지지를 보내는 서포터 그룹 '울트라 수르(ULTRAS SUR)'와 이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일반팬들간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신경전이 이어졌다. '울트라 수르'는 오수사나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리뉴에게 그동안 못다한 감사의 표시를 하기로 계획한 듯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나베우 동쪽 서포터석에 자리를 잡은 '울트라 수르'는 계속해서 "호세~무리뉴, 호세~무리뉴"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지지 연호가 시작되면 바로 일반 관중석에서는 각종 야유와 휘파람, 나팔소리로 대응하며 무리뉴를 지지하는 소리 자체를 지우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외쳐대는 이들의 무리뉴 지지 연호는 경기 90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막지 못했다.
이들은 경기 후반 29분 흰바탕에 검은 글씨로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플래카드를 들어올려 무리뉴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90분 동안 짧게는 1분 길게는 6분 가량 "호세~무리뉴"를 지속적으로 연호했던 이유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는 '무리뉴 감독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를 위해 싸워줘서 감사합니다(MOURINHO, GRACIAS POR LUCHAR CONTRA VIENTO Y MAREA)'였다.
90분의 정규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모두 경기장을 떠난 후에도 울트라 수르의 무리뉴 지지 연호가 계속되자 무리뉴가 경기장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거리가 멀어 표정을 살필 수는 없었지만 무리뉴는 끝까지 자신에게 감사의 지지를 보내준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울트라 수르의 "호세~ 무리뉴" 연호는 더욱 크게 베르나베우에 울려퍼졌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지 20분 정도가 지날 때까지 무리뉴를 연호하며 베르나베우를 떠나지 않았다. 공식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뜬 무리뉴를 제외한 코칭 스태프는 '울트라 수르' 앞까지 걸어가 무리뉴를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무리뉴에 야유를 보냈던 관중석의 많은 일반 관중들과 달리 '울트라 수르'와 호흡을 함께 하며 두 손을 들고 무리뉴를 연호해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마르타 로싸노는 무리뉴에 대한 지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스포탈코리아>에 말했다.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를 다른 사람들이 공격해 올 때 개인의 의견을 밝히며 레알 마드리드를 변호했고 지켜냈다. 비록 지금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을 그만두고 떠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지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고 야유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것이다."
무리뉴는 일부 스타 플레이어와의 불화와 경영진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에는 여전히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주는 서포터들이 있음을 확인한 마지막 경기였다. 레알과 스페인 축구계를 떠나 첼시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의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을 듯하다.
아래 사진=마드리드에 거주하는 레알팬인 마르타 로싸노
기획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