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광주] 김현세 기자= "소싯적에는 야구를 즐겨봤죠. 지금은 안 보지만요. 그래도 양현종 선수 평균자책점 1위 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기자가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향하다 택시를 운영하는 60대 남성 A 씨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는 "과거 광주에서 서울까지 직관 갈 만큼 지역 고교 예선부터 즐겨보곤 했다"며 "선동열의 광주일고, 이순철의 광주상고(현 광주동성고), 김정수의 진흥고 등이 경기할 때면 참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연고지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가 많았다는 기억이다. 지금은 연고지 1차 지명 선수들 모두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를 꿈꾸지만, 한 단계 발전해 전국구 단위로는 기근에 시달리는 실정. 여전히 KBO 리그에서 양현종, 김광현(SK) 만한 걸출한 스타 배출은 요원해 보인다.

KIA와 양현종이 전국구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야구를 안 보는 이에게도 이름 석 자가 각인될 정도라면 올 시즌 양현종이 얼마나 위대한 시즌을 치렀는지도 감이 온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 고전을 못 면했지만 이윽고 이겨내더니 5월부터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넘긴 적이 없다. 서재응 투수코치는 "현종이가 초반에는 참 힘들어했다"면서 "결국 에이스답게 5월 들어서는 잘 이겨냈다. 준비가 미흡했다고 여긴 부분을 함께 점검하면서 밸런스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수년 간 그래왔듯, 올 시즌도 최고 투수다운 활약이다. 29경기에 나와 184.2이닝을 던지면서 16승 8패 평균자책점 2.29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07로 잘 던졌다. 5년 연속 180이닝 넘게 던지면서 국내 왼손 투수의 새 이정표도 세웠다.

최근 각지에서 고액 연봉자의 실력 논란이 불거지지만, 양현종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23억 원이라는 연봉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다. 팬들도 그를 칭송하기 바쁘다. 수년 간 별다른 하향세도 없이 최고 결과물만 보여주는 까닭이다. 양현종은 '프랜차이즈란 이런 것'이라고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양현종은 일찌감치 목표치를 채우면서 먼저 시즌을 마쳤고, 이제 11월 열릴 프리미어12 합류를 두고 여유로이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다시금 전국구 스타로 입지를 다질 기회다.

대표팀 문제와 별개로 양현종은 이미 전국적 사랑을 받는다. 꼭 광주 전남 지역 팬이 아니어도 그를 보러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일 서울에서 광주까지 왔다는 30대 여성 팬 B 씨는 “단체 관람 동호회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양현종 선수 등판날이면 휴가를 내거나 일부러 맞춰서 광주에 내려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예전에 KIA와 계약이 성사되고는 나와 마주치는 팬마다 ‘남아줘서 고맙다’고 했던 게 되레 고마웠다"며 “내 등판날에는 와 주시는 팬들이 표 값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만큼 팀과 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그 자부심으로 던진 공은 전국에 닿았다. 이제는 야구를 안 봐도, 혹은 몰라도 양현종은 아는 시대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