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핫피플] ‘김태환-홍철 백업’ 설영우는 무럭무럭 자란다
입력 : 2021.05.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프로라면 언제든 출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몇 분이 주어지든 포지션을 불문하고 팀을 돕고 싶다.”

울산 현대의 만능키 설영우가 지난해 6월 6일 포항스틸러스와 동해안더비에서 깜짝 데뷔 후 남겼던 말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그의 마음은 변함없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에도 설영우는 계속 중용되고 있다. 물론 울산의 확실한 주전은 아니다. 오른쪽에 김태환, 왼쪽은 홍철이 있다. 현직 국가대표 양 날개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어찌 보면 뛰는 것조차 기적에 가깝다.

홍철이 지난달 15일 전북 현대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후 설영우가 왼쪽 풀백을 꿰찼다. 설영우는 공격적 재능이 뛰어나다. 특히 스피드와 크로스가 강점이다. 때문에 윙백, 윙어로 나섰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주발이 오른발이기 때문에 왼쪽에 서면 공격 시 크로스, 수비 때는 상대 선수의 드리블 타이밍을 잡기 애매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12일 강원FC 원정(2-2 무승부)에서 실책으로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16일 수원 삼성(1-1 무승부)과 홈경기에서도 꽤 고전했다. 부침이 있는 듯했다.

울산을 대하는 상대는 오른쪽의 김태환이 워낙 견고하니 상대적으로 덜 여문 설영우 쪽을 많이 공략한다. 수원도 그랬다. 설영우가 당했다. 전반 4분 수원 김태환에 대한 마크를 느슨하게 해 크로스를 허용했다. 볼이 문전으로 향했고, 제리치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이후 빠르게 재정비한 울산은 줄기차게 수원을 두드렸다. 설영우는 실점이 자신 탓인 듯 이 악물고 뛰었다. 볼, 상대 선수 움직임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공간이 생기자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후반 1분 과감한 돌파로 크로스를 시도하는 등 더욱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울산은 동점골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총공세를 펼치고도 상대 밀집 수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때 설영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패색이 짙던 후반 38분 김성준이 전방으로 킬 패스를 시도했다. 설영우가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들어 페널티박스 안에서 지체 없는 오른발 감아 차기로 골문을 갈랐다. 울산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값진 득점이었다. 3점이 필요했던 경기에서 1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지만, 설영우 덕에 5경기 무패(1승 4무)를 이어가며 2위를 사수했다.

홍명보 감독은 무승부에 그친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원전도 수원전도 이른 시간을 선제골을 내줬다. 끌려가면서 조급해지고,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못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의 경기 운영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를 꼬집었다.

특정 선수들의 크고 작은 실수에 관해서는 “경기 중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개인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설영우가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다소 위축된 것 같다’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어리다고 위축되거나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설영우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은 지금 뛰는 위치가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다. 훨씬 잘 뛸 수 있는 자리가 두세 곳 있다. 스쿼드 상 어쩔 수 없이 풀백을 보고 있다. 어리고 그런 걸 떠나서 잘하고 있다. 오늘 득점을 했다.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면역력을 기르고 있다.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하려는 근성까지 생겼다. 홍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설영우다. 지금은 김태환과 홍철의 백업이지만, 언젠가 형들의 아성을 넘볼 능력을 갖췄다. 특히 골 장면은 그가 조만간 본래 포지션에서 뛸 가능성을 연, 공격력을 어필한 장면이다.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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