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1시즌 리뷰] LG 트윈스 – 도돌이표
입력 : 2022.03.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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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성적 – 정규리그 3위 (72승 58패 14무, 승률 0.554 / 준플레이오프 1승 2패 탈락 / 최종 4위)

[스포탈코리아] LG 트윈스에 있어 지난 2020시즌은 순위는 4위에 그쳤으나, 미래를 더욱 기대케 하는 시즌이었다. 홍창기, 이민호 등 기대할 만한 신인들이 등장했고 이형종, 정찬헌 등 베테랑들은 반등했다. 외국인 선수도 대박을 쳤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단일시즌 최다 홈런(38)을 기록했고, 케이시 켈리는 15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리고 LG는 라모스, 켈리와 2021시즌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했다.

변화도 있었다. 3년간 팀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 대신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LG 원클럽맨 류지현 감독이 제19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류지현 감독은 LG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인 만큼 팀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외국인 투수도 바꿨다.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타일러 윌슨 대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출신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가 합류했다. 수아레즈는 2021시즌 전 가장 경계되는 외국인 투수 중 하나로 언급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즌 개막 직전에는 대형 트레이드도 이뤄졌다. 내야수 양석환과 좌완 투수 남호를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 내주고 좌완 투수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받는 2대2 트레이드였다.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평가가 분분했다.

많은 기대를 모으며 시작한 2021시즌이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시즌이 되고 말았다. 시즌 막판 자력 2위의 기회를 놓치며 4위로 주저앉았던 2020시즌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좋았던 초반 기세는 가을에 가까워질수록 무뎌졌고, 다른 팀에 의해 정규 시즌 성적이 결정됐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무너지는 모습까지 똑같았다. 1993~1995년 이후 26년 만에 나온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꾸준한 강팀이 됐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2021시즌 LG의 가장 큰 문제는 팀 OPS 리그 8위(0.710)으로 설명 가능한 허약한 타선이었다. 지난해 117경기 38홈런을 때려냈던 라모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51경기 8홈런), 대체 선수로 온 저스틴 보어는 라모스가 그리울 정도였다(32경기 3홈런 OPS 0.545). 홍창기, 채은성, 김현수만이 OPS 0.800을 넘겼고, 지난해 반등한 듯 보였던 이형종은 다시 무너졌다. 문보경, 이재원 등 톡톡 튀는 신인들이 있었으나,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LG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7월 27일 선발 정찬헌을 키움 히어로즈에 내주고 2루수 서건창을 받아오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차명석 LG 단장이 키움에 먼저 손을 내민 트레이드였다. 당시 OPS 0.648의 정주현이 주전으로 나오던 2루를 보강할 계획이었다. 반면, 켈리-수아레즈-임찬규-이민호로 이뤄진 4선발과 탄탄한 불펜을 갖고 있어 투수 쪽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정찬헌을 내주는 것 역시 합리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LG가 기대한 결과는 없었다. 서건창은 LG로 와 68경기 타율 0.247, OPS 0.655로 기존의 정주현과 별반 다름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LG 타선은 시즌 끝까지 무기력했고 이길 경기도 놓치게 되면서 많은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올해 KBO는 시즌 최종전까지 1위가 가려지지 않는 등 유독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는데 LG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 9, 10월 두 달간 무려 12번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12번의 무승부는 같은 기간 10개 팀 중 최다 횟수다.

허약한 타선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전 두 경기를 통해 방망이를 한껏 예열하고 온 두산 타선 앞에 3일 쉰 LG 타선은 집중력에서 완패했다. 준플레이오프 1, 3차전에서 두산이 15점을 낼 동안 LG는 4점을 내는 데 그쳤다. 에이스 켈리가 승리로 이끈 2차전만 승리했을 뿐이다. 결국 2021시즌은 2020시즌에 이어 ‘두산에 패해 4위’라는 결과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최고의 선수 – 홍창기

시즌 성적 – 144경기 177안타(4홈런) 52타점 23도루 110볼넷 95삼진, 0.328/0.456/0.408/0.865, wRC+ 152.6
수상 실적 – KBO리그 외야수 골든글러브, 출루율 1위


올 한 해 LG트윈스를 ‘창기 트윈스’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WAR 6.98을 기록했는데 이는 KBO리그 전체 야수 중 1위, 투·타 통틀어서는 두산 아리엘 미란다(7.09)에 이어 두 번째다.

자연스레 LG 구단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는데 타자 WAR로만 따지면 야수 2위 김현수(3.31), 3위 채은성(2.86)을 합해도 홍창기에게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기복이 심했던 LG 타선에서 홀로 페이스를 유지한 점이다. 체력 소모가 심한 중견수와 1번 타순을 소화하면서도 가장 좋지 않았던 월 성적(8월)이 타율 0.270, 출루율 0.370으로 준수했다. 상대 또한 가리지 않아서 우완 상대 OPS 0.869, 좌완 상대 0.851로 누굴 만나든 제 몫을 해줬다.

2021시즌 전 LG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풀타임 2년 차 홍창기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IF가 아닌 상수가 됐다. 김현수, 이형종, 이천웅 등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외야진에 1993년생 외야수 홍창기의 주전 자리매김은 2021시즌 LG의 가장 큰 소득이다.


가장 발전한 선수 – 이정용

시즌 성적 – 66경기 69⅔이닝 4피홈런 23볼넷 74탈삼진, 3승 4홀드, 평균자책점 2.97, FIP 2.95


올해 LG를 설명할 때 불펜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LG 불펜은 리그 두 번째로 많은 이닝(576⅓)을 소화하면서도 팀 평균자책점 1위(3.26), 불펜 WAR 1위(14.67), 불펜 WPA 1위(4.29)를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 2위 KT가 3.66, 불펜 WAR, 불펜 WPA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한 두산의 수치가 각각 9.97, 2.07일 정도로 2위권과 확연한 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2019년 1차 지명 신인 이정용이다. 2021년이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부산 동아대 출신 우완 투수인 그는 2019시즌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아 2020년 여름에 복귀했다.

첫 풀타임 시즌 이정용의 역할은 마당쇠였다. 짧게는 ⅓이닝부터 길게는 2이닝까지 어느 상황이든 나와 던졌고 LG 불펜 중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초를 제외하면 꾸준했던 점도 칭찬할 부분이다.

직구 구속이 크게 오른 것이 도움이 됐다. 이정용은 여느 신인 투수들이 그러하듯 직구 구사율이 60%가 넘는다. 2020시즌 143.1km/h였던 이정용의 직구 평균 구속은 1년 만에 146.8km/h로 크게 올랐다. 최고 149.3km/h까지 나왔으며, 시즌 최종전에서 147.2km/h를 뿌리는 등 체력적으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악의 선수 – 없음

최악의 선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형종, 라모스, 서건창 등 부진했던 선수를 꼽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부진했던 그들의 성적이 예상을 벗어난 것이 아니었기에 그들을 최악의 선수라 매도할 순 없다. 라모스는 지난해 38홈런을 기록했지만, 기복이 있어 2년 차 활약에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트레이드 당시부터 큰 논란이 됐던 서건창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이형종 역시 OPS 0.721, wRC+ 104.8로 평균 정도 활약은 했다.

또 부진했던 몇몇 선수 때문에 시즌을 망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문제는 일찍이 우려했던 것이었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면 안이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시즌 내내 LG의 문제는 한결같았다. 팀 전체적으로 기복이 심했고 타선은 시즌 내내 정신을 못 차렸다. 굳이 탓을 하자면 차명석 단장으로 대표되는 프런트다. 지난해 미래를 기대케 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지만, LG의 순위는 4위였고 그 말인즉 우승을 노릴 안정적인 전력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부터 트레이드까지 우승의 마지막 한 조각을 찾듯 조급해 보였다.


전망

아쉽게 시즌을 마친 LG는 이번 겨울 꼼꼼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내부 FA 김현수를 6년 115억에 잔류시켰고, 삼성 출신 중견수 박해민을 4년 60억 원에 FA로 영입했다. 이로써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박해민-우익수 홍창기라는 국가대표급 외야진을 꾸리게 됐다. 기존의 채은성은 1루, 이형종은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다. 빠른 발과 수비가 장점인 박해민은 LG에 필요한 테이블세터, 넓은 수비 범위의 중견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맞은 조각이라는 평가다.

또한 FA 허도환을 2년 4억 원, 보류명단 제외 선수인 불펜 김진성을 영입해 뎁스를 채웠다. 지난해 백업 포수로서 KT의 우승에 일조했던 허도환은 LG에서 주전 포수 유강남을 보조한다. 베테랑 김진성은 젊은 불펜진에 경험을 더하고,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주축 불펜 투수들의 이탈 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선수는 켈리를 제외하고 모두 교체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투수 애덤 플럿코,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바 있는 좌타 내야수 리오 루이즈를 영입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성과가 나쁘지 않은 LG이기에 걱정보단 기대가 앞선다.

현재 LG보다 전력이 확연히 낫다고 자신할 팀은 없다.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고, 야수는 이재원, 문보경, 투수는 이정용, 이민호, 김윤식, 이상영 등 신인 선수들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갖춘 LG는 탄탄대로에 올라섰다.


야구공작소
유은호 칼럼니스트 / 에디터=홍기훈



참고=KBO공식홈페이지,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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