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김양'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줄곧 한국 야구를 이끌었던 좌완 트로이카를 지칭하는 단어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SSG 랜더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소속팀을 넘어 리그를 상징하는 투수로 오랜 기간 꾸준히 활약했다.
세 선수를 부르는 호칭은 메이저리그와 국가대표 활약에 따라 그동안 '류김양' 순서가 대명사처럼 굳어져 왔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기록에서 류현진은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1055⅓이닝 384자책), 김광현은 10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145⅔이닝 48자책), 양현종은 3패 평균자책점 5.60(35⅓이닝 22자책)으로 순서와 얼추 맞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 시즌 이들의 행보는 그간의 기록과 다르다. 류현진이 12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 다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데, 양현종은 건재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은 지금까지 커리어로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은 올 시즌 선두를 달리는 KIA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꼽힌다. 시즌 초 5선발로 결정했던 윌 크로우-양현종-제임스 네일-이의리-윤영철 중 사실상 유일하게 부상과 부진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8승 3패 92탈삼진 평균자책점 3.60(127⅓이닝 51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이 국내 투수 중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다음으로 낮다. 특히 WHIP(이닝당 안타 및 볼넷 허용률)는 1.19로 전체 4위, 국내 투수 중 1위에 올라와 있다.
반면 류현진은 시즌 내내 오락가락한 경기력으로 의문을 자아낸다. 첫 8경기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던 류현진은 이후 6경기서 0.73(37이닝 3자책)으로 맹활약하며 '괴물'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월 23일 KIA전(5이닝 5실점)서 흔들린 이후 다시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6승 7패 99탈삼진 평균자책점 4.28(120이닝 57자책)이다.
김광현은 셋 중 가장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첫 5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2.81로 호투한 뒤 끝없이 무너지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5월에는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최악의 한 달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잠시 2군에 내려가 재정비 시간을 가졌고, 돌아와서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2.12(17이닝 4실점)으로 살아났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하게 내리막을 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7승 8패 108탈삼진 평균자책점 5.30(113⅔이닝 67자책)이다.
세 선수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반기에 더욱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모두 5경기에 선발 출전했는데 양현종이 2승 평균자책점 2.64로 선전한 데 반해 류현진은 1승 2패 평균자책점 6.43, 김광현은 1승 3패 평균자책점 7.83으로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이들의 성적은 팀 선발진 성적과 직결됐다. 올 시즌 KIA는 로테이션에 애로사항이 많았음에도 선발 평균자책점이 4.12로 리그 1위다. 반면 한화는 5.09(7위), SSG는 5.35(9위)로 모두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적어도 올해는 '양류김'이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커리어 막바지 성적으로 '류김양' 순서에도 변동이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OSEN, 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