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믿은 김경문-과감히 바꾼 이범호' 달랐던 에이스 대우...비슷한 장면, 다른 결과 낳았다
입력 : 2024.08.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비슷한 상황에서 '베테랑' 김경문(66) 감독은 '괴물' 류현진(37) 그대로 밀어붙였고, '초보' 이범호(43) 감독은 '대투수' 양현종(36)을 과감히 교체했다. 두 감독의 '에이스'를 대하는 방식 차이는 확연히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류현진은 지난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1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한화는 초반 6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10으로 역전패했고, 류현진은 시즌 7패(6승 평균자책점 4.28)째를 기록했다.

이날 4회까지 6점의 넉넉한 지원을 받은 류현진은 4회까지 1점만을 내줘 무난하게 승리를 수확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5회 말에만 무려 7피안타(1피홈런) 6실점으로 무너졌다. 어렵게 5회를 채웠지만 남은 것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피안타 타이기록(12개)과 패전, 그리고 4점대로 치솟은 평균자책점(4.28)이었다.



류현진이 역전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지난 7월 17일 삼성과 KIA 타이거즈의 경기였다. 당시 KIA의 선발투수였던 양현종은 4회 초까지 3실점 했지만 타선이 9점을 지원해줘 9-3의 넉넉한 리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5회 초 급격히 흔들리며 2점을 내줘 스코어는 9-5까지 좁혀졌다.

아직 4점 차였고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에서 양현종이 볼넷으로 2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이범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한 방이 있는 타자 김영웅과 승부에서 양현종이 결정타를 허용할 경우 경기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양현종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교체를 쉽게 받아들지이 못했던 양현종에게 이범호 감독이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위로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오로지 팀 승리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7일 경기에서 류현진 역시 양현종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6-1로 앞선 5회 말 1사 후 4명의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스코어는 6-4까지 좁혀졌다. 이어지는 1사 2루에서 타석에는 양현종 때와 김영웅이 들어섰다. 한화 벤치는 류현진에게 승부를 맡겼고, 결과는 동점 투런포로 돌아왔다. 동점이 된 후에도 김경문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 결국 류현진은 이성규에게 2루타, 이재현에게 적시타를 맞고 역전까지 허용한 뒤에야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경문 감독은 앞서 지난 7월 31일 KT 위즈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류현진에게 5회를 끝까지 맡겼다. 당시 7-3으로 앞선 5회 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뒤 황재균과 로하스에게 적시타를 맞아 7-6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미 투구 수가 100구를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감독은 끝까지 류현진을 밀어붙였다. 2사 만루 위기서 안타 하나면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류현진은 강백호를 땅볼로 처리하고 어렵게 리드를 지켰다. 한화가 18-7 대승을 거둔 덕분에 류현진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피안타(5이닝 12피안타 1피홈런 1볼넷 6실점 5자책) 불명예 기록에도 불구하고 쑥스러운 선발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 경기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에이스'를 향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김경문 감독은 일주일 만에 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아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했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 달리 두 번의 요행은 없었다. 유사한 장면에서 KBO리그 현역 사령탑 중 '최고령'이자 가장 경력이 풍부한 김경문 감독은 믿음의 야구로 쓴맛을 봤고, '최연소'이자 경력이 짧은 이범호 감독은 과감한 교체로 승리를 맛봤다.





사진=OSEN, KBSN스포츠·티빙 중계 화면 캡처,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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