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쇼'는 사라지고 '볼넷쇼'만 남았다...실패로 귀결된 시라카와-두산의 '잘못된 만남'
입력 : 2024.08.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이 부각됐다. 두산 베어스와 시라카와 케이쇼(23)의 만남은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시라카와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6이닝을 채웠으나 팀은 3-10으로 크게 패했고, 시라카와는 시즌 4패(3승)째를 떠안았다.

1회부터 시라카와는 LG 타선에 고전했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땅볼로 처리했지만 다음 타자 신민재와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1사 1루에서 오스틴 딘을 상대로 던진 2구째 136km/h 포크볼이 한가운데 몰려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먼저 2점을 내준 시라카와는 문보경에게 3루타를 맞아 곧바로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오지환에게 빗맞은 땅볼을 유도했지만 직접 타구를 잡으려다 공을 흘렸다. 다시 잡은 뒤 1루로 토스했지만 이마저 빗나갔고,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3번째 실점이 기록됐다.



어수선한 1회 초 수비를 마무리한 두산은 1회 말 제러드 영이 데뷔전에 나선 LG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려 1-3으로 추격했다. 시라카와는 2회부터 안정감을 찾았다. 2회와 3회를 모두 땅볼, 뜬공, 삼진의 순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투수전 양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볼넷이 화근이었다. 시라카와는 4회 초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볼넷 출루를 허용했다. 폭투로 무사 2루 위기를 자초한 뒤 김현수의 1루수 땅볼로 1사 3루가 됐다. 이어 박동원의 1루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스코어는 1-4가 됐다.

5회 역시 실점의 시발점은 볼넷이었다. 시라카와는 1사 후 홍창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신민재의 기습번트 안타로 1사 1, 2루에 몰린 시라카와는 오스틴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 돌렸다.

2사 1, 2루에서 시라카와는 문보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몰려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스코어는 1-6. 두산 타자들이 에르난데스에게 고전하고 있던 상황에서 5점 차는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5회까지 86구를 던진 시라카와는 6회도 마운드에 올라 땅볼과 삼진, 직선타로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가며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시라카와가 내려간 뒤 두산 불펜은 7회 3점, 8회 1점을 더 내주며 무너졌다. LG 선발 에르난데스(5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의 위력투에 꽁꽁 묶였던 두산 타선은 6회와 9회 각각 1점씩을 추가하는 데 그쳐 3-10 대패를 당했다.



일본 도쿠시마현 출신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뛰던 올해 5월 대체 외국인선수로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KBO리그 5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해 23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성적일 수도 있으나, 크게 부진했던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 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4경기 평균자책점은 2.49로 준수했다.

이러한 활약을 지켜본 두산은 왼쪽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재활선수 명단에 오른 브랜든 와델의 임시 대체 외국인선수로 시라카와를 낙점했다. 지난달 10일 두산은 시라카와 총액 400만 엔(약 3,711만 원)에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을 맺었다. SSG와 계약 당시 총액 180만 엔(약 1,670만 원)의 계약을 맺었던 시라카와는 약 2.2배 오른 금액을 받고 KBO리그 도전을 이어갔다.





두산은 시라카와가 이미 KBO리그 적응을 마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적 후 시라카와는 5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7.25로 부진했다.

두산 이적 후 시라카와는 자신이 가진 강점을 잃어버렸다. SSG 시절 9이닝당 탈삼진(K/9) 10.57개(23이닝 27탈삼진)로 'K쇼'를 펼쳤던 그는 두산에서 K/9가 5.64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반면 9이닝당 볼넷(BB/9)은 3.52개에서 8.46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선발투수로서 기대했던 이닝 소화력도 부족했다. SSG에서는 일찌감치 무너졌던 롯데전(1⅓이닝)을 제외하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나, 두산에서는 5경기 중 3경기서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내려갔다. 잠실을 가득 채운 관중이 주는 압박감, 무더운 날씨, 독립리그와 다른 짧은 선발 로테이션 간격 등 부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두산과 시라카와의 동행은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다.



사진=OSEN,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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