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카잔의 기적→전남의 기적' 전경준, 이게 명장의 품격
입력 : 2021.12.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구] 곽힘찬 기자= 러시아 카잔의 기적에서 전남의 기적까지. 전경준 감독은 명장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경준 감독의 지도력에 K리그1 강호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었고 대구마저 전남 역사의 희생양이 됐다.

전남 드래곤즈는 11일 오후 12시 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4-3 승리를 거뒀다. 홈에서 0-1 패배를 당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정상에 올랐다. 하부리그 최초 FA컵 우승의 기록을 쓴 동시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대구는 홈 팬들 앞에서 끈질기게 버텼다. 전남이 달아나면 계속 따라왔다. 1분 1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후반 종료 직전 대구가 PK를 얻어냈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PK가 취소됐지만 전경준 감독은 “경기 내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90분 고생해서 이거 한 번으로 준우승을 했다면 두고두고 원통했을 것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지난달 24일 홈에서 펼쳐진 1차전에선 전남은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모두 무산됐고 대구의 탄탄한 수비와 에드가-세징야 외인 조합에 무너지며 아쉬움을 삼켰다. 1차전이 끝난 뒤 전경준 감독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4강에서 울산 현대를 꺾었을 때처럼 2차전을 준비했다.

2차전은 달랐다. 1차전과 달리 전남은 탄탄해진 조직력과 뛰어난 골 결정력으로 대구에 일격을 가했다. 전반 24부 홍정운의 퇴장으로 흔들린 대구는 전남의 사생결단 플레이에 완전히 무너졌다. 세징야-에드가가 분투했지만 전남 수비진이 끝까지 달라붙어 틀어막았다.



지난 1차전이 끝난 뒤 전경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2차전까지 경기가 없어서 선수들 컨디션이 관건이다. 원정에서 세징야, 에드가...어떻게 막아야 하나...”라며 소주를 들이켰다. 그랬던 전경준 감독은 2주 남짓의 시간 동안 대구를 완벽하게 분석했고 드라마 같은 승리와 우승을 이끌었다.

전경준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신태용 감독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독일전 2-0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3년 뒤엔 전남의 지휘봉을 잡아 하부리그 최초의 FA컵 정상에 오르며 K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우승이 없는 감독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라고 했던 전경준 감독은 결과로 보여줬다. 위기를 극적인 드라마로 바꿨고 K리그1 승격 실패로 아쉬웠을 전남 팬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했다.

Road to Asia. 이제 전남은 ACL이라는 세계 무대로 향한다. “내년이 정말 기대가 된다.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전경준 감독은 FA컵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내년을 준비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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