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선수도 아니다... 한국 축구를 망치는 건 어긋난 팬심
입력 : 2021.10.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지나친 팬심이 선수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 4차전 일정을 마쳤다. 시리아와 이란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하며 조 2위를 유지했다.

특히 최대 고비였던 이란 원정에서 긍정적인 모습 속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3연패를 포함해 2무 5패였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44년 만의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과감하게 맞섰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이른바 범인 색출에 나섰다.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으려는 모양새였다.

일부 선수가 타깃이 됐다. 그 중 한 명은 이재성(마인츠)이었다. 이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선제골을 도왔던 이재성은 후반 중반 공을 뺏겼다. 그리고 이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전부터 많은 활동량을 보였던 이재성은 후반전 들어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였다. 몇 차례 패스 실수가 반복된 끝에 실점까지 나왔다. 아쉬운 부분이 맞다.

대다수 팬들은 비판과 응원을 동시에 보냈다. 충분히 비판 받을만한 모습이었고 선수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의 반응은 선을 넘었다. 선수 생활과 부상을 언급하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쏟아냈다. 건전한 비판이 아닌 이때다 싶어 스트레스를 풀 대상을 찾은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전·현직 대표팀 선수들이 출동했다. 2연전을 함께한 정우영(알 사드)은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일정을 돌아봤다.

“10월 2연전은 어려운 경기들이었다”라고 운을 뗀 정우영은 “축구는 한 명이 잘해서 이기고 한 명이 못해서 지는 스포츠가 아니다. 실수로 시작해 실수로 끝나는 경기고 어떤 실수가 나와도 팀이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의 책임은 팀 전체에 있다”라며 개인이 아닌 팀을 강조했다.

이어 “익명의 힘을 빌려 특정 선수 SNS에 가서 비난과 욕설을 하는 행동을 멈춰달라. 팬으로서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팀의 문제를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은 언제든 선수들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주장을 역임했던 기성용(FC서울)도 자신의 SNS에 해외파의 시차 적응, 시즌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K리그 선수들의 고충을 말하며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안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건 사뭇 다르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부담스럽고 힘든 여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항상 대표팀은 많은 관심을 받기에 많은 사람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에 때론 비판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올바른 곳으로 나아가고 안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응원을 보냈다.

기성용의 말처럼 대표팀은 많은 사랑을 받는 대신 그만큼의 책임감도 따른다. 선수들이 실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발전의 계기는 없다.

그러나 지나친 팬심의 일부 팬 역시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야 한다. 또 이를 자신만의 특권으로 여겨선 안 된다. 합리적인 비판과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누군가를 끌어내리려는 행동은 확실히 다르다.

진심으로 한국 축구를 위한 행동이었다면 어떤 게 올바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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