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박지성, QPR의 마라도나 될까?...실망할 필요 없는 이적
입력 : 2012.07.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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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1)이 7년 간 활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로 이적했다. 지난 2011/20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위표를 들여다 보면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이적이다. 맨유는 시즌 최종일에 아쉽게 우승을 놓친 2위였고, QPR은 간신히 프리미어리그에 살아남은 17위였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록 유럽 무대에서 보낸 10년의 세월 동안 밟아온 유럽 대항전에 나설 수 없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유니폼,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했던 것처럼 보다 신선하고 색다른 박지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QPR의 2012/2013시즌 1차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임하는 QPR 선수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이상의 목표 달성도 가능한 전력이다. 공격진에는 지브릴 시세, 보비 자모라, 롭 헐스, 앤디 존슨, 하이다르 헬거슨, DJ 캠벨 등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오랜 시간 검증을 받았고, 국제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박지성과 함께 중원 공격을 이끌 선수도 ‘악동’ 조이 바튼을 비롯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숀 라이트-필립스, 키어런 다이어 등 클래스를 갖춘 선수들이다. 모로코 특급 압델 타랍트도 QPR 소속이다.

수비진에는 박지성과 맨유에서 함께 해온 공격적인 브라질 풀백 파비우 다 시우바 임대 선수로 2012/2013시즌에 함께 했다. 박지성과 절친한 사이인 리오 퍼디난드의 친동생 안톤 퍼디난드도 QPR에서 뛰고 있다. 이밖에 네덤 오누하, 라이언 넬센, 루크 영, 아르망 트라오레 등 공격력과 수비 안정감, 패기와 경험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골키퍼진 역시 로버트 그린, 라덱 체르니, 패디 케니 등 프리미어리그 주요 클럽에서 활동해온 선수들이 모였다.

프리미어리그 올스타 라인업으로 불러도 부족하지 않은 이름값이다. 이 라인업에 공수 양면에 걸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박지성이 가세하자 한층 더 전력이 강화됐다.

지휘봉은 맨유 선수 출신으로 웨일즈 국가대표팀, 블랙번 로버스, 맨체스터 시티, 풀럼 등을 이끌며 뛰어난 지도력을 보인 바 있는 마크 휴스다. 휴스는 유로2004 예선에서 웨일즈를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진출시켰고, 블랙번에서는 40여년 만의 FA컵 준결승 진출을 주도했다. 신흥강호로 떠오른 현 맨시티의 기틀을 다진 것도 휴스다.

QPR회장 토니 페르난데스는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항공사 에어 아시아, F1 등 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튠 그룹 등의 이사로 일하고 있다. 박지성 영입을 통해 QPR의 아시아 시장 영향력,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빼어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박지성은 QPR의 잔류를 넘어 유럽 대항전 진출이라는 역사 창출에 도전한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가 막대한 투자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뤘듯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지난 시즌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서도 레반테가 돌풍을 일으키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로파리그 진출에 그쳤으나 QPR의 전력이라면 레반테 이상의 돌풍도 기대할 수 있다.

박지성의 유럽 경력은 그동안 모두 리그를 주도하는 빅클럽에서 보냈다. PSV 에인트호번과 맨체스터 유나아티드는 우승하지 않으면 비판이 뒤따르는 클럽이었다. QPR은 다르다. 승리와 우승에 대한 압박감이 이들 팀과 같지 않다. 하지만 승리와 우승을 이룰 경우 찬사의 크기는 훨씬 크다.

구자철이 지난 2011/2012시즌 볼프스부르크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해 거둔 성과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본다면 간신히 분데스리가에 잔류한 아우크스부르크는 중상위 순위에 오를 수 있었다. 부담감을 덜고, 새로운 환경에서, 조력자가 아닌 리더의 역할을 맡을 박지성의 새로운 시즌은 오히려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잉글랜드에서 박지성의 역할은 ‘이름없는 영웅’, ‘볼이 없을 때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 조력자’였다. 하지만 이제 박지성은 주도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하는 에이스의 역할로 프리미어리그와 세계 무대에 자신의 또 다른 장기를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PSV 에인트호번 시절의 과감한 공격력을 다시금 보여줄 때다.

박지성이 나폴리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뤘던 기적같은 돌풍을 이루는 것도 꿈 같은 이야기 만은 아니다. 마라도나는 이탈리아 중위권 클럽 나폴리에 입단해 1987년과 1990년 사상 첫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루고 UEFA컵 트로피까지 안겼다. 박지성의 활약은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모두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2/2013시즌은 박지성의 깜짝 이적 소식과 함께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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