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꼴찌팀에서 다승왕이 탄생하는 것일까. 영양학 학위를 보유한 ‘내조의 여왕’과 함께라면 23년 만에 역사가 쓰여질 수도 있을 거 같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는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 101구 호투로 시즌 11승(7패)째를 올렸다. 팀의 15-5 대승 및 3연승을 이끈 값진 호투였다.
위기관리능력과 타선의 화끈한 득점 지원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실점은 5회말 이유찬에게 맞은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유일했고, 1회말 무사 1, 2루, 2회말 무사 2루, 4회말 2사 만루, 5회말 2사 1, 2루 등 숱한 위기에서 탁월한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최고 151km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곁들인 결과였다. 아울러 101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무려 75개에 달했다.
경기 후 만난 헤이수스는 “너무 기분이 좋다. 다시 이기는 분위기에 들어선 느낌이다”라며 “타선의 득점 지원이 확실히 큰 도움이 됐다. 팀이 크게 앞서고 있으면 더 자신감을 갖고 피칭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공략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헤이수스는 이날 승리로 후반기 첫 승 신고와 함께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곽빈(두산 베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등을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를 탈환했다. 키움이 시즌 종료까지 4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줄곧 다승왕 경쟁을 펼치면서 2001년 롯데 자이언츠 손민한 이후 무려 23년 만에 꼴찌팀 다승왕 탄생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헤이수스는 기록을 언급하자 “그런 기록이 있는 줄 몰랐다. 나는 기록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라며 “다승왕이 된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일단은 팀이 더 많이 이길 수 있는 데 더 집중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헤이수스는 KBO리그 첫해 활약 비결로 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열성적인 응원을 꼽았다. 헤이수스의 아내 사움벳 리자라조 씨는 남편 등판 때마다 경기장에 방문해 관중석에서 이른바 ‘샤우팅 응원’으로 힘을 불어넣는다.
헤이수스는 “아내의 응원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또 아내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에 있는 가족도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경기를 봐주신다. 가족의 열렬한 응원이 큰 힘이 된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아내가 영양학 계열 학위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요리를 잘해준다. 물론 영양을 너무 신경 써서 샐러드 같은 음식이 많긴 하지만, 그럴 때는 밖에서 음식을 사먹기도 한다. 또 체력 관리를 위해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승 1위를 탈환한 헤이수스에게 끝으로 남은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지금처럼 이렇게 열심히 하면서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고 싶다. 굉장히 좋은 팀원들이 뒤에서 버텨주고 있어서 내 투구 하나하나에 자신감을 갖고 던지면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