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축구 版!] 박지성은 맨유의 레전드가 될 수 없다
입력 : 2012.03.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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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산소탱크'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자랑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며,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유럽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해 벌써 일곱 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훗날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레전드(전설)'로 기억될 것이라는 추측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수 십년 전 독일을 평정했던 차범근이 현재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나아가 박지성은 아시아 축구의 '레전드'로 남을 수 있겠다. 아시아 축구 선수 중 그 누구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출전은 물론 우승 기록까지 모두 말이다. 동시대를 살고있는 아시아인의 뇌리에 분명 박지성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다.

맨유의 '레전드' 왜 이렇게 많나?
갑작스럽게 '레전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19회 우승 트로피 전시 행사 때문이다. 예스퍼 블롬퀴스트, 로니 욘센 등 1998/1999 시즌 맨유의 트레블을 이끈 선수 중 두 명이 방한해 행사에 참가했는데, 가는 곳 마다 그들에게 '레전드'라며 환호했다.

이들이 유럽 무대에서 선명한 족적을 남긴 주인공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이들이 맨유에서 '레전드'라고 칭할 만큼의 업적을 쌓지는 않았다. 블롬퀴스트는 1998년 부터 2001년까지 세 시즌 동안 맨유에 적을 두었는데, 38경기에 출전해 한 차례 득점을 했다. 첫 시즌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시즌 동안은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욘센은 1996년 부터 2002년까지 있었는데, 150경기에 출전해 9골을 넣었다.

맨유의 역사중 가장 찬란한 '트레블'을 이끈 주인공이기에 주최즉에서 '레전드'라는 호칭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롬퀴스트와 욘센은 '레전드'급은 아니다. 두 선수의 기록을 합치면 188경기 10골. '둘이 합쳐' 박지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박지성은 맨유의 '레전드'가 될 수 있을까? '힘들다'
정답부터 이야기 하자면 현 시점에서 박지성이 공식적으로 맨유의 '레전드'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상당히 낮다. 맨유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레전드'에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맨유의 홈페이지를 보면 '레전드'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다. 역대 출전 수와 득점 수를 기준으로 각각 21명씩의 선수가 소개되어 있다. 각 영역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400경기 출전 또는 100골 이상을 기록해야 맨유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레전드'의 반열에 든다. 즉, 앞서 언급한 블롬퀴스트와 욘센은 맨유의 공식 '레전드'가 아닌 것이다.

박지성은 2012년 3월 27일 현재 204경기 27골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 까지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지금까지의 추세로는 공식적인 '레전드'가 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난 일곱 시즌 동안의 출전의 두 배, 득점의 네 배 가까운 활약을 펼쳐야 한다. 혹시 몇 시즌간 연장을 하더라도 탄탄한 스쿼드 로테이션을 자랑하는 맨유이기에 힘들다.

박지성은 이미 맨유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박지성이 맨유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레전드(Legend)'는 될 수 없지만 훗날 '전설적인(Legendary) 선수'로 남기에는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인 최초의 맨유 선수는 동팡저우지만, 맨유에서 오직 세 차례만 출전했을 뿐이다. 맨유의 두 번째 아시아 선수지만 박지성이 남긴 족적은 짙다.

프리미어리그 4회, 리그컵 3회, 커뮤니티실드 2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1회, 클럽월드컵 1회 등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겼고, 충분히 더 많은 우승 기록을 쌓을 수 있다. 꼭 맨유가 아니라 유럽 무대 전체를 보더라도 박지성 만큼 빅 리그, 빅 팀에서 장수하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존재감을 뽐낸 선수는 없다. 일본 축구의 영웅이자 전설인 나카타 히데토시 역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박지성 만큼은 아니다.

박지성은 스스로 선수 생활의 후반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분명 그에게 남은 시간은 지금까지의 시간 보다 짧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있다. 훗날을 준비하며 축구를 통해 한국이 아닌 아시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재단을 설립해 지난 해에는 베트남에서, 올해에는 태국에서 자선 경기를 개최한다. 맨유가 인정하는 공식 '레전드'가 아니면 어떠랴. 이미 그는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축구 영웅, 살아있는 전설이다.

글=김동환 기자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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