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96승 66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91승 71패)
[스포탈코리아] 2016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지난해에 102승을 거두며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승수를 기록했다. 올해도 클리블랜드의 지구우승 가능성은 굉장히 높았다. 미국의 야구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에서는 시즌 개막 직전, 클리블랜드의 지구 우승 가능성을 92.7%로 전망했다. 사실상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지구우승을 장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를로스 산타나를 비롯한 몇몇 선수가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났으나 큰 전력 손실은 없었으며, 지난 시즌 MVP 3위(호세 라미레즈), 5위(프란시스코 린도어)와 사이영상 1위(코리 클루버), 4위(카를로스 카라스코)가 건재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를 제외한 같은 지구의 다른 팀들이 모두 리빌딩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 또한 클리블랜드의 지구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였다.
실제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는 시즌 내내 약체 지구의 모습을 보여줬다. 클리블랜드는 4월 21일 이후 시즌 끝까지 지구 선두를 지키며 쉽게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워낙 같은 지구 팀들의 성적이 나빠 5월에는 5할 승률이 붕괴한 와중에도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두 팀이나 6할 승률을 달성한 아메리칸리그의 다른 지구(동부지구)와는 대조적이었다.
선발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풍에 돛을 달았다. 클루버와 카라스코는 기대대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으며, 트레버 바우어와 마이크 클레빈저까지 한 단계 올라서며 엄청난 호투를 이어갔다. 클리블랜드는 퀄리티 스타트 횟수와 선발 투수의 평균 투구 이닝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선발승 부문에서도 뒷문이 든든하지 못했음에도 전체 1위를 가져가며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압도적인 선발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한 시즌 4명의 200탈삼진 투수가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코리 클루버, 카를로스 카라스코, 트레버 바우어, 마이크 클레빈저).
타선에서는 라미레즈와 린도어가 동시에 30홈런 이상 20도루 이상을 달성했다. 클리블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2명의 30홈런+20도루 타자를 배출했으며, 1999년 이후 처음으로 30홈런 타자를 3명 배출하기도 했다.
이런 클리블랜드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2명의 MVP 후보와 2명의 사이영상 후보를 거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불펜의 부진이었다. 지난 2년간 앤드류 밀러와 코디 앨런이 지킨 클리블랜드의 뒷문은 어느 팀보다 든든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상대방에게 끝내기 패배만 13번이나 당할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클리블랜드 불펜 투수진 성적 변화(WAR: 팬그래프 기준)
2016년 평균자책점 3.45 37세이브 54홀드 11블론세이브 WAR 5.0
2017년 평균자책점 2.89 37세이브 87홀드 10블론세이브 WAR 8.7
2018년 평균자책점 4.60 41세이브 76홀드 17블론세이브 WAR 0.4
결국 클리블랜드는 7월 중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팀의 탑 유망주인 프란시스코 메히아를 보내고 브래드 핸드와 아담 심버, 두 명의 불펜 투수를 영입하게 됐다. 다행히 전반기 5.28에 머물렀던 클리블랜드 불펜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3.75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세 마리 토끼를 잡으란 법은 없었는지, 약점이었던 불펜을 보강하자 다른 곳에 구멍이 생겼다. 팀 타선을 이끌던 라미레즈와 린도어는 정규 시즌 마지막 2달간 방망이가 식어버렸고, 시즌 내내 사이영상을 노릴 만한 투구를 선보인 바우어는 부상으로 시즌 막바지에 제대로 된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선발 투수진과 호쾌한 타선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지만, 가을야구를 준비해야 할 시즌 막바지 두 축이 심각하게 흔들렸다.
8, 9월 주요 선수 성적
호세 라미레즈: 0.210 0.343 0.387 7홈런 9도루
프란시스코 린도어: 0.248 0.319 0.435 11홈런 9도루
트레버 바우어: 부상 이탈 5경기 21.2이닝 등판
클리블랜드는 라미레즈와 린도어의 부진에 대비해 8월 마지막 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조쉬 도날슨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그러나 도날슨은 부상으로 인해 16경기에 나온 게 전부였다.
시즌 막바지 부진은 플레이오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라미레즈는 휴스턴과의 디비전 시리즈 3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플레이오프를 대비해서 영입한 도날슨은 단타 하나를 치는 데 그쳤다. 린도어가 홈런 2개를 날리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었다.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난 바우어는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만 3차례 나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팀의 에이스 투수인 클루버는 2년 연속으로 디비전 시리즈에서 쓴맛을 봐야만 했다.
어찌 보면 클리블랜드의 가을야구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내에서는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지만, 지구 경쟁 상대였던 나머지 4팀은 모두 5할 미만의 승률을 거둔 약체였다. 다른 지구 우승팀과 비교했을 때 클리블랜드는 약한 상대를 이기고 올라온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었다.
클리블랜드의 상황별 성적
5할 이상 팀 상대: 23승 31패
5할 미만 팀 상대: 68승 40패
중부지구 상대: 49승 27패
서부, 동부지구 상대: 30승 36패
인터리그: 12승 8패
클리블랜드는 시즌 내내 승률 5할 이상인 팀 상대로 약했고 아메리칸리그 타 지구와의 싸움에도 열세였다. 지난해 챔피언 휴스턴과의 만남은 결과가 뻔한 싸움과 같았다.
가장 눈부신 선수 – 호세 라미레즈, 프란시스코 린도어
시즌 막바지 부진하긴 했으나 둘의 활약상은 너무나도 뛰어났다. 호세 라미레즈는 39홈런과 34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 리그 홈런 4위, 도루 3위를 기록했고, WAR은 야수 3위(팬그래프 기준)를 기록했다. 린도어는 38홈런, 25도루로 홈런 6위, WAR 야수 5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2년 연속으로 실버 슬러거에 선정됐고, 2년 연속으로 MVP 투표에서 표를 얻으며(라미레즈 3위, 린도어 6위) 팀을 이끌었다.
특히 호세 라미레즈는 시즌 막판 부진만 아니었다면 가장 강력한 MVP 후보가 될 수도 있었다. 전반기에 이미 29홈런 20도루로 20-20클럽을 달성했고 홈런 선두를 달리며 MVP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동갑내기 무키 베츠에게 MVP를 양보하긴 했지만 리그 최고의 3루수로 발돋움한 시즌이었다.
린도어 또한 데뷔 동기인 카를로스 코레아를 멀찌감치 제치고 앞서 나갔다. 하필이면 같은 리그에 수비 괴물이 존재해 골드 글러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안드렐튼 시몬스), 유격수 중에선 최고의 장타력을 선보이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겸비한 최고의 유격수로 올라섰다.
가장 발전한 선수 – 트레버 바우어, 마이크 클레빈저
‘Pitching Genius’ 바우어가 드디어 잠재력을 만개했다. 시즌 성적 12승 6패 평균자책점 2.21(아메리칸리그 2위), WAR 6.1(아메리칸리그 투수 3위)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사이영상 6위를 차지했다. 후반기 막판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편 바우어는 경기 외적으로도 이슈를 몰고 다녔다. 휴스턴의 투수들이 송진(파인 타르)이나 선크림 등을 사용하는 부정투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대학 동창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번 시즌부터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늘어난 게릿 콜을 직접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다. 본인의 가설을 자신 있게 설파한 뒤 등판한 다음 경기에서 바우어는 회전수가 많이 늘어난 공을 던졌다. 이를 두고 여러 매체가 한 괴짜 하는 바우어가 직접 송진을 쓴 부정 투구를 하며 ‘재현 실험’에 나선 거라는 의문을 진지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바우어와 함께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인 선수는 클레빈저다. 클레빈저는 지난 시즌에 이미 121.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200이닝을 소화하고 207개 탈삼진을 잡아냈다. 이닝은 리그 6위, WAR은 리그 9위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2선발급 이상의 성적을 남겼다.
야수 중에는 마이크 브랜틀리가 오랜만에 건강한 시즌을 보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올해를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브랜틀리는 0.309/0.364/0.468의 타율/출루율/장타율과 WAR 3.5를 기록했다. 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나 브랜틀리는 FA 시장에서 많은 팀의 구애를 받고 있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 코디 앨런, 앤드류 밀러
2014년부터 클리블랜드의 마무리 투수를 맡아온 코디 앨런은 지난 4년간 120세이브를 기록하고 2.62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예년 수준의 성적만 유지했어도 앨런은 FA 대박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FA 직전 시즌에 27세이브 4.70의 초라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FA 대박은 꿈꾸기 힘든 성적이다. 앨런의 부진은 시즌내내 클리블랜드를 괴롭혔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몇 년 사이에 평균 2마일 가까이 하락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다.
앨런과 함께 올해를 끝으로 FA가 된 앤드류 밀러 역시 부진하며 팀의 약점이 됐다. 뉴욕 양키스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등판으로 셋업맨의 트렌드를 바꿔 놓았던 밀러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4.24의 평범한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밀러 또한 꾸준히 줄어든 패스트볼의 구속을 감내하지 못했고, 그의 장기였던 슬라이더도 더는 ‘언터처블’의 위용을 자랑하지 못했다.
앨런과 밀러가 건재했던 2017년 클리블랜드는 6회까지 앞설 때 87승 6패(승률 0.935)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펜의 중심이었던 둘이 부진한 올해에는 80승 10패(승률 0.889)로 성적이 소폭 나빠졌다. 지난해 27번이었던 역전패는 올해 36번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도 우물 안 개구리
오랜 암흑기를 깨고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강자로 군림한 클리블랜드는 지난 3년간 한 계단씩 정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2016년에는 월드시리즈 준우승, 2017년에는 디비전 시리즈 2승 이후 3연패. 올해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3경기를 내리 내주면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정상에서 점점 멀어진 것과는 반대로 팀의 총연봉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갔다. 2016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총연봉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약 1억 597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2년 전보다 무려 35%나 늘어난 1억 428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15번째로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팀이 됐다.
3년간 총연봉 및 관중 수 변화
2016년 약 1억 597만 달러(18위) / 약 159만 명(28위)
2017년 약 1억 3196만 달러(18위) / 약 205만 명(22위)
2018년 약 1억 4280만 달러(15위) / 약 198만 명(21위)
클리블랜드는 3년 동안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꾸준히 선수단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관중 동원 규모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음을 고려해보면 내년 관중 수는 올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팀의 총연봉은 FA 영입이 없다는 가정하에 1억 2000만 달러 이상이 예상된다.
클리블랜드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총연봉 규모를 1억 달러 선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리빌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팀의 간판스타가 된 호세 라미레즈와 프란시스코 린도어 듀오 때문이다. 라미레즈와 린도어의 계약 기간이 각각 최장 5년, 3년 남은 상황에서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은 총연봉을 조금씩 낮추면서 현재 전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이다.
결국 클루버와 바우어, 두 에이스의 트레이드 루머가 나온 것도 브랜틀리 등이 FA로 빠져나간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연봉이 높으면서 많은 구단이 탐낼 만한 선발 투수 중 1명을 팔아서 더 연봉이 적고 서비스 타임이 많이 남은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클리블랜드의 재정상 FA 시장을 거들떠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당장 클리블랜드는 타 팀보다 선발투수 자원이 여유 있는 편이니 선발투수 카드로 외야수를 구하는 그림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년도 예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여전히 가장 유력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 후보팀이지만, 야수진의 깊이가 두텁지 못하고 몇 년간 강력했던 불펜이 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 90승 이상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만약 내년에도 클리블랜드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것은 클리블랜드가 강해서가 아니라 다른 팀들이 여전히 약해서일 것이다. 결국 내년에도 클리블랜드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구공작소
김남우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Sportac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91승 71패)
[스포탈코리아] 2016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지난해에 102승을 거두며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승수를 기록했다. 올해도 클리블랜드의 지구우승 가능성은 굉장히 높았다. 미국의 야구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에서는 시즌 개막 직전, 클리블랜드의 지구 우승 가능성을 92.7%로 전망했다. 사실상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지구우승을 장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를로스 산타나를 비롯한 몇몇 선수가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났으나 큰 전력 손실은 없었으며, 지난 시즌 MVP 3위(호세 라미레즈), 5위(프란시스코 린도어)와 사이영상 1위(코리 클루버), 4위(카를로스 카라스코)가 건재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를 제외한 같은 지구의 다른 팀들이 모두 리빌딩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 또한 클리블랜드의 지구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였다.
실제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는 시즌 내내 약체 지구의 모습을 보여줬다. 클리블랜드는 4월 21일 이후 시즌 끝까지 지구 선두를 지키며 쉽게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워낙 같은 지구 팀들의 성적이 나빠 5월에는 5할 승률이 붕괴한 와중에도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두 팀이나 6할 승률을 달성한 아메리칸리그의 다른 지구(동부지구)와는 대조적이었다.
선발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풍에 돛을 달았다. 클루버와 카라스코는 기대대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으며, 트레버 바우어와 마이크 클레빈저까지 한 단계 올라서며 엄청난 호투를 이어갔다. 클리블랜드는 퀄리티 스타트 횟수와 선발 투수의 평균 투구 이닝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선발승 부문에서도 뒷문이 든든하지 못했음에도 전체 1위를 가져가며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압도적인 선발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한 시즌 4명의 200탈삼진 투수가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코리 클루버, 카를로스 카라스코, 트레버 바우어, 마이크 클레빈저).
타선에서는 라미레즈와 린도어가 동시에 30홈런 이상 20도루 이상을 달성했다. 클리블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2명의 30홈런+20도루 타자를 배출했으며, 1999년 이후 처음으로 30홈런 타자를 3명 배출하기도 했다.
이런 클리블랜드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2명의 MVP 후보와 2명의 사이영상 후보를 거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불펜의 부진이었다. 지난 2년간 앤드류 밀러와 코디 앨런이 지킨 클리블랜드의 뒷문은 어느 팀보다 든든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상대방에게 끝내기 패배만 13번이나 당할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클리블랜드 불펜 투수진 성적 변화(WAR: 팬그래프 기준)
2016년 평균자책점 3.45 37세이브 54홀드 11블론세이브 WAR 5.0
2017년 평균자책점 2.89 37세이브 87홀드 10블론세이브 WAR 8.7
2018년 평균자책점 4.60 41세이브 76홀드 17블론세이브 WAR 0.4
결국 클리블랜드는 7월 중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팀의 탑 유망주인 프란시스코 메히아를 보내고 브래드 핸드와 아담 심버, 두 명의 불펜 투수를 영입하게 됐다. 다행히 전반기 5.28에 머물렀던 클리블랜드 불펜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3.75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세 마리 토끼를 잡으란 법은 없었는지, 약점이었던 불펜을 보강하자 다른 곳에 구멍이 생겼다. 팀 타선을 이끌던 라미레즈와 린도어는 정규 시즌 마지막 2달간 방망이가 식어버렸고, 시즌 내내 사이영상을 노릴 만한 투구를 선보인 바우어는 부상으로 시즌 막바지에 제대로 된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선발 투수진과 호쾌한 타선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지만, 가을야구를 준비해야 할 시즌 막바지 두 축이 심각하게 흔들렸다.
8, 9월 주요 선수 성적
호세 라미레즈: 0.210 0.343 0.387 7홈런 9도루
프란시스코 린도어: 0.248 0.319 0.435 11홈런 9도루
트레버 바우어: 부상 이탈 5경기 21.2이닝 등판
클리블랜드는 라미레즈와 린도어의 부진에 대비해 8월 마지막 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조쉬 도날슨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그러나 도날슨은 부상으로 인해 16경기에 나온 게 전부였다.
시즌 막바지 부진은 플레이오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라미레즈는 휴스턴과의 디비전 시리즈 3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플레이오프를 대비해서 영입한 도날슨은 단타 하나를 치는 데 그쳤다. 린도어가 홈런 2개를 날리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었다.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난 바우어는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만 3차례 나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팀의 에이스 투수인 클루버는 2년 연속으로 디비전 시리즈에서 쓴맛을 봐야만 했다.
어찌 보면 클리블랜드의 가을야구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내에서는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지만, 지구 경쟁 상대였던 나머지 4팀은 모두 5할 미만의 승률을 거둔 약체였다. 다른 지구 우승팀과 비교했을 때 클리블랜드는 약한 상대를 이기고 올라온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었다.
클리블랜드의 상황별 성적
5할 이상 팀 상대: 23승 31패
5할 미만 팀 상대: 68승 40패
중부지구 상대: 49승 27패
서부, 동부지구 상대: 30승 36패
인터리그: 12승 8패
클리블랜드는 시즌 내내 승률 5할 이상인 팀 상대로 약했고 아메리칸리그 타 지구와의 싸움에도 열세였다. 지난해 챔피언 휴스턴과의 만남은 결과가 뻔한 싸움과 같았다.
가장 눈부신 선수 – 호세 라미레즈, 프란시스코 린도어
시즌 막바지 부진하긴 했으나 둘의 활약상은 너무나도 뛰어났다. 호세 라미레즈는 39홈런과 34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 리그 홈런 4위, 도루 3위를 기록했고, WAR은 야수 3위(팬그래프 기준)를 기록했다. 린도어는 38홈런, 25도루로 홈런 6위, WAR 야수 5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2년 연속으로 실버 슬러거에 선정됐고, 2년 연속으로 MVP 투표에서 표를 얻으며(라미레즈 3위, 린도어 6위) 팀을 이끌었다.
특히 호세 라미레즈는 시즌 막판 부진만 아니었다면 가장 강력한 MVP 후보가 될 수도 있었다. 전반기에 이미 29홈런 20도루로 20-20클럽을 달성했고 홈런 선두를 달리며 MVP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동갑내기 무키 베츠에게 MVP를 양보하긴 했지만 리그 최고의 3루수로 발돋움한 시즌이었다.
린도어 또한 데뷔 동기인 카를로스 코레아를 멀찌감치 제치고 앞서 나갔다. 하필이면 같은 리그에 수비 괴물이 존재해 골드 글러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안드렐튼 시몬스), 유격수 중에선 최고의 장타력을 선보이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겸비한 최고의 유격수로 올라섰다.
가장 발전한 선수 – 트레버 바우어, 마이크 클레빈저
‘Pitching Genius’ 바우어가 드디어 잠재력을 만개했다. 시즌 성적 12승 6패 평균자책점 2.21(아메리칸리그 2위), WAR 6.1(아메리칸리그 투수 3위)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사이영상 6위를 차지했다. 후반기 막판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편 바우어는 경기 외적으로도 이슈를 몰고 다녔다. 휴스턴의 투수들이 송진(파인 타르)이나 선크림 등을 사용하는 부정투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대학 동창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번 시즌부터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늘어난 게릿 콜을 직접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다. 본인의 가설을 자신 있게 설파한 뒤 등판한 다음 경기에서 바우어는 회전수가 많이 늘어난 공을 던졌다. 이를 두고 여러 매체가 한 괴짜 하는 바우어가 직접 송진을 쓴 부정 투구를 하며 ‘재현 실험’에 나선 거라는 의문을 진지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바우어와 함께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인 선수는 클레빈저다. 클레빈저는 지난 시즌에 이미 121.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200이닝을 소화하고 207개 탈삼진을 잡아냈다. 이닝은 리그 6위, WAR은 리그 9위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2선발급 이상의 성적을 남겼다.
야수 중에는 마이크 브랜틀리가 오랜만에 건강한 시즌을 보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올해를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브랜틀리는 0.309/0.364/0.468의 타율/출루율/장타율과 WAR 3.5를 기록했다. 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나 브랜틀리는 FA 시장에서 많은 팀의 구애를 받고 있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 코디 앨런, 앤드류 밀러
2014년부터 클리블랜드의 마무리 투수를 맡아온 코디 앨런은 지난 4년간 120세이브를 기록하고 2.62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예년 수준의 성적만 유지했어도 앨런은 FA 대박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FA 직전 시즌에 27세이브 4.70의 초라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FA 대박은 꿈꾸기 힘든 성적이다. 앨런의 부진은 시즌내내 클리블랜드를 괴롭혔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몇 년 사이에 평균 2마일 가까이 하락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다.
앨런과 함께 올해를 끝으로 FA가 된 앤드류 밀러 역시 부진하며 팀의 약점이 됐다. 뉴욕 양키스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등판으로 셋업맨의 트렌드를 바꿔 놓았던 밀러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4.24의 평범한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밀러 또한 꾸준히 줄어든 패스트볼의 구속을 감내하지 못했고, 그의 장기였던 슬라이더도 더는 ‘언터처블’의 위용을 자랑하지 못했다.
앨런과 밀러가 건재했던 2017년 클리블랜드는 6회까지 앞설 때 87승 6패(승률 0.935)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펜의 중심이었던 둘이 부진한 올해에는 80승 10패(승률 0.889)로 성적이 소폭 나빠졌다. 지난해 27번이었던 역전패는 올해 36번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도 우물 안 개구리
오랜 암흑기를 깨고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강자로 군림한 클리블랜드는 지난 3년간 한 계단씩 정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2016년에는 월드시리즈 준우승, 2017년에는 디비전 시리즈 2승 이후 3연패. 올해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3경기를 내리 내주면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정상에서 점점 멀어진 것과는 반대로 팀의 총연봉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갔다. 2016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총연봉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약 1억 597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2년 전보다 무려 35%나 늘어난 1억 428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15번째로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팀이 됐다.
3년간 총연봉 및 관중 수 변화
2016년 약 1억 597만 달러(18위) / 약 159만 명(28위)
2017년 약 1억 3196만 달러(18위) / 약 205만 명(22위)
2018년 약 1억 4280만 달러(15위) / 약 198만 명(21위)
클리블랜드는 3년 동안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꾸준히 선수단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관중 동원 규모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음을 고려해보면 내년 관중 수는 올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팀의 총연봉은 FA 영입이 없다는 가정하에 1억 2000만 달러 이상이 예상된다.
클리블랜드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총연봉 규모를 1억 달러 선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리빌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팀의 간판스타가 된 호세 라미레즈와 프란시스코 린도어 듀오 때문이다. 라미레즈와 린도어의 계약 기간이 각각 최장 5년, 3년 남은 상황에서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은 총연봉을 조금씩 낮추면서 현재 전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이다.
결국 클루버와 바우어, 두 에이스의 트레이드 루머가 나온 것도 브랜틀리 등이 FA로 빠져나간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연봉이 높으면서 많은 구단이 탐낼 만한 선발 투수 중 1명을 팔아서 더 연봉이 적고 서비스 타임이 많이 남은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클리블랜드의 재정상 FA 시장을 거들떠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당장 클리블랜드는 타 팀보다 선발투수 자원이 여유 있는 편이니 선발투수 카드로 외야수를 구하는 그림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년도 예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여전히 가장 유력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 후보팀이지만, 야수진의 깊이가 두텁지 못하고 몇 년간 강력했던 불펜이 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 90승 이상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만약 내년에도 클리블랜드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것은 클리블랜드가 강해서가 아니라 다른 팀들이 여전히 약해서일 것이다. 결국 내년에도 클리블랜드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구공작소
김남우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Sport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