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나폴리 맛피아의 우승과 에드워드 리의 극적인 서사로 용두용미를 완성했다. 물론 요리와 상관 없이 반발심만 자극했던 레스토랑 방출 미션은 예외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약칭 흑백요리사)'가 8일 공개된 12회(최종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망의 우승자는 흑수저 계급의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였다. '인생 요리'로 일찌감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던 그는 '무한 요리 지옥'을 극복하고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한 에드워드 리 셰프와 결승전에서 '이름을 건 요리'를 선보였다. 그 결과 두 심사위원 백종원, 안성준의 만장일치로 상금 3억원의 주인인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그린 서바이벌 예능이다. 백수저 20명과 흑수저 80명의 계급 격차를 보여주며 시작한 예선전 성격의 첫 탈락자 미션부터 흑과 백 1대 1 대결에서의 안대 심사, 흑백 팀 대결을 그린 재료의 방, 혼합 팀 대결을 그린 레스토랑 미션, 패자부활전, 인생 요리, 무한 요리 지옥, 최종 파이널 라운드의 이름을 건 요리까지. 매 라운드 기상천외한 서바이벌 요리 대결이 웅장하게 펼쳐졌다.
# 요식업 대부 백종원·미슐랭 3스타 안성재 눈 가리고 입만 벌린 초유의 '안대 심사'
다채로운 라운드 가운데 '흑백요리사'의 초반 흥행을 견인한 것은 두 심사위원이다. 이견 없는 한국 요식업계 대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촬영 당시 한국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오너 셰프인 안성재. 대중적인 서민 외식업의 정석이라 할 만한 백종원 대표와 파인 다이닝 업계를 대표하는 완벽주의 미식의 대명사 안성재 셰프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심사의 기준이 됐다. 여기에 "이븐(even)하게 익지 않았다", "채소의 익힘을 중요시 한다"는 등 안성재의 섬세하지만 독특한 표현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더욱이 백종원과 안성재는 각기 다른 입맛과 기준 만큼 대립하기도 하며 '흑백요리사' 초반의 긴장감을 견인했다. 폭 넓은 맛을 추구하는 백종원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맛을 추구하는 듯한 안성재의 구도는 단 둘 뿐인 심사위원의 구성상 극명한 격차를 보여줬다. 역설적인 점은 백수저들을 대표하는 듯한 안성재가 흑수저 셰프들의 요리에 손을 들어주고, 흑수저들을 대표하는 듯한 백종원이 백수저들의 요리에 호평하는 양상을 보였던 점이다.
흑수저와 백수저의 1대 1 대결 라운드에서는 '안대 심사'로 이 같은 심사위원들의 평가 격차가 더욱 자세히 드러났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아기처럼 떠먹여 주는 음식을 씹으며 오직 맛으로만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실소를 자아냈다. 그렇다고 심사 내용마저 우습지는 않았다. 백종원은 두 눈을 가리고 있음에도 오직 맛으로만 셰프들의 음식을 근사치게 가깝게 유추해내거나 사바용 소스, 빠스 등 셰프의 의도를 밝혀내며 방대한 요리 지식을 입증했다. 더욱이 안성재 셰프는 사소한 맛의 격차까지 찾아내는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에 이견 없는 경력의 심사위원들이 오직 '맛'에만 집중한 '안대 심사'는 '흑백요리사'를 서바이벌 미식 예능으로 완벽하게 정립시켰다.
# 잘 나가다 삐끗한 옥의 티, 레스토랑 방출 도대체 왜?
승승장구하던 '흑백요리사'는 흑백 혼합 팀전 레스토랑 미션에서 옥의 티를 만들었다. 바로 '방출 미션'이다. 패자부활전까지 거쳐 흑과 백을 포함해 단 15명의 셰프들만 살아남았던 상황. 출연자들이 우승 후보로 뽑은 최현석, 에드워드 리, 트리플스타가 각 팀장을 맡아 각자의 레스토랑을 운영해 매출액을 겨루는 미션이 펼쳐졌다. 고가의 전략적인 운영의 최현석, 합리적인 메뉴 구성에 집중한 에드워드 리와 트리플스타. 세 팀은 각기 다른 색깔로 레스토랑 운영을 펼치려는 듯 했다.
그러나 별안간 '방출 미션'이 등장했다. 메뉴 구성과 장보기까지 마치고 재료 밑작업 등 업무 분담에 한창이어야 할 팀들에 반드시 1명을 방출하고, 방출된 인원끼리 새 팀을 꾸려 레스토랑 경쟁에 참여하라는 미션이 떨어진 것이다. 요리나 셰프의 정체성과 일절 관련 없이 오직 서바이벌의 긴장감 만을 위한 미션이었다.
그 결과 최현석 팀에서는 안유성 셰프가 투표를 통해 방출됐고 에드워드 리 팀에서는 만찢남 셰프와 트리플스타 팀에서는 철가방 셰프가 방출을 자원해 새 팀을 꾸렸다. 앞선 팀에서 자신들의 색깔이 담긴 음식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던 이들은 의욕적으로 새 팀을 꾸렸다. 그러나 앞서 나간 다른 팀들에 비해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매출액 최저를 기록하며 전원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앞서 '맛'에 집중하는 '흑백요리사' 만의 세계관을 공고히 하는 듯 했던 구성은 서바이벌 긴장감에만 집중한 '방출 미션'으로 인해 흔들렸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실망감을 표했고 작위적인 경쟁 구도에 반감을 표하며 '중도 하차'를 선언하기도 했다.
# "요리=예술" 보여준 '무한 두부 지옥'...우승보다 빛난 '이균' 일장일단
실망감을 자아냈던 방출 미션 이후 '흑백요리사'는 다행히 요리에 집중하는 개인 대결 구도로 돌아갔다. 특히 셰프들의 진검승부가 담긴 명승부와 요리들이 펼쳐졌다. 나폴리 맛피아는 게국지를 파스타로 재해석한 인생 요리로 두 심사위원 모두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예선 과정에서 "쓰잘데기 없는 꽃 장식"으로 안성재에게 비판적 평가를 받았던 것을 뒤엎는 반란이었다.
무엇보다 '무한 요리 지옥' 라운드에서 매 라운드를 버텨낸 에드워드 리의 저력이 보는 이들을 경탄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기반을 둔 양식 요리사로서 다소 생소한 '두부'라는 재료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들로 쉼없이 펼쳐내 감동을 자아낸 것이다. 심지어 그는 결승전에서 '이름을 건 요리'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 '이균'을 발표하며 재미교포로서의 정체성을 담아 떡볶이를 디저트로 풀어내는 참신한 요리로 감동을 더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에드워드 리, 아니 이균 셰프의 서사는 그 자체로 '흑백요리사'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동시에 화면 너머로 전달되는 이야기와 달리 표현할 수는 있지만 미처 전달할 수 없는 맛으로 서사의 감동을 이겨낸 나폴리 맛피아의 결승전 '이름을 건 요리'는 얼마나 뛰어난 맛일지 맹렬한 호기심을 더했다. 감동적인 서사도 존재하지만 역시 맛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결과물이 '흑백요리사'의 결말다웠다.
다만 유독 무한 요리 지옥부터 에드워드 리의 '이균' 에피소드까지가 길게 강조된 탓에 상대적으로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의 존재감이 희석되는 지점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무한 요리 지옥'이 빠짐 없이 라운드별로 그려진 반면, 결승전 '이름을 건 요리'는 단판승부로 진행된 점이 더욱 분량 비교를 부각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요리사'는 울림을 남기며 막을 내린 바. 옥의 티를 뺀다면 가히 올해의 예능이라 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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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