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즐라탄, 메시 위협할 발롱도르 후보자
입력 : 2012.02.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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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AC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16일 새벽 아스널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4-0 승리를 이끈 스웨덴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1)를 마르코 판바스턴과 비교했다. 1990년대 초 밀란과 네덜란드를 대표했던 골잡이 판바스턴은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로 평가 받는다. 그는 우아하고 단단하며 창조적이고 날카로운 플레이로 축구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그런 판바스턴의 덕목을 모두 가지고 있다. 게다가 판바스턴보다 더 건강하며 야심도 크다.

현재 축구계의 일인자는 리오넬 메시다. 메시를 추격하는 도전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두 선수 모두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을 바탕으로 측면 공격수로 출발했으나 득점력과 패싱력을 겸비하며 공격진에서 위치를 가리지 않고 활약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브라히모비치가 이 두 선수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브라히모비치 본인도 같은 생각이다. 지난 2010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브라히모비치와 단독 인터뷰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직전이었던 이브라히모비치는 메시와의 비교에 대해 “난 내가 정상에 있다고 느낀다. 2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응수했다.

▲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 기록...리그 우승 연금술사

이브라히모비치의 발언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스트라이커라는 전통적인 포지션에 국한해 이야기하자면 이브라히모비치가 현재 ‘넘버 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cm의 장신인 이브라히모비치는 공중볼을 장악하고 상대 포백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피지컬을 갖췄다. 온 몸을 통해 볼을 키핑할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 다리가 길고 무게중심이 높은 편이지만 현라한 발재간을 자랑한다. 마무리 슈팅 능력도 탁월하다. 공격수로서 부족한 점이 없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이상적이며 완벽한 공격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트레블 달성 직후인 2009년 여름 거액을 투자해 영입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전술의 포커스가 메시에 집중된 것에 반발해 1년 만에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AC 밀란으로 이적한 이브라히모비치는 41차례 공식 경기에서 21골 13도움을 올리며 스쿠데토를 거머쥐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약스(리그 2회 우승, KNVB컵 우승, 요한크루이프 실드 우승, 106경기 47골 15도움), 유벤투스(리그 우승 2회-승부조작 사건으로 박탈, 91경기 26골 6도움), 인터 밀란(리그 3회 우승, 수페르코파 2회 우승, 116경기 66골 32도움), 바르셀로나(리그 우승, 수페르코파 우승, UEFA 슈퍼컵 우승, FIFA 클럽월드컵 우승, 44경기 22골 13도움), 밀란(리그 우승, 수페르코파 우승, 현재 68경기 43골 22도움)을 거치며 8연속 리그 우승 달성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리그 우승의 연금술사다.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상승곡선을 타던 이브라히모비치의 경력은 정체기를 맞은 듯 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전 소속팀 인터 밀란과 바르셀로나가 연이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브라히모비치는 여전히 유럽 챔피언 타이틀과 인연이 없는 선수로 여겨졌다. 그가 연초 세계 최고의 선수에 수여하는 FIFA 발롱도르상과 인연이 없는 이유와 연결된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역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3골 밖에 넣지 못했다. 토너먼트 무대에서만 19골을 몰아친 메시에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수치다.



▲ 메시 못지 않았던 즐라탄의 마법,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치러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일정에서의 활약상으로만 놓고 본다면 이브라히모비치는 전혀 메시에 뒤지지 않았다. 메시는 15일 새벽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 이상으로 화려한 경기력을 선보여 역시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이튿날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메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스널을 4-0으로 대파하는 과정에서 이브라히모비치는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호비뉴가 기록한 멀티골을 안정된 볼 키핑과 정확한 패스 연결로 도왔다. 아스널 수비는 이브라히모비치의 키핑을 저지하지 못했고, 이브라히모비치의 패스는 아스널 압박 수비의 빈틈을 교묘하게 찔렀다.

경기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후반 34분에는 페널티 에어리어를 멋진 기술로 돌파하며 페널티킥을 얻었고 침착하게 성공시켜 대승의 마침표를 직접 찍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부진하다는 지적은 이날 16강 1차전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4골 중 3골을 이끌어냈다는 기록적인 면 뿐 아니라 경기 전반에 걸친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경기 내내 침착했고 이타적이었다. 자신의 야심과 연속에 상관없이 팀 동료들과 득점을 위한 최상의 위치를 선점했고 적재적소에 슈팅, 패스, 드리블을 구사했다. 90분 내내 위협적이었다. 경기를 지배했다.

승부가 결정된 경기 말미에 이브라히모비치는 골 욕심을 보였다. 밀란의 다른 동료들이 이브라히모비치의 플레이를 좀 더 잘 이해했더라면 이브라히모비치는 더 많은 골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공격 상황에서 항상 이상적인 위치에 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견제로 뚫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기회가 무산될 때 마다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의 감정으로 경기를 그르치지 않았다. 서른이 넘은 이브라히모비치는 인간적으로도 한층 더 성숙해졌다.

▲ 밀란의 성적표, 즐라탄의 활약에 달렸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올시즌 27차례 공식 경기에서 22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미 지난 시즌 득점 기록을 넘었고 도움 기록에도 근접했다. 이제 막 후반기 일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프로 데뷔 이후 최다 공격 포인트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밀란은 현재 세리에A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아스널과 1차전 4-0 승리로 8강 진출도 예약한 상황이다.

이브라히모비치의 공격 포인트는 밀란의 성적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브라히모비치가 공격 포인트를 올린 경기에서 밀란이 패배한 것은 지난해 11월 바르셀로나전이 유일하다. 그 외에 밀란은 이브라히모비치가 결정하거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경기에서만 패배했다.

스쿠데토를 지키고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룬다면 메시와 호날두, 단 두 명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세계 최고 선수 논쟁’에 이브라히모비치도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스웨덴 대표팀의 주장직(A매치 74경기 28득점)을 맡고 있는 이브라히모비치는 올여름 열릴 유로2012 대회에도 참가한다. 대회 활약 여하에 따라 2012년 FIFA 발롱도르상 수상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2010년 여름 인터뷰에서 “앞으로 있을 몇 년 안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호언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브라히모비치는 “열정을 잃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공언대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다가서고 있다. ‘이브라카다브라’의 마법이 메시 전성시대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까?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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