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앙헬 디아스] 권위를 잃은 스페인 국왕컵
입력 : 2012.02.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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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매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스페인 축구계에서 코파 델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전 날짜와 경기 장소를 선정하는 일은 꽤 골치 아픈 일로 여겨지고 있다. 결정의 순간이 오면 모든 스페인 축구 팬들은 하늘을 향해 탄식을 내지른다. 하지만 잘못이 스페인축구협회 측에 있는지 각 클럽 측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축구팬들이라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예를 들면 잉글랜드의 경우 FA컵 대회의 전통이 대단하다. 매년 웸블리 경기장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경기가 열린다. 어떤 선수든 이 경기장에 서는 것 자체에 큰 동기부여를 갖는다. 스페인에는 이와 같은 전통이 없다. 스페인 대표팀 역시 늘 같은 경기장에서 경기하지 않는다. 몬주익과 같은 올림픽 경기장에나 세비야의 라 카르투하 등의 경기장은 스페인 축구계의 대미를 장식하는 데 쓰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계에서 코파 델레이는 찬밥 신세다. 결승전 개최 문제로 불평의 소리가 나오기 일쑤다. 유로대회가 열리는 올해 일정은 더 타이트하다. 스페인 축구 클럽과 협회는 다른 사안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코파 델레이 결승전 날짜로 잡힌 5월 25일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6일 뒤이며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이 유로2012 대회를 위해 선수단을 소집하는 날에서 5일이 지난 뒤다.

20개 팀으로 운영되는 리그에서 스케줄에 빈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올시즌 초 스페인선수협회가 파업하며 개막 라운드 일정을 취소했듯 해결책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코파 델레이 결승전을 위해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 결승에 올라 있는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의 팬들은 결승전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한 여행 일정을 어떻게 짜야할지 종잡을 수 없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뮌헨에서 열릴 5월 19일 결승전 일정과 상관없이 5월 20일에 코파 델레이 결승전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바르셀로나가 유럽 무대에서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일정이 열리는 4월 25일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 팬들은 계속해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사진=결승전 개최가 유력한 메스타야 ⓒBPI/스포탈코리아

남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바르셀로나 측과 빌바오 측은 지난 2월 13일 협회에 모여 경기 개최 장소에 대해 협의했지만 어느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를지 결정하지 못했다. 두 팀 모두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베르나베우를 홈으로 사용하는 레알 마드리드 측은 리그 일정이 끝나는 5월 13일 이후 공연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그들이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할 경우를 대비해 5월 20일에는 팬들과 함께 자축 파티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가지게 될 것을 대비해 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5월 20일에 또 다른 마드리드 스타디움 비세테 칼데론에서는 콜드 플레이의 콘서트가 열린다. 5월 25일에 경기를 한다고 쳐도 잔디 상태가 결승전의 품격에 맞는 최상의 상태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메스타야(발렌시아의 홈 경기장)가 2년 연속 코파 델레이 결승전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승전 개최지는 빨라도 다음 주에야 결정된다. 개최지를 확정하는 일 조차 계속해서 기다려야 한다.

델보스케 감독도 양보를 해야 한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로 치러진다면 5월 20일로 예정된 유로2012 대표 선수 소집일에 겨우 7~8명의 선수 밖에 부르지 못한다.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레이나, 마타, 실바, 토레스와 몬레알, 카소를라, 네그레도, 나바스 등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빌바오 소속 선수들은 결승전을 치른 뒤 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기 전에 휴식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코파 델레이 결승전은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스페인 축구에는 난처한 상황이다.

글=미겔 앙헬 디아스(스페인 ‘라디오 마르카’ 기자, ‘스페인 대표팀의 비밀’ 저자)
번역=한준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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