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돋보기] '데뷔골' 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 진화의 열쇠
입력 : 2012.02.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어린 왕자' 구자철(23)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1년여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서 애타게 기다렸던 골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3경기 만에 터졌다.

구자철은 19일 새벽(한국시간) 바이 아레나 원정으로 치른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2011/2012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경기에 풀타임 활약했대. 호펜하임과의 20라운드 경기에 교체 투입되며 아우크스부르크 데뷔전을 치른 구자철은 당시 창조적인 플레이로 단조롭던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첫 선발 출전한 지난 21라운드 뉘른베르크전은 실망스러웠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된 구자철은 측면 돌파에 실패했고 중원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도 거의 잡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플레이는 다시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으로 이어졌다. 경기 막판 선수 교체 과정에서 다시 중앙 포지션으로 이동한 구자철은 과감한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때리며 자신의 최적의 위치가 중앙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번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도 구자철은 왼쪽 측면에 기용했다. 이 포지션의 주전 미드필더 토비아스 베르너가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요스 루후카이 감독은 구자철의 활용법을 바꿨다. 구자철은 뉘른베르크전보다 전진배치되어 사샤 묄더스, 토어스텐 외를과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다. 묄더스와 외를이 전방에서 폭넓게 움직이며 구자철이 침투할 공간을 만들어 줬다.

스리톱으로 전진배치 된 구자철, 공격 재능 100% 발휘

구자철의 전진배치는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진의 연계 플레이를 향상시켰다. 묄더스와 외를의 머리만을 겨냥하던 롱패스 대신 묄더스, 외를, 구자철을 비롯해 마르셀 은젱, 마티아스 오스트로졸렉 등이 유기적인 위치 이동과 땅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전진했다. 공격 작업의 수준은 레버쿠젠 측이 한 수 위였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반격도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스리톱의 일원으로 전후좌우를 이동하며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인 구자철은 자신이 장점을 한껏 발휘할 수 있었다. 전진 압박으로 볼을 도중 차단하면 공간 패스를 배달했다. 두 명의 동료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빈 공간을 찾아가고, 그 공간에서 볼을 받아 연계 플레이의 지축 역할을 했다. 중원의 측면에 배치되어 돌파를 시도하지 않으면 경기에 관여하기 어려웠고 측면 지역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던 뉘른베르크전과 달랐다. 루후카이 감독이 구자철의 적절한 활용법을 3경기 만에 찾아낸 것이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연계 플레이가 최고조에 달한 정면은 바로 구자철의 동점골이 터진 후반 5분이었다. 묄더스가 우측에서 이어 받은 패스를 감각적인 발 뒤꿈치 패스로 구자철에게 흘려줬다. 페널티 에어리오 좌측 부근에서 볼을 이어 받은 구자철은 논스톱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연계 플레이도 좋았고 구자철의 마무리도 좋았다. 예전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선 보기 힘든 공격 작품이었다.

구자철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진은 적극적인 전진압박을 바탕으로 전방에서는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에 있었다. 로렌조 다비즈는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레버쿠젠의 패스 줄기를 차단했지만 배후 공간을 비우며 포백을 보호하지 못했다. 일본 대표 미드필더 호소가이 하지메 역시 마찬가지로 공격 가담시 날카로웠지만 수비진영으로 달려드는 레버쿠젠 공격을 제어하는데 역부족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 강등 탈출 위해선 수비 보완 필요

수비형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지 못한 포백 수비는 측면과 2선의 침투 패스와 공격수들의 문전 쇄도를 막아낼 수 없었다. 숫자 싸움에도 뒤졌고 속도 싸움에도 뒤졌다. 정신없이 볼을 따라 다니다 공간을 내주고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전으로 시간이 갈 수록 체력적인 열세도 컸다. 후반 15분부터 후반 25분 사이에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대량실점으로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단의 집중력과 사기는 크게 떨어져다. 구자철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100% 완수했지만 경기를 뒤집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구자철의 가세로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방 창조성의 고민을 해결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다면 아우크스브루크의 공격진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제 아우크스부르크가 보완해야하는 것은 수비다. 포백 수비를 효과적으로 커버해줄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전략적이며 헌신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다비즈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호소가이는 이 포지션을 단독으로 수행하기에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구자철은 호소가이의 중원 파트너로 나서선 안된다. 이 자리는 보다 수비력이 많이 요구되는 자리다.만약 두 선수가 나란히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다면 아우크스부르크의 수비는 더욱 헐거워질 것이다. 수비진이 안정되지 못하면 공격도 힘을 받을 수 없다.

구자철의 위치는 레버쿠젠전에 드러났듯 외를, 묄더스와 직접 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전방이 최적이다. 2선의 창조자 구자철은 두 장신 공격수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과 만나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우크스브루크는 구자철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끝냈다. 공격진 구성은 이제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남은 숙제는 수비다. 강등권 탈출을 이루기 위해선 호소가이의 파트너로 누굴 배치할 것인지, 그 파트너가 포백의 수비 커버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구자철은 짜릿한 데뷔골과 함께 분데스리가 무대 생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분데스리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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