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돋보기] 손흥민, 험난한 주전 경쟁…페트리치-게레로의 벽 높다
입력 : 2012.02.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슈퍼 탤런트' 손흥민(20)은 지난해 12월 뉘른베르크전 이후 3달 가까이 선발 요원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베르더 브레멘과의 22라운드 홈 경기까지 최근 4경기 연속 교체 출전했다. 지난 4경기의 출전 시간은 채 45분이 되지 않는다. 4경기를 뛰었지만 실제로는 한 경기에 해당하는 90분도 뛰지 못했다.

시즌 도중 부임한 토어스텐 핑크 감독은 페루 대표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와 크로아티아 대표 공격수 믈라덴 페트리치를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 전반기까지만해도 게레로와 동등한 위치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던 손흥민은 완전히 후보로 밀렸다.

손흥민이 골맛을 보지 못한지 벌써 네 달째다. 그렇지만 게레로와 페트리치가 손흥민을 압도하는 득점력을 보인 것은 아니다. 게레로는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6골을 기록 중이고 페트리치 역시 브레멘전 득점으로 시즌 5호골을 넣었을 뿐이다. 손흥민이 최근 주전 경쟁에서 뒤쳐진 이유는 골 기록이나 문전에서의 득점 능력 때문이 아니다.

브레멘과의 경기에서 게레로와 페트리치는 빼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이미 국제 무대에서 수 많은 경험을 쌓은 두 선수는 손흥민이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페트리치는 경기 내내 부지런한 움직임, 탁월한 제공권 장악 능력을 보이며 함부르크 공격을 주도했다. 날카로운 왼발 슈팅은 조금의 운만 따랐다면 더 많은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게레로의 경우 활동력은 떨어졌지만 문전에서의 위치 선정과 마무리 슈팅 능력이 일품이었다. 브레멘 수비수들이 노골적인 견제를 시도할 만큼 위협적인 공격수였다. 브레멘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많은 공간을 만들었다.

두 선수 모두 플레이에 무게감이 있었다. 체격조건이 뛰어나고 터프한 독일 수비진을 힘으로 버텨낼 수 있는 완력도 갖췄다.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핑크 감독 체제의 함부르크에서 투톱은 많은 피지컬 능력을 요구 받는다. 손흥민이 조커 요원으로 밀린 이유다.

함부르크는 '북독일 더비'를 치르는 라이벌 브레멘을 상대로 안방에서 1-3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게레로와 페트리치 투톱의 경기력은 준수했다. 둘은 수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비제 골키퍼의 선방과 마무리 상황에서 몇 차례 불운이 아니었다면 경기 결과는 충분히 바뀔 수 있었다. 더비전 완패에도 불구하고 함부르크의 경기력은 전반기와 비교했을 때 매우 큰 안정감이 느껴졌다.

문제는 이 균형 잡인 라인업에 손흥민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페트르치의 추격골이 터지며 1-2 상황이 되었을 때 아쉬웠던 것은 교체 투입된 손흥민의 활약이었다. 교체 선수로 들어간 손흥민은 과감하고 활기찬 플레이로 팀 공격을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투입된 이후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 26분경 왼쪽 미드필더 마르첼 얀센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선 손흥민은 오른쪽 측면에 배치됐다. 문전에서 민첩하며 마무리 기술이 좋은 손흥민이 자신의 기량을 100% 보이기는 어려운 포지션이다. 손흥민은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투지를 보였다. 하지만 역습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볼을 터치하지 못했다.

페트리치와 게레로가 전방 투톱으로 확고한 신임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손흥민이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선 공격 지역에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두 선수가 체력적인 문제나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 손흥민이 선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핑크 감독은 새로운 공격수의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의 진정한 '슈퍼 탤런트'가 되기 위해선 더 강해지고 더 영리해져야 한다.

어린 손흥민에겐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록 성장의 폭은 줄어들 수 있다. 앞으로도 함부르크에서 이정도의 출전시간을 부여 받는 것에 그친다면 안정적인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한 임대도 고려할 수 있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이미 이적 시장이 닫힌 현재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것은 훈련장에서의 부단한 노력 뿐이다. 손흥민은 문전에서 페트리치보다 민첩하고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게레로보다 활동적이다. 그리고 두 선수 보다 훨씬 어리다. 성장 잠재력은 훨씬 크다. 두 선수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다면 머지 않아 함부르크의 제1공격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시련이 성장을 부른다. 손흥민이 험난한 주전 걍쟁을 통해 더 큰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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