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돋보기] 박주호, 로번 꽁꽁 묶었다…바젤 돌풍의 공신
입력 : 2012.02.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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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한국의 로번이 진짜 로번을 꽁꽁 묶었다. 청소년 대표 시절 레프트윙으로 활약했던 박주호(25, 바젤)는 레프트백으로 전업한 이후 유럽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어린 시절 우상으로 삼았던 네덜란드 공격수 아르연 로번과의 맞대결에서도 측면을 장악했다. 유럽 축구의 열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조별리그 탈락을 선사한 것에 이어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둔 바젤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다.

바젤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조별 라운드에서 챔피언스리그의 단골손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포르투갈의 강호 벤피카와 한 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바젤의 경쟁자는 벤피카로 여겨졌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위 싸움을 벌이며 승리했다. 16강에서도 바젤은 언더독이었다. 하지만 이제 8강 이상을 넘보는 다크호스로 여겨지고 있다. 23일 새벽(한국시간) 뮌헨과의 16강 1차전 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을 뽑아내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바젤의 돌풍을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이슈 중 하나다. 시즌 도중 토어스텐 핑크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함부르크 SV로 떠났음에도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탄탄한 조직력, 강인한 정신력, 카운터어택의 정석을 바탕으로 매 경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얀 소머 골키퍼의 무수한 선방과 교체 투입된 자크 주아와 발렌틴 스토커의 결승골 합작 플레이는 뮌헨전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로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를 밟은 박주호의 활약도 뮌헨전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박주호는 바젤의 부동의 레프트백이다. 박주호는 바젤의 조별리그 6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뮌헨전 역시 풀타임 활약했다. 조별리그를 치르는 과정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 박주호는 더욱 성숙하고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뮌헨전에는 활발하게 동료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나누며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수비 조직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윙어 로번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소임을 다했다.

뮌헨은 왼발잡이 로번을 오른쪽 측면에 기용한다. 로번과 맞상대한 박주호는 경기 내내 로번의 돌파와 크로스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로번의 무기력한 모습은 반대편에 위치한 프랑크 리베리의 활약과 크게 대조됐다. 브라질 출신 특급 라이트백 하피냐 역시 박주호가 버틴 바젤의 왼쪽 측면을 거의 공략하지 못했다.

바젤은 균형을 중시하는 팀이다. 박주호는 빼어난 공격 가담 능력을 갖췄지만 바젤에서 무리하게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날은 공격 본능도 과시했다. 전반 19분 과감한 오버래핑 시도로 뮌헨 문전까지 전진했다. 2대1 패스를 통헤 페널티 에어리어 전방까지 침투해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완벽한 스루패스를 전달했다. 프라이의 논스톱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사진=핑크 감독이 떠났지만 박주호의 입지는 변함없다 ⓒBPI/스포탈코리아

이영표의 뒤를 잇는 특급 풀백...유럽 빅리그 진출 유력

공격수 출신 박주호는 누구보다 안정된 측면 수비로 완벽하게 풀백으로 변신했다. 녹슬지 않은 공격 능력과 더불어 유럽 무대에서도 인정 받는 특급 풀백으로 거듭났다. PSV 에인트호번, 토트넘 홋스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거치며 한국 출신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서 '톱 클래스'로 인정 받은 이영표의 완벽한 후계자다.

박주호에겐 이제 스위스 무대가 좁다. 올시즌 돌풍의 팀 바젤은 유럽 유수의 스카우트들이 주목하고 있다. 핑크 감독이 함부르크로 떠난 것을 비롯해 팀의 에이스 셰르단 샤키리도 이미 바이에른 뮌헨 이적에 합의한 상태다.

바젤 입단 전부터 유럽 빅리그의 관심을 받았던 박주호의 주가 역시 더욱 높아졌다. 유럽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 독일의 VfB 슈투트가르트, 스페인의 에스파뇰, 이탈리아의 우디네세 를 비롯해 프랑스의 릴, 스타드 렌 등 다수의 팀이 박주호를 영입 리스트에 올려놨다. 뮌헨과의 1차전 활약으로 박주호를 원하는 팀의 리스트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안방에서 뮌헨을 잡은 바젤은 3월 14일로 예정된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다. 올시즌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한국 선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박주호가 바젤의 8강행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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