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인터뷰] 신태용 감독, “ACL 두 번 우승하면 명장 아닌가”
입력 : 2012.02.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이번에 또 우승하면 진짜 실력 아닙니까?”

신태용(42) 성남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큰 목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꼽았다. 2010년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FA컵(2011)과 홍콩챌린지컵(2012)에서도 우승을 이끌었지만 챔피언스리그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밖에서 알아주더라”는 것이다. 성남 일화라는 브랜드파워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독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다른 이유도 있다. 지도력을 제대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다. 2010년 우승 당시 땀 흘려 이룬 성과에 대한 평가가 ‘운이 좋아서’로 그쳤던 것이 못내 아쉽다. 신 감독은 “한 번 우승하면 운이 좋은 것에 그치겠지만 두 번 이상 가면 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명장이나 지장이라는 얘기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되물으며 이번 시즌 구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 ACL에 집중 – K리그는 5위권 유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만큼이나 K리그 우승에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성급하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챔피언스리그에 팀의 경쟁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K리그에서 우승하면 우리끼리 축제로 끝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우리 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 TV광고도 해주고 알아봐 준다. FIFA 클럽월드컵에도 참가할 수 있다. 그 덕에 작년 초 용병 물색차 브라질에 갔는데 현지 7~8개 팀이 다 알아봐 주더라. 성남 경기력이 좋았다며 칭찬도 해줬다. 챔피언스리그는 정말 욕심이 나는 대회다.”

K리그에서는 템포를 조절하며 우승 레이스에 참가할 생각이다. 전반기에는 5위권을 유지하는 선이면 족할 것 같다.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되는 올해는 30라운드를 치를 때까지 8위 안에만 들면 상위리그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 “K리그에서 순위가 너무 처지면 게임에 대한 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5위선을 지키려고 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게 먼저다. 그 다음에는 K리그에 올인할 예정이다. 가을부터 본 레이스가 펼쳐지니까 그때 총력을 기울여도 될 것 같다.”


사진=201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 갔던 길이 더 무섭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스포츠에서 우승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종종 빗대는 말이다. 2010년에 이미 우승을 경험했으니 두 번째 도전은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신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무섭단다. “그때 얼마나 힘들게 올라갔는지 경험해봤기 때문에 더 무섭고 두렵다”는 고백이다.

사실 2년 전에는 잃을 게 없었다. “구단 재정이 안좋아지면서 선수들을 다 팔았을 때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져도 핑계 댈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았기 때문이다.” 초보 감독 딱지도 떼기 전이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로 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적잖은 부담감이 있다. “벌써 감독 4년차다. 올해는 잘 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사이 우승컵을 두 개나 더 챙겼다. 어느새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진 위치에 올랐다.

물론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유지하고 있다. 신 감독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3년 동안 악조건에서 견뎌왔던 노하우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 지도자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한 번 우승하면 운이 좋은 놈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 이상 가면 실력있는 감독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명장이나 지장이라는 평가도 받지 않겠나.(웃음)”


사진= 2012년 1월 홍콩 챌린지컵 우승.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 ‘여우’ 신태용의 토끼 사냥법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성남의 가장 큰 장애물은 쉴 틈 없는 경기 일정이다. FA컵과 피스컵까지 연이어 참가해야 한다. 대략 60경기 이상을 소화하는 셈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예선 참가 등으로 대표팀을 오가는 선수들도 고려해야 한다. 주전들의 체력 유지가 팀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 감독은 “자칫 잘못하면 팀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힘든 일정을 잘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대비해 전 포지션에 걸쳐 2배수의 스쿼드를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1년을 끌고 갈 베스트 멤버는 18명 선으로 추려놓았다. 신 감독은 “올해는 영입 선수가 몇 명 없다. 그래도 기존의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면서 “작년에 FA컵에서 우승했던 멤버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부쩍 컸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볼 차는 것만 봐도 장난이 아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다만 풀백 자원에 대해서는 “확실한 서브 멤버가 부족하다”며 행복한 고민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작년과 비교해서 놀랄 정도로 발전한 선수들이 많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축구를 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정상 복귀를 향한 성남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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