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둘러 상처 지우기에 나선 FC서울
입력 : 2012.03.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구리] 류청 기자= 갈등도 극적이었고, 화해는 더 극적이었다. 지난 일요일(4일) 데얀을 향해 “신뢰를 망각했다”라고 했던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8일 기자회견에서 “충성심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이례적으로 상처를 바깥을 드러냈던 서울이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나선 것이다.

서울은 8일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두 개의 행사를 준비했다. 신한카드와의 조인식과 오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전남 드래곤즈전을 대비한 기자회견이었다. 이날 관심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선수였다. 서울은 데얀과 하대성을 자리에 앉혔다. 처음을 보면 끝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최 감독과 데얀에게 공개적으로 화해의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기자회견은 예상대로 진행됐다. 최 감독은 “개막전에 그런 문제가 불거졌는데 사실 집안의 형제들도 사소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나?”라며 “태업이라고 기자 회견장에서 말한 적이 없다. 경기력 가지고 말한 것이다. 선수가 시차와 이동거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데얀의 충성심을 확인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데얀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지난 경기를 앞두고 금요일(이틀 전)에 돌아왔다. 경기도 뛰었었고, 긴 시간 비행을 해서 매우 피곤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감독이 나를 교체시킨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과 선수들에게 모두 미안하다고 했다. 경기력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특유의 여유로움을 찾은 데얀은 “해외에 들어온 제안의 금액이 컸었다. 구단도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고, 나도 하루 이틀에 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라며 솔직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하지만 데얀은 “구단이 나를 잡아주고 믿어줬으니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라며 “불화설이 가설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동석한 주장 하대성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는 화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조정자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모든 선수들이 데얀이 그런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팀이 더 화기애애하고 좋은 분위기가 됐다. 큰 동요 없이 훈련하고 있다.”

경직된 분위기는 없었다. 기자회견은 긴장 속에서 시작해 웃음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데얀이 최 감독과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사진기자들이 같이 서줄 것을 권하자 “그럴 필요가 있나”라며 웃었는데, 데얀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다. 좋은 그림이었다.

데얀은 영리했다. 그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는 팬들을 향해 “확실하게 말하겠다.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 서울에 남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최 감독과 데얀 그리고 하대성이 어깨 동무를 하는 장면으로 인터뷰는 끝났다. 공개적으로 시작된 사건이 공개적으로 끝났다. 언론을 통해 공증을 받은 셈이다.

상처를 도려내는 과감한 방법을 사용한 서울은 바로 봉합에 나섰고, 이어 서둘러 상처 지우기에 돌입했다. 외과 수술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좋은 경기력을 통해 선수들의 완벽한 융화를 증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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