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L 돋보기] 박지성 카드도 무소용...빌바오에 꼼짝 못한 맨유
입력 : 2012.03.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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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다시 보는 듯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스페인 패스 축구에 또 한번 혼쭐이 났다. 중원을 장악당했고 쉴새없이 배후 공간을 허용했다. 맨유에서 유일하게 빛난 것은 스페인에서 데려온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 뿐이었다.

맨유가 9일 새벽(한국시간) 안방 올드 트라포드에서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에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종료 직전 웨인 루니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하면서 1점 차 패배를 당했지만 경기 내용상으로는 점수 차 이상의 완패였다. 원정팀 아틀레틱은 55%의 점유율을 가져갔고 슈팅 숫자에사 22대12로 크게 앞섰다. 데헤아는 무려 9차례의 결정적 슈팅을 선방해내며 대량실점을 저지했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틱은 올시즌 유럽 축구계의 전술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팀이다.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서 FC 바르셀로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유로파리그 무대에서는 ‘프랑스판 맨체스터 시티’ PSG를 탈락시켰다. 스페인 축구 특유의 현란한 패스 연결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효율성과 창조성을 겸비한 아틀레틱식 패스 축구

맨유와의 경기에서도 아틀레틱의 강점이 모두 드러났다. 최전방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는 탁월한 포스트 플레이 능력은 물론 2선 공격수들과 활발한 연계 플레이를 구사했다. 결정적인 헤딩 동점골로 골잡이로써의 임무도 다했다. 2선에 위치한 안데르 에레라, 오스카르 데마르코스, 이케르 무니아인, 수사에타 등은 수시로 위치를 이동하며 빠른 원터치 패스로 맨유 수비를 붕괴시켰다. 비엘사 감독이 지금 유럽 축구계에서 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비엘사 감독이 구축한 아틀레틱의 패스 축구는 FC 바르셀로나보다 빠르고 간결하다. 상황에 따라 롱패스 축구도 적절히 구사한다. 스페인 무대에서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강팀들을 자주 상대했기에 역습 축구에 익숙하다. 원래 아틀레틱은 스페인 내에서 가장 터프하고 힘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엘사 감독 부임과 최근 창조적인 어린 신성들이 성장하면서 기술 축구과 힘의 축구가 적절히 융화됐다. 아틀레틱 만의 축구가 탄생한 것이다.

FC 바르셀로나가 볼 소유를 더 즐긴다면 아틀레틱은 최대한 빠르게 상대 문전에 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바스크에서 날아온 영민한 전사들은 강한 전진 압박과 빠른 패스, 빠른 마무리로 맨유의 혼을 빼놓았다. 요렌테는 전방에서 맨유 센터백의 동선을 제어했다. 풍부한 아틀레틱의 2선 공격은 자유롭게 맨유 진영을 휘저었다. 이미 지난 주말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중원을 점령당했고, 그에 앞서 아약스를 상대로 안방에서 패배를 허용했던 맨유는 자신들의 불안요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효과 보지 못한 박지성 카드...중원 열세 극복 못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아틀레틱의 강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나니 대신 박지성을 내세운 것은 아틀레틱을 대비한 전술적 복안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과거 유럽대항전 무대에서도 중원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진의 기술이 좋은 팀을 상대할 때 항상 박지성을 선발 카드로 사용해왔다. 이번 경기 선발도 같은 맥락이었다.

박지성은 상대의 빠른 전방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최적의 전술 카드다. 박지성에게 전방에서의 부지런한 수비와 빠른 공격 연결을 주문했다. 경기 초반 박지성은 활기찬 움직임을 보였으나 아틀레틱의 기계적인 패스 연결을 차단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사람이 공보다 빠를 수 없다. 수비형 윙어라는 현대 축구 전술에 신개념을 창조한 ‘박지성 카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센터백 필 존스의 전진배치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노장’ 라이언 긱스는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유효했지만 중원 수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교체 투입된 마이클 캐릭과 안데르송도 전성기의 컨디션을 완전히 잃었음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허리가 부실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맨유는 최전방에 웨인 루니와 치차리토의 개인 기술에 의존한 축구를 했다. 지금까지 힘겹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최전방과 측면 공격수들의 개인 능력 덕분이었다. 맨유의 중원과 센터백 라인은 현대 축구의 기술력과 속력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 루니가 한 골을 만회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안방 패배는 맨유의 8강 진출에 분명한 적신호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두 차례 홈 경기에서 바젤, 벤피카와 비기며 16강 진출 실패라는 고배를 마셨다. 아틀레틱은 안방 산마메스에서 유독 강한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실패에 이은 유로파리그 8강 진출 실패는 맨유의 자존심에 큰 생체기를 낼 것이다.

과연 맨유가 위기를 극복하고 8강에 오를 수 있을까? 1차전의 내용만 두고 본다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원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백전노장’ 퍼거슨 감독의 2차전에 어떤 전술적 반전 카드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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